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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 출처 : | 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7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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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노믹스19] 동업 = 아브라함과 롯
김민홍 2021.03.15 <주간 기독교>
“불신 쌓여 갈등 겪고 결별 선언
계약서 만들고 강자가 양보해야”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동업을 애용했다. 해방 후부터 한국경제의 압축성장 시절 이전까지이다. 자본이 달렸고 기술이나 영업력이 모자랐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친 것이다. 비단 삼성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해방 이후 우리 기업들은 대개 친구나 동향끼리 모여 창업을 했으며, 동업형식을 선택했다. 삼성은 설탕사업 진출 때 동양그룹 창업주 이양구 회장과 손을 잡았다. 또 이병철 회장은 동양방송을 차릴 때 금성그룹 구인회 회장을 끌어들였다. 이 회장은 또 삼성물산을 만들 때 효성그룹의 조홍제 회장을 부 사장으로 앉혔다. 삼성은 LG, 효성, 동양그룹과 한때 동업으로 그룹을 발전시켰다.
삼성의 동업관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짧게는 3년 안팎이고 길게는 10년 채 안 된다. 큰 잡음을 내지 않고 헤어졌다.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헤어지면서 저마다 마음 고생들은 한 모양이다. 회고록엔 결별의 과정을 비교적 담담하게 남겼다. 상대방을 비방하지도 않고 말을 아끼려 애를 쓴 흔적이 뚜렷하다. 결별의 과정에 공통점은 한 가지 있다. 소문이 난 후 결별까지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갈등이 심했고 이해관계가 대립했다는 뜻이다. 그것은 지분청산 때문이다. 돌아서면서 서로 얼마씩 어떻게 나누어 갖느냐로 의견 차이가 컸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주로 상호 즉 영업권을 가졌다. LG, 효성, 동양은 현금이나 다른 계열사를 갖고 나갔다. 대개의 동업은 당대로 끝냈다. 후대까지 이어진 경우가 아주 드물다. 삼천리그룹은 2대까지 존속됐다가 3대에서 헤어졌다. LG그룹도 구인회 회장과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할아버지인 허인호 회장이 동업으로 발전했다가 3대 때 결별했다. 이만하면 엄청 장수했던 동업이다.
아브람과 롯도 동업했다가 헤어진다. 롯은 아브람의 조카이다. 고향 땅 우르에서 함께 떠났다. 하란을 거쳐 가나안 땅에도 동행했고 이집트 이주 때도 롯은 아브람을 따라갔다. 아브람과 롯은 부족경제를 이루면서 가나안 땅으로 정착했다. 둘 사이에는 끈끈한 혈맹이고 동업체제이다. 아브람은 오랫동안 아이를 낳지 못했다. 아브람 입 장에서 끔찍하게 아꼈다. 비록 동생의 아들이지만 자신의 자식처럼 챙겼다. 아브람이 이집트 생활에서 얻은 것은 물질이다. 파라오의 추방으로 이집트를 떠날 때 아브람은 부족경제의 우두머리로 자리 잡았다. 성경엔 단 한 줄로 이렇게 기록했다. “아브람은 가축과 금과 은이 많은 부자였습니다.” 부자 아브람은 자만하지 않았다. 가나안 땅에 들어서자 마자 하나님한테 예배부터 드렸다. 고난 속에 하나님의 능력을 깨달았고 그만치 믿음 또한 여물어지고 깊어졌다.
아브람만 부자가 된 게 아니다. 동업자이고 쭉 동행했던 롯도 부자가 됐다. 양과 소와 장막이 많아졌다. 재물은 갈등을 부채질한다. 이집트생활까지 어려웠던 시기에는 갈등이 없었다. 오히려 더 힘을 합쳤다. 고난을 인내하며 돈을 모아서 이집트를 떠났다. 아브람과 롯 관계는 가나안 땅서 금이 갔다. 종들의 다툼 때문이다. 가축이 늘어나면서 초지가 부족해 졌다. 아브람의 종과 롯의 목동들 사이에 초지를 놓고 싸움이 일어났다. 아브람과 롯의 갈등은 아니다. 그래도 아브람은 부끄러웠다. 특히 가나안 주민들 보기에 그랬다.
