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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일기311-11.6】 표지판이 엉망인 내연산


▲제484회 듣산은 내연산(711m 포항)에 올랐다. 어제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 여자분들은 계곡을 따라 걷고 남자들은 삼지봉 인증을 위해 등산을 시작했다. 오르면서도 계속 여자들 따라 계곡에서 놀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중간에 포기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중간에 그냥 내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드디어 내연산 삼지봉 정상을 찍었다. 올라가면서 1.5km 남았다는 푯발을 보았는데 조금 더 가니 1.8km 남았다고 ‘표지판’이 마술을 부린다. 반대로 되어있는 표지판 때문에 무심코 길을 반대로 들어 3km 정도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최윤식 목사님도 전에 길을 헤맸다고 한다. “계곡 따라가다 열에 아홉은 삼지봉 가는 길을 잘못 듭니다.”라는 블러그의 산행기를 읽고 갔는데, 정말이었다. 도무지 표지판이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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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내연산 등반기 -이상호 목사


주왕산에서 잘 자고 새벽에 밥을 먹고 주산지 옆 절골에 다녀왔다. 절벽과 기암들이 장관이다. 홀로 새벽 보너스를 받은 셈이다.


이제 일행 7명이 안덕면 고아리 백석탄 포트올에 잠시 들렀다. 사진에서 보듯 흰색의 사암이 반짝이는 개울이었다.

이제 포항시 북구 송라면의 동북쪽에 위치한 내연산(710m)을 찾았다. 어, 청하면을 지나네. 백낙원 원로 목사가 사는 곳인데... 하산하고 틈을 내 보기로 하고 내연산으로 고고.


오전 10시 천년고찰 보경사(寶鏡寺)에서부터 시작되는 청하골로 들어섰다. 12개의 폭포를 간직하고 있는 골짜기이다. 문수봉으로 올라갈 계획이었는데 폭포에 홀리고 안내판을 놓쳐 1폭 상상폭포 - 2폭 보현폭포 - 삼보폭포 - 갓부처 - 보현암에서 일행과 갈라져 길 좋은 소금강 전망대를 향했다. 일행은 길 찾는다고 더시 내려갔는대 내려가면 다시 올라야 하고 전망대에 가보고 싶어서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내연산의 내밀하고 수려한 경관에 혼산의 여한이 없다. 비하대 학소대의 멋짐도 기억에 남는다.

때마침 스님을 만나 여기서 인증봉인 삼지봉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갈 수는 있는데 길안내가 없고 힘든다고 일러준다. 지나가는 산객이 보현암으로 내려가서 좌측으로 문수암쪽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문수암 방향으로 혼산이다. 일행에게 전화하니 가고 있으니 열심히 오란다. 한참을 가도 옆으로만 간다. 혹시나 해서 다시 전화했더니 문수암이라 했고 조금을 더 가니 좌측방향으로 문수암이 나오고 600m 뒤에 떨어져 있음을 알았다. 최작가가 컨디션이 안 좋아 느린 걸음이라 곧 따라잡았다.


된 비알로 1km 문수봉을 향했다. 앞서가던 산객과 만나 점심을 간식을 함께 했다. 잠시 쉬었다가 드디어 문수봉(628m)에 올랐다. 인증한 후 삼지봉까지는 2.6km, 1시간 30분으로 나온다. 경사가 낮아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후 1:52 삼지봉(711m)정상인증하였다.


해발고도만 따지면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안 가까이에 솟아올라 있어 내륙의 엇비슷한 높이의 산보다는 휠씬 더 높고 우뚝해 보였다.최고봉 향로봉(930m)까지 가면 좋겠지만 힘도 빠졌고 산 아래에서 기다리는 일행을 생각해서 최단거리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내연산 자락을 굽이굽이 감돌며 40리 가량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바로 청하골, 계곡으로 내려가려고 계획했었지만 등로에 폭포를 본 걸로 위안 삼자.


문수봉까지는 잘 내려왔다. 이제 2km 길도 좋다. 이런 길이면 40분이면 족히 내려갈 수 있게 느껴졌다. 전화해서 늦은 점저를 부탁까지 했다. 그런데 보경사 표지가 없어지고 알바를 시킨다. "길이 아니면 가지말라"는 속담을 나누며 길로 걸었다. 방향은 전혀 다르다. 길도 엄청 늘어난다. 도착해보니 대전2리 마을회관이다.

빨리 최윤식 목사에게 전화해서 차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무려 4km, 차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리하여 기록을 세운 날이 되었다. 28,721보. 13.7km를 걸었다. 이런 일은 자주 있다는 글을 본다. 보경사측에서 입장료관련 길을 막아서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늦은 점심, 아니 이른 저녁을 먹고 4:50 청하면 서정리 백목사님(83) 댁에 잠시들렀다. 시인이자 수필가요, 서각과 인두화 등 다재다능하신 롤모델 조기은퇴한 존경스런 분이시다. 무화과 건강죽?과 작품들을 소개 받으며 저서엔 정성스런 싸인을 해주셨다. 더 많은 말씀을 듣고 싶지만 시간이 늦어서 헤어졌다. 사모님이 쓰러져 노인병원에 계시니 웬지 썰렁함이 가슴 짠하다. 일행들은 귀한 만남이었다고 추억한다.


세종에서 최작가를 내려주고 한다리에서 야식을 하고 귀가하니 10시가 다 된다. 논산 - 익산까지 갈 분들과 아쉬운 작별이다. 1박2일 헌신하는 분들이 있어서 잘 먹고 편안하며 참 좋은 시간이었다. 벅차고 알찬 명산 등반기를 여기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