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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김학현 목사 

'낙수효과' 운운하는 세상 향한 교황의 일침

[책 뒤안길] '황금 송아지' 경고하는 <교황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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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잘 사는데 못 살아."

지인과 나눴던 대화다. 그냥 지나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 표현은 미국을 비롯한 현대의 자본주의 경제를 잘 일러주는 말이다. 우리의 경제도 미국을 빼닮았으니 같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풍요를 말할 때 흔히 '잘 산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틀린 말이다. '부자로 산다'가 맞다.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는 부자로는 사는데 잘 못 산다. 돈은 있는데 삶의 질은 형편없다. 풍요한데 행복하지 않다.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며 양적 공리주의가 아니라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왜냐하면 양적 성장은 어느 정도 거뒀는데 질적 성장에서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서양 경제가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등장한 이가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돈'이 아니라 '사람'

그는 소외되고 외면당하던 이들의 친구를 자처하고 있다. 그간 교황청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지역으로 날아가 소외된 이들의 손을 잡고 있다. 심지어는 앙숙 관계였던 러시아 정교회와도 악수를 나눴다. 어둡고 유혈이 낭자한 미래가 기다리는 마약 밀매인들의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일정을 급히 변경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의 이런 행보는 세계를 덮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도 거침없이 일침을 가한다. 그에게 '살인하지 말라, 이웃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하라' 등의 가치는 기독교만의 가치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무시한 채 부의 창출만을 도모하는 위험한 경제체제를 비판한다.

<교황의 경제학>에서 저자 에두아르 테트로는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이 '인간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분명한 선을 그어 놓은 것'이라고 말한다. 종교적 가치가 아니라 경제체제에도 적용돼야 할 인류 보편적 가치란 뜻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체체제는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그러한 경제는 사람을 죽일 뿐입니다.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본문 130쪽, <복음의 기쁨> 인용)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침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 예수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태복음 16장 26절)고 말한다. 신자유주의는 돈이 돌면 사람도 살 만할 것이라고 말한다. 풍요로우면 자유와 평화, 행복이 주어질 것이라고 부추긴다.

'낙수효과'는 '승자독식'일 뿐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하면, 부자가 돈을 많이 벌면 가난한 이들도 누리게 된다는 원리다.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돈을 벌게 만들어주면 경제가 돌고 그 경제의 윤택함을 가난한 자들까지 누린다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원리도 이에 근거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원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낙수효과'는 "돈이 저절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줄줄 흘러내릴 것"이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전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이러한 견해는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이들의 선의와, 지배적인 경제제도의 신성시된 운용 방식을 무턱대고 순진하게 믿는 것"(본문 131쪽)일 뿐이다.

'낙수효과'를 말하면서 기업이 노동자들의 노동력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있다. 주요 기업의 잉여 현금이 수백조 원에 이르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잉여 현금이 GDP 10%에 달한다. 대기업은 은행에 돈을 맡기려고 하고, 은행들은 기업의 예금을 안 받아준다고 하는 진풍경이 일어나고 있다.

'낙수효과'는 가진 자들의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부자독식'의 좋은 표현이다. 남는 돈을 두고 벌이는 기업과 은행의 줄다리기가 그 증거다. 그러나 여전히 빚더미 위에 앉은 서민이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은 돈이 남아나는데 서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살기가 퍽퍽하다. 그런데도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정부는 여전히 기업이 잘되면 서민이 윤택할 거란다.

낙수효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저자는 낙수효과 운운은 '고집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미국에서도 "미국인 신용 소비의 40%가 일자리, 주거, 가족을 잃어 삶이 망가진 최빈곤층"(본문 40쪽)이 됐다. 마이너스 이자율의 시대임에도 가난한 이들은 15%가 웃도는 이자를 부담하고 부자들의 돈을 빌려 쓴다.

"피라미드의 상층에 마이너스 이자율의 돈이 넘쳐난다. 그리고 오늘날 유행하는 법칙인 '낙수효과'에 따르면 그 돈의 일부가 가난한 이들에게 흘러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난한 이들은 그 돈을 얻으려면 매우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바로 이자다."(본문 41쪽)

인간 존엄성 회복과 나눔의 경제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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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절반 이상의 부를 1%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기아와 죽음이라는 문제에 신경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돈과 신기술이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로봇과 디지털 플랫폼, 전자 금융시장으로 대변되는 신지유주의 경제가 점점 인간성을 피폐시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과 <찬미 받으소서> 같은 권고와 회칙을 통해 이런 '미친 경제'에 매스를 들이밀고 있다. 그는 가난한 자를 배척하는 경제를 지양하고, 돈을 우상화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나눔을 강조하고 폭력의 불평등을 지적한다. '가난의 경제학'을 강조하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길임을 천명한다.

이런 제안이 '작은 돌멩이'요, '제3의 길'이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그 어떤 경제도 살아남을 수 없다. 저자의 표현으로 말하면, "인간성을 말살하려는 실리콘벨리의 위험한 선구자들의 말로 하면 '초인간으로 만들려는' 이 신경제에 맞서는 최고의 치유책은 인간 의식"(본문 91쪽)이다.

'망치를 가진 자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모든 건 돈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난한 이웃을 무시하는(공유경제를 무시하는) 경제체제는 잘 사는 길이 전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아론의 금송아지'(시내산 밑의 사람들이 하나님이라며 금으로 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섬김)로 상징되는 승자독식 경제체제를 청산하라고 교황의 메시지를 인용해 주문한다. 승리했다고 착각하는 신경제주의자들이 꼭 들어야 할 말이다.

"그대들이 죽임을 당하기 전에 금송아지를 죽일지어다. 돈과 기술이 양심과 인간관계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소유가 아니라 절도와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받은 것을 되돌려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인간도 땅도 그 포식의 힘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본문 15쪽)

"황금 송아지가 너희를 죽이기 전에 너희가 그들을 죽여라."(본문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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