아브람은 롯을 찾아간다. 헤어지자고 했다. 동업청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아브람은 롯에게 우선권을 주었다. 롯이 차지하는 반대편으로 아브람은 떠나기로 작정했다. 아브람이 어른이지만 아랫사람에게 양보했다. 롯한테 떠나라고 하거나 쫓아내는 형국이 아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양보한 미덕이다. 롯은 물이 많고 평평한 땅을 꼽았다. 요단강을 낀 옥토이다. 더욱이 소돔과 고모라가 가까운 곳이다. 흥청망청 화려한 도시이다. 롯은 처음엔 들판에서 살다가 소돔과 고모라성 안으로 들어간다. 제 발로 재앙의 도시, 비극의 현장으로 찾아갔다. 이는 롯의 믿음 부족이 만든 선택이다. 아브람은 롯과 반대쪽으로 간다. 척박한 땅이다. 하나님은 아브람의 동업청산 방식에 흡족했던 모양이다. 아브람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축복을 내렸다. 아브람에게 가나안의 동서남북 넓은 땅을 자손대대로 물려주기로 약속했다. 거기다가 후손들도 땅의 티끌만치 많게 해주겠다는 축복을 내렸다.
아브람의 동업청산은 축복의 결별이다. 그런데 대부분 동업은 뒤 끝이 안 좋다. 갈등의 수순을 겪고 분쟁에 휩싸인 후 헤어진다. 사회적인 이목이 두려워 비교적 조용히 헤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개 싸움이 일어난다. 법정소송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청 부살인, 강제 납치극까지 일어난 적도 있다. 동업의 미덕은 화목과 인화 그리고 믿음이다. 동업은 유리판 위에 서는 형국이다. 쉽게 깨진다. 서로 믿지 못해서 동업은 무너진다. 동업은 신뢰가 첫째 조건이다. 동업자끼리는 이 신뢰를 바탕으로 반드시 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 신뢰해야 롱런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다. 동업사이도 그렇다. 발등을 찍는 근본원인은 돈이다. 회계의 투명성이 결여되면 불신이 싹 튼다. 특히 기술과 자본이 뭉친 동업은 깨질 확률이 높다. 기술을 댄 파트너는 회계 돌아가는 내용을 잘 모른다. 장사가 잘 되고 돈을 많이 버는 줄만 안다.
그러나 세상 일은 맘 먹은 대로 그리 잘 돌아가지 않는다. 사업은 더하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예측대로 안 된다. 사업엔 영업판촉비 등 직간접비가 만만찮게 들어가 손해 볼 수도 있다. 이것이 동업자간에는 오해를 부르고 불신요인이 된다. 동업을 할 땐 형제간에도 계약서는 꼭 만들어야 한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위해서다. 특히 최악의 경우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약서가 필요하다. 계약서에는 정확한 업무분담과 급여 등 경비사용을 명기해야 한다. 또 투자금액과 지분율도 명시하고 반드시 공증까지 받아두어야 한다. 사업이 번창할 때를 대비해 반드시 재투자비율도 기재해서 뒷날 분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동업은 반드시 깨진다. 이는 불문율이다. 인간의 욕심이 그렇게 만든다. 사업이 번창해도 깨지고 기울어지면 더 잘 헤어진다. 화목, 인화, 신뢰도 그게 잘 실천 안 되고 유지하기가 더 어렵기에 강조하는 법이다. 동업엔 강자 약자도 없다. 오히려 약자의 목소리가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강자가 약자를 배려와 희생 양보의 미덕으로 대해야 한다. 그래야 동업은 롱런이 가능하고 헤어질 때도 조용하다. 마치 아브람과 롯 처럼. J
김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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