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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 출처 : | 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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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노믹스38] 매몰비용 = 롯 아내
김민홍 2021.05.24
“이미 들어간 돈 불리하면 포기해야
주식투자 손절매 등 미래 겨냥을”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크게 흩뜨렸다. 특히 관광과 여행 및 문화 스포츠 쪽은 직격탄을 맞았다.
A사는 유명한 공연기획업체이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선보인 공연작품마다 관객몰이로 대박을 터트렸다. 작품성도 뛰어날 뿐 아니라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공연계에선 A사를 황금의 손으로 부르고 부러워했다. 코스닥 상장 준비까지 서두르고 있었다. 이 A사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댔다. 지난해 7월 초 오픈을 겨냥한 대형작품 B를 기획 추진했다. 해외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송금 등 각종 비용도 치렀다. 또 공연을 올리는 극장엔 대관료까지 지불했다. 총 1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A사 입장에서는 큰돈이다.
그런데 A사는 두 손을 들었다. 계획했던 작품 B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국내 공연시장은 코로나 사태로 극장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설사 연다고 하더라도 관객이 찾아오지를 않았다.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6월 들어서부터 민간 극장은 문을 열었지만, 이마저도 수지를 맞출 수 없었다. A사는 이미 들어간 돈 10여억 원이 아까웠다. 그래도 공연은 접어야 했다. 공연을 강행키로 하고 제작을 계속 진행하면 적자는 더 커질 판국이다. 10억 원을 버리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올바른 선택이란 결론을 내렸다. A사는 눈물을 머금고 작품 B의 공연계획을 포기했다. 이는 이미 투자된 돈 10억 원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때 포기한 10억 원을 경제학에선 ‘매몰비용’이라고 부른다.
롯은 그날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다. 당시 도시국가에서 성문은 중요 기능을 했다. 외부인들의 출입을 체크할 수도 있었지만, 주민들이 모여 어떤 문제를 논의하는 시민광장의 역할을 했다. 특히 롯은 이제 이방인의 따돌림을 벗어나 소돔성의 핵심 리더인 법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것은 소돔성이 아브라함의 지원 덕분에 재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롯은 성문 앞에서 하나님의 천사 두 명을 만났다. 바로 아브라함이 극진히 모셨던 천사들이다. 하나님만 함께 하지 않았을 뿐이다. 롯은 이 두 천사를 자기 집으로 안내했다. 롯도 두 명의 천사들이 범상치 않아 주요인물이란 사실을 금세 알아챘던 모양이다. 천사들은 롯에게 자신들의 임무를 밝힌다. 그것은 소돔성의 죄악을 확인하고 유황불로 멸망시키는 일이라 했다. 날이 밝자 천사들은 롯을 재촉했다. 멀리 떨어진 골짜기로 도망가라고 다그쳤다.
롯은 지쳤다. 동시에 골짜기가 멀어 보였다. 산골짜기에 도착하기 전에 심판의 불이 내리칠 것으로 우려됐다. 롯은 천사에게 가까운 작은 성으로 도피하겠다고 제안했다. 천사들은 혼란의 와중에서도 롯의 청탁을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엄중한 당부의 말이었다. 성으로 도피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롯의 아내는 성으로 도피하면서 두고 온 물질이 아까웠다.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알뜰히 챙겼던 살림살이도 눈에 밟혔다. 소돔성의 터전과 거기서 누렸던 물질적 풍요가 롯 아내의 도피 길을 막아섰다. 롯 아내는 유황 불길이 쏟아지는 소돔성의 재산을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롯 아내는 소금 기둥으로 변했다. 롯의 아내는 매몰비용에 집착한 나머지 소금기둥이 됐다. 소돔성에 두고 떠난 금은보화를 비롯한 돈과 땅 그리고 소, 양, 염소 등 가축은 포기해야 했다. 이들 재물은 소돔을 떠남과 동시에 없어진 것이다. 롯의 부인은 자신의 손에서 떠난 재물에 집착했다. 매몰비용을 인정 못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롯의 아내와 닮았다. 매몰비용에 매달리고 잘 포기하지 못한다. 덕분에 이 매몰비용의 덫에 걸려 벗어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몰비용은 눈덩이처럼 더 커지는 속성을 지녔다. 이것이 매몰비용의 허점이다. 들어간 돈 10만 원이 아까워서 멈칫거리거나 더 빠져들면 매몰비용만 커진다.
주식투자에서 이를 확실하게 경험하는 수가 많다. 프로급 투자자는 손해보고도 주식을 내다 판다. 이를 ‘손절매’라 부른다. 과단성이 요구되는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 내던지지 못하고 계속 가졌다가는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시장 상황이 나쁘거나 기업실적에 악재가 겹쳤을 때는 과감하게 가진 주식을 던져야 한다. 이전까지 손해 본 금액은 ‘매몰비용’이다. 이런 일은 개인 간 거래에서 더러 볼 수 있다. 아주 친한 친구가 어려운 국면에 처해 현금 도움을 청하면 우리는 거절을 못 한다. 처음엔 의리상 빌려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큰 낭패를 경험한다. 빌려준 돈을 회수할 요량에서 계속 더 빌려준다. 빌려준 금액은 자꾸 커지는데도 그렇게 끌려간다. 이때 어느 시점에서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빌려준 돈을 포기하고 매몰비용으로 여겨야 하는 법이다. 결혼생활이 거의 파탄지경에 이른 부부도 그렇다. 이혼을 망설이는 까닭이 매몰비용인 수가 더러 있다. 부부가 그동안 가꾸어 온 정성과 시간, 공간이 걸림돌이다. 이를 매몰비용의 함정이라 한다. 깨진 부부관계는 과거이다. 봉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밝은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매몰비용의 함정은 이혼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만든다.
흔히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시간이나 투입된 돈 등 매몰비용을 아깝게 여기다가 현재 가진 것마저 잃는다. 삶에서 이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나간 시간이나 투자한 돈은 돌려받을 수 없다. 과거에서 과감히 벗어나 미래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현명하다.
김민홍/본지 이사장 cnews1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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