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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투더<나는 지금 행복해요/종이나라>를 읽다

이 책의 지은이 여류화가 타샤 투더는 현재 89살입니다. 그는 9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친구 집에 맡겨져 자라게 됩니다. 그리고 15살 때부터 독립하여 혼자 살기 시작하였고, 23살에 결혼하여 4남매를 낳았지만, 그 역시 46살에 이혼을 하고 그때부터 긴 세월 혼자 정원을 가꾸며 살게됩니다.
미국 버몬트주의 산 속에 18세기풍의 농가를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데, 내키지 않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가장 아까워하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그녀의 전원일기는 한 폭의 수채화 같습니다. 이 책은 그녀의 친환경적인 삶과 생활 속 정원 가꾸기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대별로 아름다운 천연색 사진과 함께 보여줍니다.
"내 그림과 내 삶의 방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니 무척 기쁩니다. 여든 아홉이 되었지만 아직 건강하고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살며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건 확실히 느낍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나서의 인생에는 젊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충실감이 있습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연의 선물인 노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타샤 투더
글씨가 많고 이론과 지식이 담긴 책은 지성으로 읽는 책입니다. 요리책이나 교과서나 매뉴얼 같은 책은 책을 보며 실제로 몸을 움직여 해보는 육성으로 읽는 책입니다. 글의 양(양)보다는 사진이나, 책의 여백과 글을 읽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은 마음으로 읽어야 이해가 되는 감성적인 책입니다.
실제로 '나는 지금 행복해요'를 읽는데 걸린 시간은 20분이 채 안됩니다. 그러나 한 번 훑었다고 해서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여러 번 보고 또 보면서 사진과 글 속에 담긴 의도를 읽어야 비로소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꽃, 동물, 자연, 한가로움, 여유로움 같은 것을 읽을 수 있어 누구나 한번쯤 동경했던 삶처럼 보여 '참 좋다'하고 덮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보면서 비로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밥을 줘야하는 동물둘'도 보이고 '몇 리어카 분의 꽃모종을 사다가 심어야' '물동이를 들어 날라 물을 주는 일은 매우 힘든' 같은 이런 생활의 뒷면에 있는 고단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교회 집사님이 만들어 준 멋진 나무의자에 앉아 편하게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습니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