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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아버지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짤린 하나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나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당한 하나님
그래도 당신은 하나뿐인 늙으신(민중의) 아버지
하나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계실까
쓰레기더미에 묻혀버렸나 가엾은 하나님

전두환과 신군부의 광기가 세상을 유린하던 1980년대 초반 목숨 걸고 띄운 마당극에서 백골단에게 사로잡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예수 역을 맡은이가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를 지은이는 김흥겸,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판자촌으로 유명한 신림 7동의 낙골교회 전도사로, 또 노점상으로 살았다. 1995년 그는 위암 선고를 받았고 2년 동안 처절하게 병마와 싸우다가 1997년 서른여섯의 나이로 죽었다.
이 노래에서 하나님은 하늘 보좌에 앉아계시지 않았다.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않으신 무력한 하나님이다. 늙고 병드셨다. 도무지 능력이 없어서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기도하는 이의 기도를 애써서 외면하시고 귀 막아 버리시고는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계신 하나님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가사가 너무 처절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한 번 들었는데 그 노래 가사를 기억했다. 서투른 기타 반주로 이 노래를 부르며 나는 많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