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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5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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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노믹스77] 불공정거래 = 디나와 세겜
김민홍 주간<기독교>2022.04.22
성폭행 당한 후 결혼 조건에 할례 요구
밀어내기 강매 등 제품 수급 따라 갑질 예사
시장은 요물이다. 마음이 수시로 바뀐다. 시장에서 오늘의 강자가 내일엔 약자가 된다. 반대로 약자가 단숨에 강자로 올라선다. 수요와 공급량에 따라서 시장은 변화의 춤을 춘다. 시장에 물건이 넘치면 공급자는 약자가 된다. 반대로 물건이 달리면 소비자가 약자로 변한다. 심해지면 끼워 팔기, 밀어내기 강매와 반대로 사재기 등 파동이 일어난다. 불공정거래가 판을 친다.
코로나가 들이닥쳤을 때 마스크가 그랬다. 마스크가 동나자 대리점은 동네약국의 강자로 바뀌었다. 끼워 팔기 압력을 넣었다. 약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덩달아 마트, 슈퍼상가 등에서도 마스크 끼워 팔기가 성행했다. 아기기저귀, 화장품 등 생필품에 마스크를 끼워 팔았다. 끼워 팔기는 정당하지 않다. 불공정거래로 실정법 위반이다. 밀어내기도 불공정거래이다. 밀어내기는 강매이다. 밀어내기 피해자는 협력회사들이다. 원자재 또는 부품을 납품 받는 조건으로 상품을 강매한다. A사는 골프장을 지으면서 다수의 협력회사 법인회원권 구매를 강요(밀어)했다. 밀어내기는 불황타개책 등 판촉수단이지만 정당하지 않다. 협력회사 입장에서는 불공정거래이다.
불공정행위는 상품거래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은행 등 돈거래에서도 성행했다. 자금시장에서 강자인 은행은 이점을 악용했다. 돈을 빌려 주면서 일정금액을 예금하도록 강요했다. 꺾기이다. 좋은 말로는 구속성예금이라고 했다. 보험회사도 끼워 판 적 있다. 보험사가 대출을 해 주면서 생명보험 등 가입을 요구했다. 대출을 받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족까지 보험 가입을 강요했다. 공정성 위반이다. 불공정 거래행위는 우리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 있다. 거기엔 갑을 간 힘의 원리가 작동해서다.
야곱 아들들이 세겜에게 제시한 ‘할례 조건’도 불공정거래이다. 세겜은 성폭행이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성폭행 협상자리에서 야곱아들들의 목소리가 거칠고 거셌다. 세겜은 단번에 주눅이 들었다. 아무리 불리한 조건이라도 받아 들여야만 했다. 세겜은 조건 수락을 통해 국면전환과 실리성도 노렸다.
세겜이 수세에 몰린 까닭은 ‘디나’ 성폭행사건에 있다. 디나는 야곱의 단 하나뿐인 귀한 딸이다. 디나는 첫째부인 레아에게서 태어났다. 야곱이 가나안 땅에 첫 둥지를 튼 곳이 세겜 땅이다. 세겜은 요단강 서쪽, 예루살렘 북쪽 60Km에 위치했다. 산골짜기라 물이 넉넉했고 풀이 잘 자랐다. 농사와 목축에는 딱 맞았다.
야곱이 세겜 땅에 들어갔을 땐 이미 히위족이 터를 잡고 살았다. 히위족은 가나안 7족속 중 하나이다. 세겜 땅 추장은 ‘세겜’이고 그 아버지가 하몰이다. 야곱은 세겜에게 은돈 1백 개를 주고 캠프 주변 땅을 샀다. 남쪽 50Km쯤 떨어진 곳에 벧엘이 있었다. 벧엘은 야곱이 하나님을 만났고, 약속의 돌베개를 세운 곳이다. 야곱은 그 은혜의 땅 벧엘은 까맣게 잊고 지냈다. 벧엘보다 세겜이 맘에 들어 첫 캠프를 쳤다.
세겜은 세상사에 깊숙이 물든 가나안 땅이다. 딸 디나가 가나안의 사치와 화려함에 반했다. 성경은 디나가 그 땅의 여인을 보러 갔다고 기록했다. 여기서 ‘보러갔다’는 ‘만나러 갔다’로 풀이된다.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다는 뜻이다. 디나는 가나안 땅에 홀려 이미 오래전부터 나들이를 즐겼다고 봐야 하겠다.
디나의 비극은 여기서 생겨났다. 추장 세겜이 디나를 끌고 가서 몹쓸 짓을 저질렀다. 그런데 세겜은 나쁜 짓을 했지만 디나를 사랑했다. 아버지 하몰에게 디나와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세겜은 비록 디나를 강제적으로 범했지만 사랑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
야곱의 아들들은 디나의 사건을 듣고 분노했다. 자존심도 상했다. 당장 세겜을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때 세겜과 아버지 하몰이 야곱의 캠프를 찾아왔다. 디나와 결혼을 제의 했다. 결혼조건도 파격적으로 제시했다. 야곱 가족이 세겜에 영구히 살 수 있도록 땅도 제공하고, 거래도 트자고 했다. 세겜은 디나 오빠들에게 결혼만 허락해 주면 모든 청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신부의 몸값과 예물은 부르는 대로 주겠다는 의사이다. 디나 오빠들은 세겜에게 단 한 가지 조건만 내 밀었다. 할례다. 세겜 땅 남자들이 몽땅 할례를 받도록 요구했다. 양쪽 집안 남자들은 할례로 진정한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야곱아들의 명분은 그럴 듯했다. 거기엔 계략이 숨어 있었다.
할례는 하나님의 제도이다. 거룩한 일이다. 축복이고 약속의 징표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하나님의 제도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야곱의 아들은 이 할례를 악용했다. 그것도 살해의 도구로 사용했다. 디나 사건의 할례 조건은 결코 정당한 거래가 아니다. 어떠한 거래이든지 공정성은 벗어날 소지를 안고 있다. 서로 조건을 내세우다 보면 불공정하게 흘러간다. 거래는 꼭 쌍방합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 불발은 다반사이다. 서로 속셈이 다르기 때문이다. 속임도 들어가고 봐 주기식 특혜도 들어간다. 그래도 결정타는 힘의 강약이다. 거래 성사 순간에 보이지 않지만, 힘이 센 쪽으로 기울어진다.
불공정거래 최종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들이다. 불공정거래에서 발생한 보이지 않는 비용은 몽땅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끼워 팔기, 강매, 할인행위 등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현혹시키고 불안에 빠트린다. 시장을 교란시키고 비양심적인 상행위이다.
세상사는 정답이 없다. 다만 어떤 거래이든지 투명하고 속임이 없어야 한다. 얼토당토 않는 특혜는 사라져야 한다. 공동체 건강을 해쳐서다. 거래는 자로 잰 듯이 할 수 없다. 상대방의 형편을 살펴서 양보와 배려를 해야 한다. 할례 조건은 음험했고 막가파식 거래이다.
김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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