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6684번째 쪽지!
□동네 모정 풍경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 모이지 못하게 한다고 동네 경로당과 마을회관에 자물쇠를 채워버렸습니다. 그러자 노인들이 재작년에 생긴 우리 집 옆의 정자로 이동해서 모입니다. 만들어놓고 1년 동안 아무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고양이들이 올라가 낮잠 자던 정자였는데, 드디어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모정이 우리 집과 너무 가까워서 노인들이 평소에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노는지 본의 아니게 날마다 듣고 있습니다. 주로 자식 이야기, 소싯적 이야기 뭐 그런 것인데 네다섯 명 정도의 노인들 사이에서도 자식 직업에 따라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돈 많이 버는 자식’이 가장 효자이고, 결혼만 했어도 중간은 가더군요. 하도 결혼도 못한 자식들이 많아서...
여러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재미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 아니면 대화가 안 되는 할머니도 있고, 차분하고 재치 있게 말하는 할머니, 입만 열면 똑같은 이야기를 무한 반복하는 할머니, ‘그러니까’라는 단어를 한 문장 안에 두 세번씩은 쓰는 할머니, 어떤 할머니의 말은 묘하게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합니다. 알고 보니 전직이‘점쟁이’ 였답니다. 아하... 그래서 말이 짧구나...^^
교회에 다니는 분도 한분 있는데, 가끔 익숙한 단어들이 튀어 나옵니다.^^ “예수 미더 예수 미더야 천국 가. 죽기 전에 예수 미더” “미더가 뭐유?” “나도 몰러유 우리 목사님이 ‘미더’라고 했슈”
경로당 문을 닫는다고 해서 안 모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에서든 모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한 여름 에어컨이 필요할 때, 어쩌면 경로당 문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열릴지 모릅니다. 그때까지는 할머니들의 얘기를 저절로 들어야 할 듯 싶습니다. ⓒ최용우
♥2020.6.20. 흙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