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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 목사] 헛되이 vs. 헛되지 않게

무엇이든 윤용 목사............... 조회 수 55 추천 수 0 2020.06.24 07:40:45
.........
[헛되이 vs. 헛되지 않게]

(고린도전서 15:1-11)

복음은 누구라도 다른 누군가에게서 전해 받은 것이다....
전해 받은 복음이 헛될 수 있을까?
복음이 헛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헛되지 않을 수 있을까?

1. 헛되이

복음은 헛될 수 있다.

(고전 15:2, 새번역) 내가 여러분에게 복음으로 전해드린 말씀을 헛되이 믿지 않고, 그것을 굳게 잡고 있으면, 그 복음을 통하여 여러분도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이 구절은 NIV 번역으로 보자면
'당신들이 내가 전한 말을 굳게 잡고 있으면 이 복음에 의해서 구원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의 믿음은 헛될 것이다.'
라고 해석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해 본다면
복음 자체는 헛되지 않지만
복음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헛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복음을 전해 받았다면
복음 안에 서 있는 것이지만,
전해 받은 복음을 굳게 붙들고 있지 않다면
그 사람에게는 복음이 헛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전해 받은 복음을 굳게 붙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복음이 헛되지 않게 되는 비결을
바울이 자신의 삶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2. 헛되지 않게

바울은 자신에게 전해진 복음이 헛되지 않게 했다고 고백한다.

(고전 15:10, 새번역)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의 내가 되었습니다. 나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복음이 헛되지 않게 된 과정을
바울이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복음을 전해 받음

(고전 15:3, 새번역) 나도 전해 받은 중요한 것을 여러분에게 전해 드렸습니다. 그것은 곧, 그리스도께서 성경대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셨다는 것과,

복음을 전해 주었다고 말하지 않고
'전해 받은 복음을' 전해 주었다고
바울은 말했다.

바울은 자신이 복음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전해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고, 그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복음은 '전해 받는 것'이다.
전해 받을 때 잘 전해 받아야 한다.
올바르게 복음을 전해 받은 사람으로부터
올바르게 받고 배워야 한다.

이상하게 왜곡된 복음을 전해 받으면 안 되고,
바른 복음을 받고 나서는
자신도 전해 받은 복음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둘째, 복음을 전해 받은 자의 의무

복음을 전해 받은 자는 의무가 생긴다.
다른 누군가에게 복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복음이 '누군가로부터 전해 받은' 것이라는 사실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음을 전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아야 한다.
즉 복음에 대해서는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그리고 깊이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복음이 자신의 삶을 통과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바울의 스토리

바울은 복음이 무엇인지 요약해서 설명했다.

(고전 15:3-5, 새번역) [3] 나도 전해 받은 중요한 것을 여러분에게 전해 드렸습니다. 그것은 곧, 그리스도께서 성경대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셨다는 것과, [4] 무덤에 묻히셨다는 것과, 성경대로 사흗날에 살아나셨다는 것과, [5] 게바에게 나타나시고 다음에 열두 제자에게 나타나셨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수의 십자가와 죽음과 부활이
바울이 요약한 '복음'이다.
그런데 이것만 알면 복음을 아는 것일까?
이것만 알면 전해 받은 복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결코 올바른 전달이 될 수 없다.
복음은 결코 그냥 이론만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음은 언제나 전달하는 사람의 삶과 함께 전달되어야 한다.

그래서 바울은 이어서 복음과 관계된 자신의 삶을 말했다.

(고전 15:8-10, 새번역) [8] 그런데 맨 나중에 달이 차지 못하여 난 자와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9] 나는 사도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사도입니다. 나는 사도라고 불릴 만한 자격도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했기 때문입니다. [10]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의 내가 되었습니다. 나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복음과 관계된 바울의 삶을 요약하면 이렇다.
1) 자신은 칠삭동이 같이 모자라는 사람이다.
2) 모자란 자신을 불쌍히 여기셔서 은혜를 주셨다.
3) 그래서 나는 가장 작은 사도다. 사도라 불릴 자격도 없다.
4) 자신이 사도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다.
5)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다.

바울 뿐 아니다.
베드로의 제자인 마가가 쓴 성경인 마가복음에는
마가의 이야기 뿐 아니라 베드로의 이야기가
예수님 이야기와 함께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실패 이야기다.

복음은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객관적인 사실만으로는
결코 올바르게 전달될 수 없다.
전하는 자의 삶의 이야기가 복음과 버무려질 때
비로소 복음은 능력이 되어
누군가의 삶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그렇게 복음이 전하는 자의 삶으로 버무려져야
복음을 굳게 붙드는 것이 되고,
그래서 복음은 비로소 '헛되지 않게' 된다.

3. 제자훈련 이야기

제자훈련을 오래 동안 받아서
순장 또는 셀리더 또는 목자가 되어서
누군가를 잘 가르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그것이 복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일까?

