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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의 변증법

가족글방 Navi Choi............... 조회 수 44 추천 수 0 2022.11.19 08: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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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덴디 새들러 <수도사의 식사> 캔버스에 유채, 1923


영화 <바베트의 만찬>(1987, 가브리엘 액설 감독)은 진실한 한 끼 식사가 공동체 평화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덴마크 서해안 외진 청교도 마을. 이 마을의 목사에게는 경건한 두 딸 마르티나와 필리파가 있다. 그중 필리파를 연모한 파리의 오페라 가수 아쉴, 그는 필리파를 사랑하지만 결실을 얻지 못하고 35년이 지난 후 이 영화의 주인공 바베트를 자매에게 보낸다.

당시 프랑스의 혼란한 정세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고 쫓기는 신세였던 바베트. 그런 바베트는 두 자매의 집에 몸을 의탁하고 무보수 가정부가 되어 마을 노인들의 식사 수발을 돕는다. 그렇게 15년이 흐르며 뜻밖의 행운이 바베트를 찾아온다. 1만 프랑의 복권에 당첨된 것. 이제 바베트는 파리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자매들은 아쉽지만 그녀를 보내야 한다. 그런데 바베트가 목사의 탄생 백주년 기념 만찬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바베트는 한 주간 파리를 다녀오며, 진귀한 음식 재료들을 구해왔다. 검소를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자매는 당황했다. 그동안 지켜온 청교도의 검소한 삶에 흠집이 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만찬 날, 마을 주민들은 전에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고급 음식 앞에서 당황했지만, 식사가 진행되면서 미식의 즐거움에 차츰 젖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불화했던 마음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고, 감춰두었던 위선과 거짓과 미움을 서로 고백했다. 자연스럽게 이해와 용서가 뒤따랐다. 마침내 만찬이 마쳤을 때, 그들은 사랑을 회복하였고 모두 행복해했다.

손님들이 다 돌아간 후 자매는 바베트에게 칭찬과 감사를 표하였다. 그제야 바베트는 이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재산을 다 소비했음을 밝힌다. 가장 불행했을 때 자신을 맞아준 사람들과 그들이 섬기는 바닷가 외진 마을 주민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단호하게 포기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인간을 위해 기어이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정신을 본다. 바베트의 만찬은 그리스도의 만찬과 잇닿아있다. 과소비가 아름다운 것은 이런 경우밖에 없다.

우리는 식탐을 자극하는 홍수의 시대를 살고 있다. 탐식에 빠진 자의 특징은 ‘다른 이에 대하여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본래 식탁이란 둘러앉은 이들과 삶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자리이다. 인생과 우정과 자연과 예술 등 다양한 주제가 식탁에 올라 나눔과 소통을 통하여 삶을 성숙시키고 윤택하게 하는 곳이다. 탐식에 빠진 자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감사가 없다’는 점이다. 땀 흘려 수고한 농부에 대한 고마움과 결실에 이르는 과정에 함께한 자연에 대한 감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공간이다.

오늘 내가 과도하게 섭취한 음식은 굶주린 어린이들이 먹어야 할 음식이었을 수도 있다. 장 드 톨레도(Jean de Toledo)는 “칼로 죽은 사람보다 탐식으로 죽인 사람이 더 많다”고 하였다. 바실리 페로프의 <수도원의 식사>(1865~1876), 월터 덴디 새들러의 <수도사의 식사>(1923)에 어린 러시아와 영국 종교의 부패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1885)이 비교된다. 스스로 가난에 이르는 삶,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는 삶이 세상을 구원한다.

최광열

미술평론가. 미술에 깃든 이야기를 끄집어내 벗들과 소통하기를 즐겨한다. 그의 담론에는 역사와 종교가 있어 그 재미와 의미가 더 쏠쏠하다. 담을 허물고 경계를 건너 성큼성큼 다가오는 세상을 추구하는 그는 하늘교회 목사이다.

출처 : 아름다운동행(http://www.iwithjesus.com)

http://www.iwithjesus.com/news/articleView.html?idxno=8599&fbclid=IwAR3ih-g8cehXn5TiF47AsviStUwN8bbLc-m8W6qNGa2PEQ5oMLpeb_-3l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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