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성서 봉독

자료공유 최주훈 목사............... 조회 수 47 추천 수 0 2021.09.07 11:39:34
.........

말씀과 성례전이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예배를 설명할 때, 말씀의 전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서 봉독과 설교다. 말씀의 빛은 신앙의 신비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공예배에서 선포되는 말씀의 시간에 설교자의 만담이나 개인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고, 그날그날 변하는 목사의 감정에 좌우되어 뽑기식으로 분문이 선택돼도 안 된다.

예배에서 선포되는 말씀은 언제나 교회의 본질인 복음, 즉 하나님이 우리에게 전하신 구원의 기쁜 소식에 집중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전례 교회에서 공예배의 성서 봉독과 설교는 반드시 복음서 중 한 본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교회력을 사용하는 오늘의 교회에선 시편과 함께 세 본문(구약-서간-복음서)을 읽지만, 성서 봉독엔 다양한 전통이 있다. 서(西) 시리아 계열 예배에선 회당 관습을 그대로 수용해서 율법서와 예언서에서 하나씩 읽은 다음, 신약의 서간문과 복음서, 총 네 개의 본문을 읽었다. 야고보 전례에선 구약과 신약에서 각각 세 개씩, 총 여섯 본문을 읽었다.

구약을 읽고 신약을 읽는 전통은 분명히 동방교회에서 시작했지만, 오늘날 교회력을 사용하는 교회에서 부활 절기에 구약대신 사도행전을 봉독하는 건 서방교회 전통인 갈리아 예전(4~8세기)에서 유래했다. 지금의 교회력 성서 본문처럼 연속읽기(lectio continua)가 그때부터 있었는지는 알 수 없고,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각주)

성서 본문 앞뒤에 기도나 찬송이 연속적으로 따라붙는 비잔틴 계열 예배에서 성서 봉독은 독립된 순서로 보기 어렵다. 이에 비해 로마 전례가 주류가 된 서방교회에선 말씀 봉독 순서가 도드라지게 분리되어 있다.

독특한 건, 서방교회 예배에서 시편의 위치이다. 성서 봉독에 시편을 포함하지 않지만, 시편은 늘 성서봉독 시간에 나머지 세 본문과 함께 낭독되거나 노래로 불린다. 예배 때 시편에 가락을 붙여 사용한 건 이미 기독교 초기부터 시작되었지만, 보통은 입당송으로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시편이 로마계열 예배에서 성서 봉독과 연결된 건 6세기 즈음이다.(각주) 원래 초세기만 해도 예배가 시작되면 시편 가사로 만든 찬송을 부른 후 성서 말씀을 읽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몇 가지 순서가 시편과 성서 봉독(복음서) 사이에 들어왔다. 모두 기독교가 로마의 종교로 공인된 이후 예배가 점차 화려해지면서부터 생겨난 일이다.

글로만 보면 이해가 안 가겠지만, 유럽의 오래된 교회에 가보면, 회중석 중간 오른쪽이나 왼쪽 벽에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설교대가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걸 독서대 또는 암보(Ambo)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강대(Pulpit)라고도 하는 암보는 마이크가 없던 시대에 회중에게 봉독자의 음성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위치에 있다.

암보는 헬라어 ‘암본’(ἄμβων)을 음역한 건데, “높은 자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름대로 교회의 암보는 사실 성서 봉독이나 설교와 상관이 없고, 원래 귀족이나 황제를 위한 VIP 특별좌석으로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러다가 하나님의 집 안에 귀족을 높이는 자리만 있는 게 뻘쭘했는지 다른 한쪽엔 또 하나의 암보를 만들어 교회 안에 두 개의 암보가 마련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교황권이 강화되면서 교회 안에 하나의 암보만 남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설교대’ 또는 복음서를 봉독하는 ‘독서대’인 암보이다.

2~3세기만 하더라도 설교는 곧 복음서를 또박또박 잘 읽어주는 것이었다가 나중에 성서 본문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시간이 된다. 결국, 알고 보면, 성서 봉독이든 설교든 같은 자리에서 하게 되는데, 그래서 암보를 설교대 또는 복음서를 낭독하는 독서대라고 같이 말할 수 있게 된다.

6세기로 돌아가자. 시간이 지나면서 예배의 자유는 예배서 안에 글자로 갇히기 시작하고, 그 방법도 점차 세밀해지고 예배는 경건한 듯 화려하게 변해갔다.

6세기 어느 일요일 아침 로마 시내 한 교회에 들어가 보자.

예배 시간에 늦었는지 벌써 입당송부터 영광송 모음기도까지 다 끝났다. 이제 말씀의 예전이 시작된다. 말씀 봉독의 시간이 되자 봉독자가 구약의 말씀을 낭독한다. 저 뒤편에서 잘 훈련받은 솔리스트가 두툼하지만 고풍스럽게 장식된 예식서(cantatorium)를 들고 나와 멋진 목소리로 시편 두 소절에 가락을 붙여 노래한다.

