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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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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중에 겪은 황당한 일
어떤 미친(?) 분이 앞으로 나오더니....
날씨가 무척 춥고 눈이 내리던 날, <성빛 순복음 교회>에서 말씀 사경회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세번째 설교를 시작하는 중이었습니다. 10분쯤 지났는데 뒤쪽 작은 예배당 입구에 어떤 남루한 옷을 입은 젊은 아저씨 한분이 들어오시더군요.
손에는 작은 하얀 아이스 박스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한참 제가 설교를 하는 중인데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제 앞에 서서 청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퉁명스럽게 이렇게 말합니다.
"목사님~ 이거 집에 가져가세요..."
설교 중에 이런 일 당해보기는 첨이라 황당했습니다. 청중들도 어리둥절했습니다.
마침 성막 공간의 거룩의 세등급을 설명하고 있는 참이라 이렇게 재치있게 넘겼습니다.
"여러분, 바로 이 박스가 거룩 1등급짜리입니다! ㅎㅎㅎ"
(청중: 까르르)
저는 순간 그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사람, 즉 조금은 정상적이지 않은 외부인이거나 성도의 한명인 줄 생각했습니다.
앞자리에 계신 담임 목사님이 미소지으며 그러십니다.
"목사님, 그거 받아놓으세요."
저는 그 박스를 받아 강대상 옆 바닥에 놓았습니다. 박스를 저에게 건넨 그 아저씨는 다시 저벅저벅 예배당 밖으로 나갔습니다.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었는데 참 어이 없었습니다.
집회 끝나고 목사님이 그러시네요.
"목사님...그 박스, 군고구마에요. 우리 교회 길건너편에서 군고구마 파세요. 그분이 목사님 집회하러 오셨는데 고구마파느라 참석도 못해 미안하다고 저렇게 군고구마 들고 오신거에요."
아~ ..... 순간, 가슴이 뭉클하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고아처럼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형제님이라고 합니다.
"목사님, 너무 귀한 성도네요.
제가 나가는 길에 꼭 기도해드리고 가야겠습니다."
가방을 들고 일어나 나가보니 리어카가 안보입니다. 오늘따라 일찍 장사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셨다네요. 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고 그분을 내내 축복하며 기도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박스를 여니 아직도 따끈따끈 식지 않은 고구마 예닐곱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고구마가 식지 않도록 정성스레 아이스박스를 구해 거기에 담아준 겁니다... 제 가슴도 뜨거워졌습니다.
박스에 손을 얹어 다시 한번 감사와 축복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이 성도님의 이토록 귀하고 아름다운 마음 다 아실 줄 믿습니다. 복을 내려주옵소서. 돈 잘 벌게 해주옵소서. 하는 일마다 복이 쏟아지게 하옵소서...."
이 얼마나 귀한 마음이요 신앙입니까. 설교하러 온 목회자를 이렇게 극진히 대접한 그분의 마음.... 그 고구마는 세상 어떤 것보다 귀한 예물이었습니다.
가난한 자들이 하나님께 바친 비둘기 번제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손바닥만한 제물을 소나 양, 염소와 똑같이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라"라고 하셨던 겁니다. 과부가 바친 불과 두 렙돈의 헌금도 그러했습니다.
...
어제 어떤 학원에서 이런 광고를 올려 물의를 빚었다고 합니다.
"치킨을 시킬지(1-3등급), 배달할지(7-9등급) 이번 겨울이 좌우한다!"
사람들은 그 성도님을 7-9등급 인생 취급할지 모르나, 하나님보시기엔 최고 등급의 보석같은 인생입니다. 정말로 귀하신 분입니다. 꼭 제가 그분을 다시 찾아뵙고 뭐라도 보답해드려야겠습니다....
"하나님...
그분이 축복을 넘치도록 받게 해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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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의 오늘(21일) 있었던 일을 함께 나눈 글입니다. 당시 올린 글을 오늘 페친 한분이 공유해주셔 저도 우연찮게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 형제님의 따뜻한 마음이 다시 전달되어 눈시울이 적셔 옵니다. 사실 당시 제가 그 형제님에게 목사님을 통해 소정의 생활비를 전달했습니다. 그 다음 해에도 선물을 보냈습니다.
금년 이 추운 겨울 그 형제님이 다시 생각나는데, 목사님께 안부를 묻고 따뜻한 선물을 보내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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