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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요한일서 5:13~21
큰 죄를 지은 사람은 큰 벌을 받고, 작은 죄를 지은 사람은 작은 벌을 받는 것이 형평에 맞습니다. 죄는 나쁜 것이니까 무슨 죄를 지었든 같은 벌을 준다면 법 정신에도 맞지 않아 법을 경시하여 무법천지가 되거나 법이라는 이름의 전제 정치 치하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법이 무시되어도 문제지만 법이 만능인 세상이 되면 더 큰 문제입니다.
어떤 버스 기사가 회사에 납부하는 버스비 가운데에서 잔돈 400원을 두 차례 걸쳐 커피값으로 임의로 썼다가 횡령죄로 17년간 일한 회사에서 해고되었습니다. 기사는 해고가 과하다고 구제신청을 냈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관행상 한 일일 수 있다며 기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버스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판사는 회사의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어느 검사가 자신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의 변호사로부터 85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일로 면직되었습니다. 검사는 면직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징계 취소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버스 기사의 해고 여부를 판결한 판사와 검사의 면직 적정 여부를 판결한 판사가 동일인입니다.
죄의 결과는 죽음입니다(롬 6:23). 모든 죄는 악하지만 그 경중에 따라 받는 벌이 다릅니다. 남의 것을 슬그머니 훔치는 것도 나쁘지만 폭행이나 협박으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것은 더 나쁩니다. 동성애는 창조 질서를 어긋나지만, 조롱과 멸시와 차별과 증오는 더 큰 죄입니다. 우상숭배도 죄지만 탐심(골 3:5)과 완고함도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것과 같습니다(삼상 21:23). ‘눈에는 눈, 이에는 이’(출 21:23~25, 신 19:21)라는 율법 정신도 이에 잇닿아 있습니다. 요한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죄’와 ‘죽음에 이르지 않는 죄’를 나눕니다.
“누구든지 어떤 교우가 죄를 짓는 것을 볼 때에, 그것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죄가 아니면, 하나님께 간구하십시오. 그리하면 하나님은, 죽을 죄는 짓지 않은 그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실 것입니다. 죽을 죄가 있습니다. 이 죄를 두고 간구하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요일 5:16).
죽음에 이르지 않는 죄에 빠져 실족한 형제를 위해 기도하는 일은 신앙공동체 구성원으로 반드시 할 일입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자고이래로 법의 시대가 왔습니다. 법을 다루는 이가 지도자가 되어 법의 깃발을 나부끼며 온 나라를 ‘법과 원칙’으로 재단하고 있습니다. 과거 군인이 정변을 일으켜 무력으로 시민을 억압하였듯이 법 기술자들이 등장하여 법으로 시민을 윽박지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법은 공기와 같아야 합니다. 법이 최소화하여야 좋은 사회입니다. 매사를 법으로 판단하고 규정하는 사회는 사람의 생각을 경직시킵니다. 법보다 정치가 중요하고, 정치보다 도덕이 앞서야 하고, 도덕보다 상식이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법관에게 갈 때에 길에서 화해하기를 힘쓰라”(눅 1258)고 하셨습니다. 법 만능은 예수 정신이 아닙니다. 법 마피아들이 만들어갈 세상이 걱정입니다.
영원을 부정하고 절대자를 비웃는 패악한 시대에도 하나님의 진리와 평강을 변함없이 추구하며 빛으로 살고자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사랑의 주님께서 동행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하나님,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법 만능의 사고에 젖어있습니다. 저희에게 법 너머 사랑의 세계를 보는 안목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찬송 : 94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https://www.youtube.com/watch?v=fNuOzPjphnU
2022. 12. 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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