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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https://veritas.kr/ 베리타스 

[차정식의 길위의신학] 아전인수와 중구난방을 넘어서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마 11:16-17).


이 구절이 또 성서주석의 괴로움을 자극하는 말썽의 소지가 된다. 흔히 이 구절은 복음에 대한 반응이 냉랭한 상황을 비판할 때 적용된다. 말씀을 듣고도 무감각한 청중..., ‘할렐루야!’의 외침에 ‘아멘!’의 화답이 없는 회중을 꼬집을 때도 이 구절은 적격의 단골메뉴다. 좀더 거시적으로 적용의 맥락을 확산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대가 제 사업과 향락에 빠져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에 냉담한 상태로 드러내는 무관심과 무응답도 저 구절에 걸린다. 교회 안에서, 또 교회 밖 세상에서, 저 어록은 하나님의 말씀에 좀처럼 가슴을 열어 보이며 화끈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을 오지게 다루는 비판의 만병통치 구절임에 틀림없다.


이 비판은 비판의 메시지만 놓고 볼 때 옳다. 그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 세대의 덤덤한 형편과 교회 내 냉랭한 회중의 얼어붙은 심령이 처한 그 무감각의 현실이 비등하니 제대로 진단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비판의 근거로 저 구절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고 옳으냐는 것. 이 구절이 ‘이 세대’의 그런 면면을 꼬집고 질타하기 위해 인용된 것이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메 게노이토’! - 절대 그럴 수 없다.


예수가 이 세대를 빗대어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구절은 장터의 아이들 놀이에 등장한 노랫가락이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익숙한 가락 아닌가. 나도 어릴 적 이런 노래 부르면서 동네 공터에서 여자아이들과 놀았던 기억이 난다.(아, 정말 그 가운데 섞여 놀았던가? 여자애들 노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훼방 놓지 않고?) 마찬가지로 그 옛날 팔레스타인의 장터에서도 아이들은 무료를 달래면서 혼인식 놀이와 장례식 놀이라는 걸 했다.


혼인식 놀이에 피리를 불며 풍악을 울리는 주인공 악사들이 있고 이에 장단 맞춰 춤을 추는 조연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장례식 놀이에도 주인공으로 ‘아이고, 아이고’ 호곡을 선창하는 상주(喪主)나 돈 받고 그 역할을 대신하는 호곡꾼 역의 주연이 있고 거기에 맞춰 가슴을 치며 슬피 우는 조연들이 있다. 너도 나도 주인공 역할을 맡고 싶어 한다. 그러나 놀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 편이 주인공 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힘세거나 우기기 좋아하는 녀석들이 자청하여 주연을 맡았는데, 나머지 아이들이 시큰둥한 반응이다. 주연 쪽이 혼인식 놀이 하자며 피리 부는 시늉을 하고, 또 장례식 놀이 하자며 호곡을 선창해도 들러리 조역을 맡아야 할 아이들은 도통 반응이 없다.


너무 어이없어서였을 것이다. 아마 그 주연 담당자들을 뽑는 절차가 공정하기 못했거나 그것을 자기들끼리만 독점하려는 게 못마땅했을 것이다. 나머지 아이들이 협조를 안 하니 주연 맡은 애들이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겁박을 하는 기세다. 거기서 튀어나온 소리가 바로 본문의 내용이다. “우리가 너희한테 피리를 불어 신호를 했는데도 너희는 춤추지 않네” “우리가 슬피 호곡했는데 너희가 가슴 치며 울지 않았잖아.”


이 구절은 세례 요한 이야기로 전후 맥락이 감싸여 있다. 이 노랫가락의 인용 직후 예수는 즉각 자신과 세례 요한을 비교, 대조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아니하매 그들이 말하기를 귀신이 들렸다 하더니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매 말하기를 보라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 하니...” 인용구의 직전에서도 예수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세례 요한에 대해 길게 언급했다.


