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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목사

칼럼수필 최주훈 목사............... 조회 수 127 추천 수 0 2020.08.27 16: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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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목사>


루터가 ‘개인 미사’를 교회에서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일이 있다. 실제로 개신교회에선 루터의 지론을 따라 개인 미사를 거부한다. 교회란 ‘신자공동체’이기 때문에, ‘공동체 없이 사제 혼자 드리는 미사는 교회 예배가 아니다’라는 개신교 교회론에 근거한다. 이걸 다른 말로 바꾸면, ‘교인 없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또는 ‘목사의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라는 말로도 확장할 수 있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16세기 루터가 개인 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세 유럽사회는 1347년 흑사병이 발발한 이래, 교회상황이 급격하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매일 평일 예배로 모이던 사람들이 전염병 때문에 죽어 갔고, 두려움은 커져 갔다. 이전처럼 모이다간 하나님을 너무 일찍 만날 수 있으니, 교회당에 사람들이 비어가는 건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러면, 비어가는 교회당에서 예배(미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중세후기 교회 당국의 고민은 오늘 우리의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초대교회부터 이어진 전통에 따라 교회의 사제로 안수받은 사람들이 교인들을 대신하여 예배를 지키는 것이었다.


실제로 초대교회 2세기 교부였던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의 서신에 따르면, 감독/주교직에 선출되는 사람은 교회 공동체를 대신해 순교할 사람이었다. 교회에 일이 생겼을 때, 교회를 위해 순교하겠다는 사람이 이 자리에 선출되다보니, 교회지도자들이 신자들의 존경을 받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지금은 주교와 감독이 권력을 쟁취하는 자리로 이해된다는 게 좀 씁쓸하긴 하지만, 여하튼 초기 교회의 지도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흔적이 전례교회에선 파시아(전례복 허리에 두리는 넓은 천)와 감독이나 주교들의 셔츠에 남아 있다. 그 색이 검정(일반 사제), 보라(주교, 몬시뇰), 진홍(추기경), 백색(교황)으로 계급이 나뉘는데, 검정은 자기부정, 보라는 공동체를 위한 첫번째 고난, 진홍은 공동체를 위한 첫 번째 순교, 백색은 거룩과 정결을 뜻한다.


난, 보라색이나 진홍색 클러지 셔츠를 멋지게 입고 등장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사실 좀 안쓰러운 생각이 들곤 한다. 저분들은 먼저 죽겠다는 표시를 저렇게 공개적으로 하실 정도로 대단한 분들이니 교회에 어려움이 닥칠 때 먼저 순교하실게다. 아니면 사기꾼이던가.


말이 샜는데, 여하튼 사제직은 이런 식으로 공동체를 대표하고 섬기는 직분이다. 페스트와 전염병이 창궐하던 중세후기 공포 속에서 비어가던 교회를 위한 교회 당국의 결정은 교인들을 대신한 사제들의 개인미사였다. 죽음의 공포가 세상을 뒤덮더라도, 교회당에 들어가 정해진 예배의식문에 따라 교회의 신자들을 대신하여 그 자리를 지키고, 기도와 찬송을 하는 게 사제들의 당연한 직무로 받아들여졌다. 이건 루터가 말하는 교회론과 목회론에서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대목이다.


루터가 비판했던 대목은 다른 곳에 있다.


교회의 훌륭한 고민과 선택으로 시작된 개인 미사가 변질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염병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사제에게 부탁하는 미사와 기도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정작 유가족들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회당에 오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유가족들은 사제에게 돈을 주고 자기들 대신 미사를 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교회는 이런 사람들의 미사 기부금(?)으로 교회를 운영을 충당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세후기 교회 재정의 가장 큰 몫을 감당하던 재원은 개인 미사를 사제에게 맡기기 위해 교회에 기부된 헌금이었다. 이 개인미사를 루터는 “구석미사”(Winlkelmesse)라고도 불렀는데, 그 이유는 신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교회 구석에서 하루에 일곱 번씩 혼자 중얼거리며 기도하던 사제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라. 어떤 사람들이 이런 돈을 냈고, 그 유해는 교회당 어디에 어떤 식으로 모셔졌을까?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은 개인미사를 위한 돈을 낼 수 없고, 부자들의 몫이었다. 중세인들의 생각에 교회는 은총의 보화가 담긴 은혜의 창고로 이해했으니, 성찬이 집례되는 교회당 제대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는 늘 권력가와 부자들의 묫자리였고, 거긴 화려하고 거대한 부조로 꾸며지기 일쑤였다. 이에 비해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당에 안에 유해를 안치하지도 못하고, 돈도 낼 수 없으니 교회당 가까운 땅에 구덩이를 파서 넣어놓고는 도망가버리곤 했다. 돈은 없지만 교회에서 가까운 곳이면 그것으로도 족하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회 옆 공동묘지의 유래가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간혹 종교개혁이 ‘면죄부’ 때문에 일어났으니, 당시 교회운영의 가장 큰 몫이 면죄부 판매대금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면죄부 판매대금은 개인 미사를 위해 바쳐진 헌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루터의 비판은 여기서부터인데, 교회의 모든 예배와 영성이 돈으로 환산되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돈을 많이 낸 부자들의 영혼은 사제가 매일 일곱 번씩 기도하며 관리해주고, 가난한 사람들의 영혼은 안중에도 없었다. 루터가 개인미사를 비판한 요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 오늘 우리에게 한 번 물어보자. 교인 없는 교회당에서 목회자가 혼자 예배드리는 건 필요 없는 것일까? ‘맥락 없는 교회론’으로만 말하자면, 그런 예배는 예배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교회 현장이 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교리가 교회 현장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교리의 중심은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데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위 성직자라는 사람들은 그 일을 위해 하늘과 땅 사이에 부름받은 사람이다.


코로나와 자연재해 때문에 교회의 현장이 더욱 위축되어 간다. 그러자 한 쪽에서, ‘대면 예배냐 비대면 예배냐, 그게 예배냐 아니냐’ 말이 많다. 그런 쓸데없는 논쟁 벌일 시간에 사람 생명을 살리는 일에 교회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목회자라면, 묵묵히 교회를 지키고, 신자들을 대표하는 성실함과 우직함을 이런 때일수록 보여줘야한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코로나를 핑계삼아 기회는 이때다 싶어 교회문 닫아놓고, 멍하게 있거나 놀 궁리만 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지금도 가톨릭에서 개인미사가 교회론으로 보아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걸 완전히 폐지 못하는 배경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성직자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가톨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개혁의도시 비텐베르크에 전염병이 돌 때, 루터가 시민들과 교회 성도들에게 급히 도시를 떠나라고 간곡히 설교한 일이 있다. 그런데 그 설교를 잘 들어보면, 다 떠나라고 하면서 자기는 비텐베르크 교회에 남아 있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혼란스런 시기일수록 목회자는 맡겨진 고유의 일을 해야하고, 교인들을 대신해 기도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목회자는 그런 일 하라고 세움받은 직분이다.

그래서 ‘성직자’라고 부르는 거다.

최주훈 목사 (중앙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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