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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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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니 자정이 넘었으니 이제 어제 이야기입니다.
어제 밤 늦은 시간에 우리 회사 편집장과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앞으로 회사에 어떤 변화들이 있을지, 제가 계획하고 구상하는 바를 자세히 이야기해줬고, 편집장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해줬습니다.
대화 말미에, 제가 편집장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한 가지 했습니다.
"애들은 요즘 신앙생활 잘 해요?"
참고로, 저희 회사 편집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신학교라고 하는 합동신학교를 졸업했고, 부인도 합동신학교에서 함께 수학한 동기동창입니다.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에는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 5년간 유학을 했습니다.
덕분에 저희가 만드는 신학책의 히브리어 교정을 보는 데 있어 굉장한 도움을 받습니다.
우리 편집장은 대학생 자녀가 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첫째는 교회를 잘 안 다니는 것 같고, 둘째는 억지로나마 교회를 다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목사인데도 아들이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교회출석을 멀리하는 것, 옛날 같으면 깜짝 놀랄 일이지만, 요즘은 이런 일이 너무 흔해서 별로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편집장은 큰애의 신앙에 대해 걱정이 많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아이가 현실 교회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딱히 뭐라 마땅히 해줄 말이 없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사실 제 주변에는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크리스천 가정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목사, 장로, 권사님 가정에서 자녀들 신앙 문제가 가장 큰 딜레마가 된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딱히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전혀 못찾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자 수준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고민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리고 기성 세대가 교회 때문에 상처받고 예배당 출석을 포기한 것과 더불어, 다음 세대가 기독교 복음에 대해서 등을 돌리고 사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해야 되돌릴 수 있을지 정말 고민이 깊습니다.
아마 이대로가면 머잖은 시기에, 한국교회는 텅텅 비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으리으리한 예배당들이 경매물건으로 왕창 쏟아져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그리고 여전히 돈과 인력을 독점하다시피고 하고 있는 교회의 목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진지하고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금 당장 자기 눈앞에 있는, 아직은 먹고 살만한 현실에 도취되어, 몇 년 후로 다가온 대재앙을 못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그저 간절히 기도할뿐입니다.
주님께서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기셔서, 지금의 한국교회가 완전히 새로워질 수 있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길, 우리의 자녀들이 다시금 복음의 광채를 발견하고 신앙의 열정을 회복할 수 있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길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미력하나마 제게 남은 인생, 특히 향후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에, 제가 방황하는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비록 예배당에 출석하지는 않더라도 그러나 자신의 신앙을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지혜와 건강과 물질이 허락되도록, 정말 간곡히 기도합니다.
비록 내 선배들은 우리 세대에게, 이런 망해가는 교회를 물려줬지만, 그러나 나와 내 동료 세대는, 우리 자녀들에게 교회가 거룩하게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물려줄 수 있게 해달라고 정말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런 기도를 하노라면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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