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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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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기독교] 제1626호 최용우의 산골편지
좋은 시간 다 가버렸네!
코가 삐뚤어지도록 원 없이 놀던 좋은이와 밝은이가 드디어 긴긴 방학을 다 보내고 개학을 합니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안쓰러워 방학 동안만이라도 실컷 놀도록 내버려두었더니 정말로 코가 조금 삐뚤어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자란다면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책상에서 배우는 것보다 산과 들과 강과 오가는 학교 길에서 몸으로 체험하고 경험한 것들이 아이들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시생활을 접고 5년 전 산골짜기로 이사를 와서 산골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오가는 학교 길에 길가에서 산딸기를 따먹고, 올챙이 개구리를 잡고, 알밤과 도토리를 주워오고, 고라니와 달리기 시합을 하고, 길가에 매놓은 염소의 수염을 잡아당기고, 눈길을 헤치며 학교에 가고…,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캠프를 날마다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은 혼자서는 못산다는 것입니다. 심심하고 외롭고 그립고…. 투닥거리며 싸우더라도 사람은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면에 하나 있는 작은 산골초등학교는 학교라기보다는 서당 같습니다.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년도 있고, 달랑 두 명, 또는 세 명이 친구의 전부라니. 공부를 해도 일등 아니면 꼴등. 달리기를 해도 둘뿐이니 남자가 언제나 1등이고 여자인 좋은이는 언제나 2등. 뭘 해도 일등 아니면 꼴등입니다.
세상에 친구끼리 싸워도 말려줄 다른 친구가 없다니, 그래서인지 집에 손님이라도 오는 날에는 아이들이 요란스럽게 환영을 하곤 합니다.
고민 끝에 집에서 가장 가깝지만 버스를 타고 40분이나 나가야 하는 대전의 어느 초등학교에 위장전학(?)을 시켰습니다. (요즘은 초등학교도 나라에서 정해준 학교로만 가야지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로 가면 불법이랍니다.) 그래도 친구가 많은 게 좋은지 그 먼 거리를 몇 년 동안이나 씩씩하게 잘도 다니는 아이들. 하지만 학기말이 되면 힘에 겨운지 꼭 몸살을 하며 앓아누웠습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방학을 하면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펑펑 놀도록 했습니다.
개학을 앞두고 그래도 방학숙제는 해가야겠기에 닦달을 했더니 마지못해서 상을 펴고 숙제를 합니다. 처음에는 상 앞에 앉아서 숙제를 하더니 어느 틈엔가 방바닥에 엎드렸다가 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상을 등에 업고 장난을 칩니다. 펑펑 놀기만 했으니 공부가 될 리 없지요.
에휴~ 저걸 어쩌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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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꽤 괜찮은 인터넷신문을 만들며, 충청도 산골짜기에 있는 목회자 쉼터 ‘산골마을-하나님의 정원’에서 오가는 나그네들을 섬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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