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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안길] 최인기의 <그곳에 사람이 있다>

목회독서교육 김학현 목사............... 조회 수 427 추천 수 0 2016.04.14 23: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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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학현 목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82263&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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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목도리 할머니'가 주는 씁쓸한 여운

[책 뒤안길] 최인기의 <그곳에 사람이 있다>


시장을 돌아보던 중 좌판에서 무 시레기를 파는 박부자 할머니가 감정이 복받친 듯이 대통령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자 이 대통령은 "하루 수입이 얼마 되느냐"고 물은 뒤 노점상을 하던 어머니가 생각난 듯 "내가 선물을 하나 주겠다. 내가 20년 쓰던 건데 아까워도 줘야겠다"면서 목도리를 직접 건넸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하다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을 달라. 대통령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라고 말했다. 시레기 4묶음을 산 이 대통령은 돈을 받지 않겠다는 할머니와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2008년 12월 4일자 기사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친 서민 행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바로 '목도리 할머니' 박부자씨다. 이후 MB정부는 박 할머니를 청와대로 초청해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친 서민 마케팅'에 박 할머니를 이용했었다.

'목도리 할머니' 더 이상 시장에서 볼 수 없어

지금 박부자 할머니는 어떻게 사실까? 어려우면 언제든지 청와대로 연락하라던 당시 MB의 말 대로라면 지금쯤은 꽤나 윤택하게 사실 것 같은데...


나처럼 그분의 근황이 궁금했던 사람이 또 있다. 가락시장을 방문하여 기어이 박부자 할머니를 만난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20년 넘게 빈민 운동을 해온 최인기씨가 그다. 소소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삶터인 골목에 밴 진한 정감들을 사진에 담고 글로 풀어놓았다.
그의 책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사진 에세이 형식을 빌려 박 할머니 같은 지난한 삶을 잇는 이들과 그들의 공간인 골목, 시장, 달동네, 철거지역 등을 잘 보듬어주고 있다.

최 작가가 2012년 12월 13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시장을 찾았을 때 박부자 할머니는 자신을 극구 '목도리 할머니'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집요한 작가의 추궁에 결국 자신이 '목도리 할머니'라고 밝혔다. 여전히 '목도리 할머니'는 4년 전 MB의 목도리를 선물로 받았던 그 장소에서 하루 3만 원 남짓 벌기 위해 시래기를 구해 팔고 있었다.

박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비 30만 원을 받아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의료보험조차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계셨다. 작가에게 건넨 'MB의 목도리 사건'에 대한 박 할머니의 하소연이 더욱 우리네 가슴을 시리게 한다.

"개코나 하나도 바뀐 게 없어. 대통령이 아니라 천하 없는 사람이 와서 목도리를 갖다 주면 뭐하고 악수하면 뭐해?" - <그곳에 사람이 있다> 87쪽

MB의 '친 서민 행보'는 그렇게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지금 박 할머니에게 남은 건 MB의 목도리와 청와대 초청 때 받은 손목시계뿐이다. 작가가 건넸다는 또 다른 목도리가 박 할머니를 좀 더 따듯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는 2015년 봄에 다시 가락동 농수산시장을 방문해 박부자 할머니를 찾았지만 이제는 장사하러 나오지 않는다는 말만 주변 사람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 외에 더 자세한 소식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로 맺는 박부자 할머니 이야기는 참으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오래된 미로, 도시 골목길 풍경이 정겨워

박 할머니 이야기 외에도 책에는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을 찾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질펀하게 풀어놓는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분단, 한국전쟁, 군부 독재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한 도시 속의 골목과 시장에서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힘들지만 진한 삶의 자국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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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마을이 사라지고, 아이들 재잘거리며 뛰놀던 골목은 벽화가 그려지며 관광 상품이 되는데도 여전히 그 안에는 아픔과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우리 이웃이 있음을 짚어낸다. 오래된 미로로 유명한 서울의 인사동 골목, 탑골공원, 황학동과 을지로 공구 상가, 안양 덕천마을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이어 청량리 전통시장과 '목도리 할머니'의 가락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기장시장 등을 그 특별한 사연과 함께 알려준다. 특히 부산의 중구 보수동 헌책방 골목과 영도구 영선동 해변가 언덕의 흰여울길을 소개해줄 때는 마치 내가 그 길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 외에도 연제구 물만골과 감천동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 이야기는 맘껏 기대감을 높인다.

다시 작가는 기억을 더듬어 하늘 끝 달동네들을 소개한다. 종로의 벽화가 있는 성곽마을 풍경, 이화동과 창신동의 달동네, 삼선동 성곽 끝 장수마을, 석관동 고래심길 등을 만날 때는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의아할 정도다.

책을 읽으며 그저 흥미롭게만 느낄 수 없는 건 그 속에 진한 인생의 질곡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인생이 버거운 사람들이 사라지는 옛 구조물들 속에 파묻혀 숨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매스컴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질펀한 삶에 박수를 보내며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옛 정취는 자꾸만 사라지는데 정겨운 그들의 삶은 더욱 팍팍하기만 하다. 경제발전과 눈부신 산업화가 외려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목줄을 옥죄는 수단이 되고 만다.

책은 TV에 가수 이승기가 출연하여 벽에 그려진 하얀 날개 그림에 몸을 대고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이화동 골목길의 '천사의 날개' 이야기를 전해준다. TV를 본 이들이 너도나도 카메라를 메고 달려 와 금방 골목길은 왁자지껄한 곳이 되었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리고 말았다. 결국 '천사의 날개'는 지워졌다.

우리들의 냄비근성이 자아낸 '웃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정겨운 골목길, 삶의 냄새 짙게 풍기는 시장, 버거운 삶이지만 달동네의 진한 향수 등이 그대로 보존되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서운하다. 벽화마저 그대로 보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작가의 일갈을 들으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연예인의 흔적을 찾는 것도 좋지만, 오래된 마을 안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채취를 함께 느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곳에 사람이 있다> 180쪽

"벽화가 그려지고 사람들이 찾기 시작해 카페나 술집이 생겨나면서 월세도 덩달아 올라 현지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실이 반복돼선 안 될 것입니다. 원래 살던 사람들이 편히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오래된 골목길의 벽화가 주는 교훈입니다."- <그곳에 사람이 있다> 149쪽

덧붙이는 글 |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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