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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진리의 삶을 살고자 성직의 길을 나선 나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성직자의 모습으로 살고파서 나도 한번 탁발 수도를 떠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해 보고자 했는데 내가 과연 탁발의 길을 나설 수 있을까? 이제는 그 꿈을 버려야겠다. 배가 고프지 않다. 진짜 못 먹어서 굶어 죽을 지경이면 저절로 탁발하게 될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 먹고자 함이 아니라 수도하기 위한 탁발이니 진정한 탁발이 될 수 없다.

거지들이 밥 빌어먹는 것을 “수도”라고 한다면 너무 고상하고 사치스러운 말이다. ‘품바’공연 동영상을 보았다. “품바”란 거지들이 동냥하기 위한 공연이다. 당연히 가장 바닥 인생들의 저질(?) 공연이다. 통속, 비속어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성적 농담도 빠지지 않는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프란체스코는 고상하게 빌어먹었을지 모르지만 진짜 거지들은 천박하게 빌어먹었다. 그나마 노래하고 춤출 재주라도 있는 이라면 천박하게나마 빌어먹었겠지만 그런 재주도 없는 이들은 비굴하게 빌어먹었고 처절하게 빌어먹었다. 아~ 나는 고상하게 빌어먹지도 못하고 비굴하게 처절하게도 빌어먹지 못하겠다.

바람은 흘러간다. 구름도 흘러간다. 물도 흐르고 별도 흐른다. 그런데 나는 어찌 늘 이 자리인고. 나도 이제 흐르는 삶보다는 지금 이 자리를 고수하는 “늘~ 그러한” 늙은이가 되었나 보다.

......

북은 둥둥 울리고, 바람 솔솔 부는 데

빠른 걸음 조용한 모습으로 운치 있게 춤춘다.

인생의 머나먼 길,

걷고 또 걸어 사막을 지나오고

헤치고 또 헤쳐서 늪에서 벗어났네

가죽신은 헤어져서 발가락이 드러났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지혜가 배어있고

그윽한 눈에는 인자함이 드러나는구나.

멋대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이건만 기상이 서렸으니

인생이 헛된 것만은 아니리라.

이제 인생의 황혼 길에

둥둥 북 울리고 바람 솔솔 부는 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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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 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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