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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 출처 : | 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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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노믹스34] 우등재와 열등재 = 이삭과 숫양
김민홍 기자 주간<기독교>2021.04.19
“소득증가로 소비 늘면 우등재 선호
보리밥처럼 실패도 열등재서 벗어나”
돈을 벌면 일상생활이 변한다. 소비 종류가 다양해지고 소비량도 늘어난다. 소비습관과 소비구조마저 바뀐다. 돈 씀씀이가 달라져서다. 지갑이 얇을 때 비해 의식주생활이 고급 지향적으로 껑충 뛰어 오른다. 대체상품들은 품질이 좋고 비싸다. 그 적나라한 사례를 우리는 실제 경험했다. 소고기 파동이다. 80년대 초반 고도성장 절정기 때다. 집집마다 가계부가 풍족해지면서 소고기를 즐기게 됐다. 그 이전까지 우리는 돼지고기 소비가 압도적이었다. 시장에선 소고기 품귀사태가 일어나고 정부는 긴급하게 해외에서 소고기를 수입했다. 이때부터 미국, 호주 등이 한국 소고기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경제학에서는 모든 물건은 정상재(우등재)와 열등재로 구분한다. 정상재는 소득이 늘어나면 시장에서 소비도 함께 늘어나는 물품이다. 반대로 열등재는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오히려 줄어드는 제품이다.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서 시장에서 더 잘 팔린 소고기는 정상재이다. 반면에 돼지고기는 열등재이다. 그런데 이 구분은 절대적이 아니다. 소고기에 비해서 돼지고기는 분명히 열등재이다. 그러나 우리는 삼겹살을 엄청 즐긴다. 오히려 소고기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서 어떤 사람한테는 돼지고기가 열등재가 될 수 없다. 소비자들의 마음에 따라 열등재와 정상재는 간혹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어떤 물건을 두고 정상재와 열등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물건의 가격과 소비자들의 문화, 취향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정상재와 열등재의 구분은 모든 조건은 다 똑같고 다만 소득이 늘어났을 때를 단순하게 비교 분리한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삭은 정상재이고, 숫양은 열등재이다. 숫양은 이삭을 대신한 번제물이라 대체재임은 분명하다. 대체재 중에서도 숫양은 이삭에 비해서는 분명히 열등재이다. 물론 이 비교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인간은 재화가 아니다. 숫양은 재화이기에 비교 자체가 억지 구석이 있다.
하나님은 아브람의 믿음을 훈련시키기로 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아브람의 믿음을 염려해서가 아니다. 아브람의 믿음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시험내용은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이다. 아브람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귀한 아들을 번제물로 내놓으라고 했다. 아브람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순종했다.
아브람 일행은 3일 걸려서 번제장소인 모리아산에 도착했다. 두 명의 종과 나귀는 번제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머물게 했다. 아브람은 이삭에게 장작을 지게하고 둘이 걸었다. 이삭은 궁금했다. 번제에 사용되는 불과 장작은 있지만 번제물인 양이 없었다. 이삭은 아브람에게 양이 없다고 질문했다. 이때 아브람은 “양은 하나님이 준비 하신다”고 대답했다. 이삭이 아브람의 대답을 믿었을까? 또 아브람도 내심 하나님이 양을 준비해 줄 것을 기대했을까?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아브람은 이런 의문 자체를 갖지 않았다. 아브람은 하나님을 믿고 순종했다. 하나님도 아브람의 믿음을 확신했다. 이삭도 그랬다. 하나님께 믿음의 시험을 치렀다. 이 시험은 믿음의 훈련이다. 이삭은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과 믿음이 어릴 때부터 탄탄했다.
아브람은 번제의 제단을 쌓고 그 위에다 장작을 놓았다. 그리고 귀한 아들 이삭을 묶어 제단 위에 올렸다. 이삭은 저항은커녕 미동도 하지 않았고, 아브라함은 칼을 높이 들었다. 성경은 그 이상 기록하지 않았다. 이삭이 아브람을 보고 있었는지? 눈을 감았는지? 상황 설명이 전혀 없다. 여기서 단 한 가지 사실만 확실하다. 그것은 이삭도 아브람도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도 하나님께 반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아브람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맘(경외심)을 확인했다면서 숫양으로 번제를 올리라고 명령한다. 이삭 대신에 숫양이 번제물로 쓰였다. 여기서 숫양은 대체재이면서도 바로 열등재라 하겠다.
열등재라 해도 소득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잘 팔리는 물건도 많다. 그것은 생활에 꼭 필요해서다. 필수재라 하겠다. 삼겹살은 우리에게 필수품목이다. 또 있다. 열등재이지만 세월의 변화로 우등재를 앞지르는 품목이 있다. 바로 보리밥이다. 70년대까지 우리는 보리쌀이 들어간 보리밥을 먹었다. 그때는 하얀 쌀밥이 정상재이고 보리밥은 열등재에 속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보리밥이 건강식으로 올라섰고 쌀밥은 기피 음식으로 밀려났다. 보리밥이 쌀밥에 비해 우등재의 자리에 올라앉게 됐다.
재화는 아니지만 우리는 여기서 실패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패는 성공에 비해서 분명히 열등재라 하겠다. 그런데 긴 인생을 반추해 볼 때 실패의 미덕이 있다. 그것은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우이다. 실패에 무너지거나 굴복하지 않았을 때를 말한다. 실패를 경험 삼아 성공의 발판으로 만든 일이 많다.
실패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실패에 굴복하고 영영 일어서지 못하는 경우이다. 실패의 가치도 인정해야 된다. 실패한 인생이라고 절망해서도 안 된다. 절망을 딛고 성공으로 나갈 수 있다. 그 연장선에 믿음도 있다. 믿음도 때로는 꺾이고 시험에 들 수 있다. 시험은 거듭할수록 내공이 더욱 강해지는 법이다.
세월과 함께 열등재가 우등재로 바뀌는 일은 허다하다. 특히 실패가 그러하다. 성공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자면 개인의 노력과 도전 그리고 지혜도 뒤따라야 한다. 믿음도 그렇다. 시험 들고 훈련받으면서 영성은 자라나고 강해진다. 열등생이 우등생으로 올라서는 이치와 같다.
김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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