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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의 엘레드]
주님,
낮이 밤으로 저물 듯이,
제 가슴도 얼마쯤 즐거움을 맛보다가
낙담과 실망 속으로 기울곤 합니다.
만사가 귀찮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은 거예요.
누가 뭐라고 말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누가 문을 두드려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마음은 차돌처럼 단단해지고요.
그럴 때 저는 들로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성경을 읽거나 명상을 하고,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들을
편지로 써서 당신께 부칩니다.
그러면 예수님, 당신의 은혜가 홀연 어둠을 몰아내고,
무거운 짐을 벗겨주고,
긴장을 풀어주지요.
순식간에 한숨은 감사의 눈물로 바뀌고,
그 눈물은 하늘 기쁨의 홍수가 되어 제 몸을 감싸 흐릅니다.
사랑하올 그리스도님,
저를 붙잡아주십시오.
제가 지은 죄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제 손목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풀어
당신을 안게 해주십시오.
제 눈에서 무지의 비늘을 벗겨내어 당신을 보게 해주세요.
왜 뒤로 미루십니까?
무엇을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당신은 저의 하나님이요 주인이 시며,
저의 피난처요 능력이시고, 저의 영광이요 희망이십니다.
사랑하올 그리스도님, 당신을 믿고 의지합니다.
저를 붙잡아주십시오.
<Aelred of Rievaulx 1110-1167>
젊은 날, 왕실에서 복무한 적이 있는 엘레드는 잘 생긴 용모와 재치 있는 언변으로 주변에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곧 강렬한 동성애 욕구에 사로잡혔고 그것은 그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1134년 요크셔 지방 리보에 있는 신설된 시토회 수도원을 방문했다가 그곳에 엄격한 금욕 생활에 자극되어 그 자리에서 수도회에 들어갔고 10여년만에 수도원장으로 피선되었다. 격렬한 논쟁과 분쟁들을 부드럽고 따뜻한 성품으로 잠재워 줌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당시에 근엄한 분위기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이 사람한테 느끼는 성적 욕구나 감정들도, 비록 그것을 육신으로 실현하진 못한다 해도, 모든 인간관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소중한 요소라고 생각한 그는 수도자들 사이에 친밀한 사귐을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장려하였다. 그의 기도들에는 예수를 상대로 한 같은 친밀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월간<풍경소리 제101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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