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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출처 : 김학현 목사 http://omn.kr/hy8f 
산 정상 정복? 그렇게 말하지 말자

[책 뒤안길] 휴먼원정대 다룬 <히말라야의 눈물>과 영화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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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택아! 박무택! 네가 왜 여기 있어. 집에 가자. 무택아!"

지금도 내 눈과 귀에 쟁쟁하다. 그 장면, 그 절규가. 에베레스트 초모랑마에 눈을 덮고 누운 박무택 산악인의 싸늘한 시신을 끌어안고 절규하던 산사람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 졸이며 속울음을 울게 만든 장면이었다.

2005년 3월 14일, 히말라야로 떠난 산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때의 산행과는 전혀 다른 궂은 의지를 다지며 모여든 산사람들, 그들이 만든 원정대는 '한국 초모랑마 휴먼원정대'이다. 이들은 주변의 어떤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인 엄홍길과 그와 함께 한 산사람들이다.

동료 시신 수습 위한 등반... 휴먼원정대

그들의 의지가 다른 때와 달랐던 것은 8750m 에베레스트 초모랑마 데스 존에 묻힌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등반이었기 때문이다. 1년 전인 2004년 5월 18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하산하다 조난당한 박무택과 장민, 그들을 구하러 갔다 조난당한 백준호 세 산악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거였다.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흘린 가슴 뜨거운 사내들의 눈물, 그 인간애의 기록'이라는 심산의 책 <히말라야의 눈물>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알 수 있듯, 감동적인 이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졸이며 들어야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히말라야>(이석훈 감독)로 제작되어 올 겨울 극장을 찾은 7800만여(2월 16일 현재) 관객의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눈물 없이는 못 보는 영화'라고 말하면 너무 상투적인 표현일까. 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장면 하나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눈물을 훔쳤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감동 그대로 책 <히말라야의 눈물>을 읽었다.

영화는 영화대로, 책은 책대로 나름의 감동으로 다가왔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산악문학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이며 전문 산악인이기도 한 심산은 직접 휴먼원정대에 참여한 경험을 글로 풀어 놓았다. 1년간의 원정대 준비과정에서부터 77일간의 히말라야에서의 사투 모습, 시신 운구 장면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기다려, 우리가 꼭 데리러 갈게."

후배 박무택을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길러낸 엄홍길은 박무택의 조난 사실을 알고도 하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그가 한 말이다. 꼭 오겠다는, 와서 시신을 수습해 가겠다는, 그의 약속은 박무택 대원을 향한 약속이기도 했지만 산악인으로서 자신의 내면에 대고 한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지킨 게 '한국 초모랑마 휴먼원정대'이다. 이 약속은 실은 거의 성사 불가능한 약속이다. 하지만 엄홍길 대장과 대원들의 사투는 충분히 성공했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처음 박무택이 실종되었을 때 백준호 대원이 홀로 그를 구조하기 위해 등반하는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정상 정복이 산에 오르는 이유라고?

"2004년 5월 18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백준호는 한국 등반 사상 가장 외롭고 고독한 등반을 해냈다. 그는 오직 박무택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캄캄하게 얼어붙은 에베레스트의 최난구간 세컨드스텝을 홀로 돌파해냈던 것이다. 배해동이 백준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이튿날 새벽 6시경이었다."

"대장님, 무택이 만났습니다."- <히말라야의 눈물>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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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해도 꽤 희망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이미 박무택을 구조하기에는 동상이 너무 심했다. 백준호 역시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는 무전기 속의 "무택이 데리고 빨리 하산해라!"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두 명의 대원을 구하기 위해 홀로 산행을 감행했던 백준호 대원 역시 조난당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이들 모두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휴먼원정대는 죽음의 사선인 에베레스트 초모랑마에 오른다. 선발대원들이 기어이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얼어붙은 시신을 산에서 분리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엄홍길 대장은 외친다.

"떼어내야 해! 무택이를 거기에 버려둘 수 없으니까! 피켈(등반용 얼음도끼)로 얼음을 깨라! 시신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히말라야의 눈물> 174쪽

세 시간에 걸쳐 작업을 했지만 시신을 아래로 옮기는 데는 실패했다. 에베레스트는 그들이 박무택 대원을 산 아래로 데려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엄홍길은 울면서 이렇게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무택이 그놈이 거길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가 보네... 고만 거기다 묻어주고 내려오소! (중략) 네팔 쪽하고 동쪽 보이는 능선 상에... 돌무덤을... 무택이를 묻어주고..." - <히말라야의 눈물> 180쪽

흔히 사람들은 등산을 하며 "정상정복을 했다"는 말을 쓴다. 영화를 보며, 책을 읽으며 그 말이 얼마나 '싸가지 없는 말'인지 깨달았다. 나도 그런 말을 의미도 모른 채 사용했었다. 산악인들은 그런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면을 빌려 숭고한 이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전하고프다.

<히말라야의 눈물> 초판 머리말에서 엄홍길 대장이 회한을 담아 한 말이 새삼 마음자리를 밟는다.

"지난 20년간 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 저는 오직 정상만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등반에서 저는 정상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그곳에 이르는 길과 그 길에 묻혀 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중략) 성취욕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었던 겁니다. 과연 히말라야의 정상에 선다는 것이 동료들의 시신을 외면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요?" - <히말라야의 눈물> 10-11쪽

대한민국의 유명 산악인 엄홍길이 휴먼원정대를 이끌고 난 후 한 자기고백인 이 말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어쭙잖게 등산 좀 한다는 이들의 '정상 정복'이란 말, 이제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산보다 더 귀한 게 사람임을, 생명임을 짙게 깨달은 영화요 책이었다.

덧붙이는 글 |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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