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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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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23일-1634호 최용우의 산골편지
막 퍼오자구
오전 에 잠깐 다녀가라는 장모님의 전화를 받고 하던 일을 멈추고 즉시 다녀왔습니다. 장모님이 쌀 김치 고기 만두 상추 양념 막 싸 주시는 대로 빠짐없이 다 받아서 차에 실었습니다.
장모님이나 어머님 모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기에 언제가 마지막 부르심이 될지 모르는 일. 그래서 두 분이 부르시면 만사 제쳐놓고 무조건 달려가기로 아내와 약속했습니다.
한번은 무슨 일이 있어 혼자 고향에 갔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고춧가루며 양념 같은 것을 싼 올망졸망한 봉지들을 마루 한가득 펼쳐 놓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감춰두었던 것들을 꺼내 오시느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분주하십니다. 일 년에 기껏 서너 번 얼굴만 내미는 불효막심한 자식도 자식이라고, 저렇게 아껴 두었던 것을 박스 옆구리가 터지는 것도 모르고 꾹꾹 눌러 담으십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차가 없었기에 이 나쁜 아들은 “가져가라” “못 가져가겠습니다.” 하며 늙은 어머니와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다가 마침 옆에 배낭이 있어 베낭에 들어가는 것으로 딱 한 가지만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그 한 가지를 하필이면 ‘된장봉지’를 선택했습니다.
“넌 어렸을 때부터 내가 만든 된장국이 제일 맛있다며 잘도 먹었지.”하면서 장독대로 가더니 누런 된장을 한 양동이 가득 퍼 오셨습니다. 행여 국물이 새어 나올까봐 싸고 또 싸서 배낭에 넣어 짊어지니 등에 닿는 된장의 촉감. 거 참! 기분 되게 야릇하데요.
“이 다음에 좋은이 밝은이 시집간 뒤에 당신도 이렇게 불러서 막 퍼 줄거야?”
“당연하죠. 내 딸들인데….”
“만약 아이들이 안 받는다고 하면?”
“그러면 무척 섭섭할 것 같아요.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퍼 주는 재미로 사는데 그 재미를 빼앗는 것이 되니까. 전에는 안 받는 것이 부모님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주는 것을 안 받으면 ‘어허 요것들 좀 봐라~ 엄마가 주는데 안 받아?’ 하고 오히려 섭섭한 마음이 들어.”
“이젠 장모님이나 어머님이 뭘 주시면 활짝 웃으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받자구.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퍼주는 낙이라도 맘껏 누리도록 말야. 어차피 우리도 나이 들면 그럴 거 아냐.”
최용우/전도사
<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꽤 괜찮은 인터넷신문을 만들며, 충청도 산골짜기에 있는 목회자 쉼터 ‘산골마을-하나님의 정원’에서 오가는 나그네들을 섬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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