그렇게 하셨던 어떤 분이 이런 고백을 하셨다.

"제자훈련을 빡세게 시키는 교회에서
열심히 제자훈련을 받았습니다.
셀리더가 되었고 누구를 만나든
복음으로 잘 양육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문제임을 알게 되어서 마음이 괴롭습니다.
열심히 가르치고 양육하긴 했는데
말씀이 나의 내면을 통과하진 않은 것 같네요."

이런 정도의 고백이었다.

제자훈련을 빡세게 시킨다고
복음을 올바르게 전달할 사람이 된다고
나는 전혀 믿지 않는다.

'빡센 훈련'이 없어서가 아니라
'복음이 비춰지고 해석된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없어서
복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다고 믿는다.

나는 일대일 제자양육 성경공부를 할 때
빡세게 숙제를 많이 내주지 않는다.
암송도, 큐티 숙제도, 성경 읽는 숙제도 없다.
그런 것들은 본인의 삶이 말씀에 잠기기 시작하면
저절로 하고 싶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고 싶어져서 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제자 양육'을 하지 않는다.
건방지게 무슨 '제자 양육'을 내가 한단 말인가 싶어서다.
나는 누군가를 양육할 인물이 못 된다.
나는 그저 내가 참된 제자가 되어가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받은 복음을 그냥 전달한다.
일대일 제자양육 성경공부를 통해서도
내가 누군가를 양육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나에게 전달되어 들어온 복음이
나의 삶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인지를
담담히 전달할 뿐이다.

이 시대는 누군가를 제자로 양육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보다
자신의 삶을 통과한 복음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해주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나의 삶을 통과한 복음 이야기는 무엇일까?
복음은 나에게 전해져 와서 말씀을 묵상하게 했다.
그 말씀은 아주 조금씩 나의 삶을 해석했다.

복음이 해석한 나의 삶은 간단하다.
내가 얼마다 비루한지,
내가 얼마나 슬프고 아픈 존재인지,
얼마나 절망적이고 악하고 약한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주었다.

복음이 아니었다면 나의 삶은 쓰레기다.
나는 만물의 찌끼였을 것이다.
나는 칠삭동이처럼 못나고 모자란 존재다.

나에게 복음은 내가 얼마나 죄인인지를
지금도 더 깊이 드러내어준다.
내가 얼마나 연약한지를,
심지어 얼마나 악한지를
지금도 매일 드러내고 또 드러내어준다.

나는 그래서 눈물이 너무 많아졌다.
울고 또 울어도 나의 죄인 됨은 더 커지고
죄인된 나를 사랑하시고 용납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그에 비례해서 더욱 더 커진다.

나의 이 삶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고서는
나는 어떤 복음도 전할 수 없고
어떤 설교도 할 수 없고
어떤 세미나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열심히 설교하고
열심히 말씀묵상 세미나를 하고
열심히 일대일 제자양육 성경공부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제법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설교자로 살아온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설교나 세미나가 단 한 번도 힘들거나 하기 싫지 않았다.

왜 그럴까?
설교를 통해서도 세미나를 통해서도
그저 객관적인 이론만 전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객관적 정보나 이론만 전달했다면
내가 먼저 지루해서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의 묵상을 통해서 말씀으로 내 삶이 해석되고
해석된 내 삶이 설교에 녹아들기 때문에
설교 준비도 행복하고 설교도 기쁜 것 같다.

말씀묵상 세미나나 일대일 성경공부 세미나에서는
그간 해석된 나의 삶의 이야기가 강의 내용에 녹아져 있기 때문에
강의하면서 나 스스로가 먼저 감동과 은혜를 누리는 것 같다.

성도들을 기계적으로 말씀의 내용을 가르쳐서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외우게 해서
복음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을
제자 삼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싶지 않다.

성도 한 분 한 분이
말씀을 묵상하고 묵상하는 말씀을 통해서
자신의 삶이 해석되기 시작하는 것이 감사하다.

성도들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말씀으로 해석된 자신의 삶이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참된 복음의 전달자가 되어가길 소망한다.

나는 사실 목사가 될 자격이 없다.
온갖 세상 일에 치여서
그리스도인답게 전해 살지 못해서
죽을 듯 괴로워했던 비루한 삶이
나의 젊은 시절의 삶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이 50이 넘어서야
겨우 목사가 될 수 있었나보다.
나는 목사 중에서 가장 작은 목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자격 없는 나에게도 복음이 전해졌고
말씀을 묵상하는 삶의 복이 주어졌고
살아나고 회복되는 기적의 삶이 주어졌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행복하고 감사하게
말씀을 전하고 말씀의 사람이 되는 행복을
전달하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내가 나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는 설명할 표현이 없다.

이 은혜를 남은 평생 동안도
매일 누려가길 소망한다.
이 은혜를 성도들도 매일 누려가길,
그래서 자연스럽게 말씀으로 해석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성숙함에 이르게 되길
더 간절히 소망한다.
윤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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