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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초막을 허무는 시간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만난 성서일과 본문은 변화산에 관한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빛나는 모습으로 변한 것도 놀라웠지만,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베드로는 초막 셋을 짓겠다고 말합니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대신 그 자리, 그 시간에 머물고 싶었겠지요. 구별된 자리를 찾아 은혜를 받으면 집과 일터로 돌아가기 싫은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제자들을 데리고 더러운 귀신 들린 아이가 기다리는 산 아래로 내려옵니다.
말씀 앞에서 코로나19의 시간을 돌아볼 때 마음속에 드는 아픈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이 땅의 교회는 산 위에 초막을 지으려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크고 높고 화려한 우리만의 초막을 견고하게 세워왔던 것인지도요. 이제는 초막을 허물고 은총이 있어야 하는 세상을 향해 낮아지라고, 어쩌면 코로나19의 시간이란 주님이 그것을 우리에게 일러주시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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