이제 성가대(Schola Cantorum) 차례다. 독창자의 선창에 이어 다음 두 소절의 시편을 아름답게 이어 부른다. 독창자와 성가대의 교창이 교회당 안에 아름답게 채워질 때, 봉독자는 서서히 암보로 올라간다. 그런데 바로 끝까지 올라가지 않고 첫 번째 계단 위에 올라서자 노래는 멈춘다.

잠시 고요한 정적이 흐르면, 그때 봉독자는 두 번째 성서 본문(사도서간)을 낭랑한 목소리로 낭독한다. 성서 봉독이 끝나자 성가대에서 다시 시편 가사로 된 찬송이 울려 퍼진다. 계단에 있을 때 부른다고해서 이 찬송을 ‘층계송’(Graduale)이라고 한다(각주).

노래가 계속되는 동안 봉독자는 아주 천천히 계단을 올라 독서대 앞에 복음서를 펼치고 낭독을 준비한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성가대에서 ‘알렐루야’ 찬송이 퍼지면, 그때 복음서를 봉독하고, 다 끝나면 모든 회중이 함께 ‘찬미가’로 복음을 환호한다.....


최주훈 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96 묵상나눔 file Navi Choi 2022-03-30 28
11095 칼럼수필 꿀벌 실종 사건 조병수 2022-03-29 26
11094 무엇이든 최근 발표한 2022년도 총인구 통계 마복영 2022-03-28 61
11093 칼럼수필 목사 안수/임직 최주훈 목사 2022-03-27 50
11092 무엇이든 또 한번의 대선을 지나면서 이 글을 꼭 남기고 싶습니다. 고형원 2022-03-25 32
11091 칼럼수필 지금 한국 교회는 망했다. 김요한 2022-03-25 54
11090 가족글방 마르틴 부버, 나와 너 최주훈 목사 2022-03-24 86
11089 묵상나눔 미신과 권력 file Navi Choi 2022-03-23 41
11088 묵상나눔 3초의 비밀을 알고 계십니까?♥ 김광한 목사 2022-03-22 42
11087 뉴스언론 풍수가 안보를 이겼다 김종구 2022-03-21 29
11086 무엇이든 나 자신을 위한 변명 김요한 2022-03-17 35
11085 무엇이든 20대 대선과 한국교회의 태도에 대하여 김영규 2022-03-15 31
11084 무엇이든 대선에서 드러난 편향된 사람들 file [1] 고배봉 목사 2022-03-14 44
11083 묵상나눔 이제 다시 시작이다 file [1] Navi Choi 2022-03-14 31
11082 무엇이든 한국교회 사망선고 받았습니다. file [2] Navi Choi 2022-03-11 59
11081 가족글방 한국교회 극우 목사들은 거짓말을 멈추십시오 김요한 2022-03-07 40
11080 무엇이든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의 죄, -생각하지 않는 것 file Navi Choi 2022-03-07 16
11079 무엇이든 각 후보 당선 후 예측 결과 김요한 2022-03-05 50
11078 칼럼수필 익숙함과 낯섬 김요한 2022-03-02 26
11077 가족글방 낙엽은 곱게 단풍든 후 떨어진다.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김홍한 목사 2022-02-09 17
11076 가족글방 왜 한국 개신교는 무속에 관대할까? 김요한 2022-02-08 48
11075 묵상나눔 하누카 [1] Navi Choi 2022-02-08 35
11074 무엇이든 혹시 문의 가능할까요 [1] 김민지 2022-02-06 23
11073 가족글방 신비주의대 합리주의의 싸움 김홍한 목사 2022-01-27 36
11072 홈페이지 AVAST에서 경고문이 뜹니다. [1] 장목사 2022-01-19 40
11071 무엇이든 지옥의 문 앞에 서 있는 목사들 김요한 2022-01-19 74
11070 칼럼수필 손없는 날 김요한 2022-01-19 52
11069 묵상나눔 베데스다, 무자비한 희망고문의 연못 박대영 2022-01-15 33
11068 광고알림 부활절 트레일러 콘테스트 김영한 목사 2022-01-15 30
11067 광고알림 장학생을 찾습니다 Navi Choi 2022-01-14 28
11066 광고알림 『대각성전도집회 설명회』에 동역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국제제자 2022-01-12 17
11065 광고알림 개척, 미자립, 작은 교회를 위한 겨울 무료 사경회 김영한 목사 2022-01-10 37
11064 가족글방 MZ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이유 페이스북 2022-01-10 80
11063 가족글방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1] 페이스북 2022-01-10 31
11062 가족글방 한달간 집나갔던 진돗개가 돌아왔다. 오진석 2022-01-10 14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