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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죽어라. 당신들이 죽어야 새 세상이 온다
1977년 어느 여름날 오후,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대전 시내에 있는 보문산 전망대에 올랐다. 그곳에는 50-60세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술과 노래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그중에 어떤 이가 일본노래를 부르자면서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왜정시대가 좋았다.”, “왜정시대 때는 호강하면서 살았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일본사람에 비한다면 아직 멀었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팽이근성이 있어서 그냥 말로하면 안되 맞아야 말을 들어….” 등등의 이야기들 이었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일본 군가인 듯한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그 공원에 올라온 사람들 중에서 몇몇 사람이 흐뭇한 미소로 그들을 보면서 일본 군가를 따라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제까지 어른들로부터 내가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참으로 우리의 어른들은 일...본이라면 치를 떠는 모습들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는데, 썩은 콩깻묵을 먹은 이야기, 징용당해 가서 고생한 이야기, 학교에서 무서운 일본인 선생님에게 매 맞은 이야기 등을 하면서 분해 했었는데, 어른들이 그 이야기를 할 때는 모두들 진정한 애국자인 듯 했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분들의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있는 만큼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향수가 있었던 것이다. 일제의 가르침에 세뇌 되었고 그것이 더러운 노예근성으로 우리 몸에 밴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안 된다느니, 우리는 팽이라느니, 우리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느니….”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비하시킨다.
“왜정시대가 좋았다. 그 때는 호강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정말 좋았고 호강했던 부요한 친일파의 자손이었더라면 조금은 수긍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가난한 민중이었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정신까지도 완전히 빼앗긴 것이다.
출애굽한 히브리인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에는 사흘길이면 될 것을 하나님께서는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게 하셨다. 왜일까? 430년 동안 이집트에서 몸에 밴 노예근성을 하나님도 뿌리 뽑을 수 없으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이 다 죽을 때 까지 기다리신 것이리라.
아! 이 땅에 노예근성이 몸에 각인된 이들이여 빨리 죽어라. 당신들이 죽어야 새 세상이 온다. 반공이데올로기에 찌든 이들이여 빨리 죽어라. 당신들이 죽어야 통일이 된다. 군부독재치하에서 교육받고 길들여진 내 세대가 죽어야 진정한 민주세상이 도래한다.
-이야기 신학 48호 (2010년 12월 16일) 중에서-
2020년 8월 15일 광화문 태극기집회에 일장기가 등장했다.
김홍한 목수일 하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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