요점은 이렇다. 혼인식 놀이와 장례식 놀이의 주연을 맡아 왜 따라하지 않느냐고 겁박하고 우기는 애들은 세례 요한과 예수를 아전인수의 기준으로 비방하며 욕하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 나아가 그들로 표상되는 변덕스런 ‘이 세대’ 전체에 해당된다. 반면 그러한 제 멋대로의 기준으로 겁박하는 자칭 주연들의 공세에 춤추지도 않고 가슴을 치며 슬피 울지도 않는 묵묵부답의 반응을 보인 아이들은 세례 요한과 예수의 분신이다. 대꾸할 가치가 없으니 침묵으로 응대하는 것이다.


저들은 세례 요한의 장례식스런 금욕주의적 행보에 대해 일용할 양식을 취하며 일상을 즐기는 기준으로 ‘귀신이 들렸다’고 정죄한다. 그러나 반대로 먹고 마시길 즐기는 혼인식스런 예수의 향유주의적 태도에 대해서는 대뜸 세례 요한 식의 기준을 들이대어 정죄하면서 ‘먹보’와 ‘술꾼’ ‘죄인의 친구’ 등의 언사로 비방한다. 예수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아전인수의 재단과 중구난방의 정죄를 장터 아이들의 노랫가락에 빗대어 ‘이 세대’를 통째로 질타한 것이다.

금욕주의자 요한에게 들이댄 공격의 기준은 예수에게 어울릴 법한 혼인식 놀이의 파행(순항?)에서 나오는 비방의 잣대이다. 향유주의자 예수에게 들이댄 공격의 잣대는 세례 요한의 분위기에 걸맞을 듯한 장례식 놀이에서 연유하는 정죄의 걸쇠이다. 더 간단히 줄여 말해, 세례 요한은 예수 같지 않다고 욕먹고 예수는 세례 요한 같지 않다고 욕먹는 형국이다. 그런 기준을 들이대는 자칭 시대의 주류이고 당대 종교의 주역인 자들은 아전인수의 잣대로 그 둘 모두를 물 먹이려고 작심했으니 왜 중구난방인들 일삼지 못했겠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종교 기득권을 세례 요한과 예수가 침해하는 것을 아니꼽고 더러워서 못 봐주었다. 제 멋대로 그렇게 밀어붙였던 것이다.


자, 여기서 결론을 맺자. 이러한 일련의 촘촘한 해석에서 저 장터의 노랫가락은 역전의 사실로 판명된다. 피리를 분 자들은 예수가 아니라 위선적인 바리새인들이다. 여기에 덩달아 춤추지 않은 이는 예수이다. 호곡을 선창한 자는 세례 요한이 아니라 제 잘난 멋에 취해 살던 서기관들이다. 여기에 배알도 없이 가슴 치며 슬피 울지 않은 자는 세례 요한이다. 아전인수와 중구난방에는 예나 지금이나 침묵이 특효약이다. 자기들끼리 지껄이라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주류와 기득권은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무섭다. 귀에 걸든, 코에 걸든, 어디에 걸더라도 잘못되었기 때문에 잘못될 수밖에 없고, 결국 잘못된 걸로 낙인찍어 자기들의 지킬 걸 사수하려고 한다. 세례 요한은 그 틈바구니에서 폭력의 칼날에 목이 잘렸다. 예수는 그의 뒤를 이어 십자가에 정치범처럼 흉물스럽게 찢겨 돌아가셨다. 이들이 선도한 하나님 나라조차 폭력에 의해 침탈당한 형국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아이들의 노랫가락을 뒤집어 해석하여 왜 춤추지 않느냐고, 왜 가슴 치며 애통해하지 않느냐며 다그치길 좋아한다. 세례 요한의 속도 모르고, 예수의 억하심정에 눈치도 없이 멀쩡한 얼굴로 완악한 '이 세대'의 편에 서 있다. 피리 불고 호곡하며 제 선창에 왜 따라오지 않냐고 성질부리는 그 주역과 주류의 편에서 그렇게 역정을 내고 있다. 아뿔싸, 딱한 노릇이다. 무지는 이미 굳어져 그 반대의 의미가 진실이 되었다. 의미를 뒤집기엔 너무 늦었는가.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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