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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김학현 목사 http://omn.kr/hy4s 

암 투병 아내, 뇌졸중 남편이 병원 탈출한 사연

[책 뒤안길] 오시카와 마키코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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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가 아름다운 해변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그들이 머문 곳은 한 꽃가게. 이미 꽃가게 주인은 그들을 잘 알고 있는 듯 반갑게 부부를 맞이합니다. 남편은 투덜댑니다. 이유인즉 왜 금방 시들고 말 꽃을 돈 주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의 생각은 다릅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남편이 야속할 뿐입니다.

꽃을 보는 생각은 이렇게 다르지만 그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같습니다. 처음부터 같은 건 아니었지만 모두 죽음이란 터널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운명에 놓일 때 그들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편이 먼저 죽음이란 문제 앞에 섭니다.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퇴원합니다.

하지만 노부부에게 죽음이란 정해진 운명입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암 선고를 받습니다. 고작해야 몇 개월밖에 못 산다는 진단을 받고 입원합니다. 남편은 괴로워하는 아내를 곁에서 간호하면서 그리 의미 없어 하던 꽃을 들고 가 선물합니다. 꽃에 대한 생각이 같아지면서 이제 부부는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수용합니다.

죽음을 수용한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유스럽게 맞는 것도 현실입니다. 죽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어떻게 죽을까, 아니 어디서 죽을까를 결정해야 합니다. 요즘처럼 의료 시설이 발전한 시대에는 대부분이 병원에서 죽습니다. 그러나 부부는 집에서 죽기로 결정하고 의사에게 퇴원의사를 전달하지만 의사는 막무가내입니다.

같은 날 집에서 죽는 부부... <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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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둘은 의료진 몰래 병원을 탈출합니다. 그들은 동시에 집에서 죽습니다. "당신이 먼저 죽어" "아냐, 내가 먼저 죽을래" 하며 티격태격하며 40년을 해로하던 부부는 동시에 집에서 죽는 걸 택합니다. 영화 <해로>(2012, 최종태 감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주현과 예수정의 명품 연기가 지금도 새록새록 합니다.

"당신이 먼저 죽어. 난 혼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당신은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잖아"
"아냐. 난 어떻고. 당신이 챙겨주지 않으면 옷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 부부의 대화입니다. 나이 들어가며 이런 대화를 점점 자주하게 됩니다. 아직은 누가 먼저 죽느냐를 가지고 싸웁니다. 하지만 둘은 분명히 압니다. 그건 우리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닌 것을. 하지만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어디서 죽느냐'입니다. 지금도 늘 말합니다.

"죽을 병에 들면 병원으로 가지 말아요. 집에서 자연스럽게 죽고 싶어요. 몇 년 더 수명을 연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집에서 죽고 싶어요."

우리 부부의 공통된 소원입니다. 아이들이 지켜보기 힘겨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혹 병원이나 요양원에 있다가도 집에 와 죽고 싶은 게 진심입니다. 예전엔 객사한 시신은 집에 들이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객사하고 있습니다. 도로나 병원, 혹은 요양원에서 말입니다.

집에서 죽음을 맞는 것, 이제는 웬만큼 준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일본에서 재택요양을 맡아 일하는 간호사 오시카와 마키코가 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는 집에서 죽음을 맞은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건강하게 살다 죽느냐 하는 겁니다. '웰빙(Well-living)'에 더하여 '웰다잉(Well-Dding)'이 화두인 이유가 그것입니다. 존엄한 죽음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새삼 생각해 봅니다. 수명이 다하여 집에서 자녀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는 게 아닐까요.

당신의 임종은 기계가 지킬 것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본다면, 죽음에 대하여 준비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병원에서 기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객사할 게 뻔합니다.

몸에 호스를 끼운 채 기계에 의지해 간신히 목숨을 의지하여 생명을 연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다가 기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병원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때에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 심장의 움직임을 보는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환자의 곁에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처치를 위한 병원 측의 기기들이거나 의료진들이었습니다. 가족들은 그 다음 순서였습니다." -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 60쪽

실은 이게 정상적인 죽음이 된 지 이미 오랩니다. 의료발전이 나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도로에서 사고로 죽는 것이지요. 모두 객사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본인이 결심하고 가족이 동의하면 얼마든지 재택사(在宅死)가 가능하다고 저자는 가르쳐 줍니다. 특히 가족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재택 요양을 시작하면 준비된 환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환자와 함께 보내는 가족들입니다. 재택 요양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보내는 가족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잘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 54쪽

일본의 경우 저자처럼 재택 요양을 돕는 전문 간호사와 의사가 있다고 책은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가요양보호사들이 이 일을 맡는데 아무래도 전문성에서 의료진과는 다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가족들의 전적인 희생을 담보하지 않으면 재택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책은 실제로 저자가 맡았던 환자들의 요양과 재택사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디즈니랜드를 가고 싶어 했던 17세 소녀 유카리의 애석한 죽음, 방광선암으로 죽은 81세의 할아버지, 전립선암으로 죽은 70세 마츠다 할아버지,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지 못하고 죽은 20세 미나요 청년의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은 죽음, 그녀는 목사님의 기도를 받고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작별인사를 남기고 죽었습니다.

외에도 고환암의 17세 소년 마사, 87세 시게조 할아버지의 죽음, 폐포형 연조직육종으로 28세에 죽은 카요코, 63세 사와이 씨와의 인연 등 저자가 임종을 돌봤던 이들의 이야기가 담담한 어조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의료진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들의 헌신과 배려가 돋보입니다.

재택사가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죽음을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의미하게 늦추는 일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가족들만 찬성해 준다면 집에서 죽기 원합니다. 기계가 지켜주는 임종보다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나요처럼 작별인사를 남기고 가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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