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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이미 알려져
한때 주역의 하도(河圖)와 낙서(洛書), 문왕팔괘(文王八卦), 복희팔괘, 거기에 우리나라의 金一夫 선생이 그렸다는 정역팔괘(正易八卦)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집착했었다. 특히 숫자에 특별한 무엇이 있는가 하고 집중해서 수없이 계산기를 두들겼는데 얻은 것도 있었지만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초보적 수준의 고대인들의 수학계산을 너무 신비감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역은 미래를 예측하는 점서다. 그런데 수학이 발달하면서 수학적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 권위를 상실하고 고대인들의 자연과 인간의 원리를 담은 일종의 철학만 남았다.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주역을 무슨 비법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수학적 연구를 하고 있음은 답답한 일이다.
미래를 알고자 하는 것,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중에 하나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권력도, 돈도, 명예도 모두 거머쥘 수 있다. 당장 내일 아침 증권시세만 알 수 있어도 거부가 될 수 있다.
사실 거의 모든 학문은 미래학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학문이다. 학문이 깊고 넓고 풍부할수록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미래를 아는 것은 어떠한 술수나 요행수, 신념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엄밀한 학문으로 아는 것이다. 술수나 요행수로 알고자 하는 것이 미신이다. 그렇게 알 수 있다고 하는 이가 사기꾼이다.
세상은 온통 신비다. 우주의 운행이 신비다. 생명의 탄생이 신비다. 풀 한 포기가 신비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는 더더욱 신비다. 신비한 세상, 신비한 인생, 신비한 미래를 어떻게 알고 어떻게 해석할까? 그것을 알고 해석하는 비법이 없을까?
안타깝게도 비법은 없다. 뉴턴이 만류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비법이다. 그런데 뉴턴은 그 비법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 것이 아니라 온 천하에 공개했다. 학문이 된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역시 비법이다. 그도 그 비법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 것이 아니라 온 천하에 공개했다. 학문이 된 것이다. 의사들 중에는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그 치료법도 알아낸 이들이 적지 않다. 역시 비법이다. 그런데 그들도 그 비법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지 않고 온 천하에 공개했다. 예수께서는 하늘나라 비밀을 알았다. 그 비밀을 온 천하에 공개했다. 공자께서도 석가께서도 역시 인간세상의 해법을 터득하신 분들이고 생·노·병·사의 비밀을 터득하신 분들이다. 그리고 그 분들은 그것을 온 천하에 공개했다. 세상에 가장 흔한 책이 성경이요 불경이요 사서삼경이다. 이렇게 심오한 진리의 가르침들이 모두 공개되었는데 무슨 다른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혹 누군가가 깨달았다 하고 비법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공개하지 않고 혼자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가짜다. 공개하는 순간 가짜임이 드러나기에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다.
진리는 충분히 알려졌으되 그 깊은 것을 알지 못하기에 비밀이다. 그래서 진리는 “알려진 비밀”이다.
진리는 이렇게 충분히 알려졌으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필사적으로 알려고 하기는 고사하고 접근조차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진리를 아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리의 길을 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김홍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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