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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과 기대

묵상나눔 Navi Choi............... 조회 수 41 추천 수 0 2023.02.14 08: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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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과 기대
마태복음 11:1~10
현대의 삶이란 개인이나 나라를 막론하고 경쟁 구도 속에 존재합니다. 삶이 생존만을 위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너그러워지기보다는 각박해지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원치는 않지만 절로 경쟁 관계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선의의 경쟁이 자신을 성숙시키고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리한 경쟁은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불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위태롭게 합니다.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을 경쟁 구도로 보는 시선이 지나쳐 보이지는 않습니다. 계시가 단절되어 오랫동안 예언자의 소리가 막혔던 때에 요한은 막힌 물꼬가 터진 듯 하늘의 소리를 외쳤고, 목마른 사람들은 그가 전하는 가르침에 귀 기울이며 열광하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예수님도 천국복음을 전파하면서 백성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셨습니다. 그러니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예수님과 요한이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요한이 옥에 갇혔습니다. 갈릴리와 뵈레아의 군주 헤롯 안티파스가 동생 필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취한 것을 대놓고 비난한 것이 이유였습니다. 군주라도 부도덕한 일을 하였으면 비난하고 책망하여야 마땅하지만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을 때 요한이 군주의 부도덕을 책망하였습니다. 이를 그린 존 로저스 허버트의 <헤롯을 책망하는 세례자 요한>이 성경 주석처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그렇게 하여서 요한은 사해 동쪽의 토굴에 갇혀서 1년여를 지나며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불의한 군주가 득세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메시아로서의 어떤 심판적 행동도 하지 않자 요한은 이에 심각한 의문을 품은 듯합니다. 그래서 자기 제자들을 보내 구약(시 118:26, 사 59:20), 그리고 자신이 앞서 소개하였던(마 3:11)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마 11:2) 질문한 것입니다. 이 질문에 담긴 요한의 속심은 예수님에 대한 적잖은 실망이 있었음을 읽게 합니다. 오실 그이가 당신이라면 왜 아직도 불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까? 왜 아직 정의와 평화는 도래하지 않는 것입니까? 만일 예수가 메시아가 아니라면 예수를 메시아로 소개한 선구자로서 요한의 정체성은 무너지고 그 사명도 무의미해집니다.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마 11:2) 머잖아 죽음을 예견하고 있는 예언자의 예리하면서도 절박한 질문입니다.
 
나는 요한의 이 처절한 질문이 오늘 교회를 향한 칼끝처럼 느껴집니다. 기독교는 인류 구원의 복음을 선교하였습니다. 복음이 가는 곳에 구원과 해방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죄의 권세를 무너뜨리고 죽음의 형벌을 극복하므로 인생은 자유와 평화와 기쁨을 누렸습니다. 교회가 세워지는 곳에 하나님의 사랑이 전파되고 화목이 실현되었고 사람을 보는 따스한 시선이 번졌고, 생기가 살아났습니다.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질서를 지금 여기서 실현하려는 의지가 일떠섰습니다. 그런데 지금 교회에서 그런 의지를 과연 읽을 수 있을까요? 이를 부정하면 불경하고 불신앙적일까요? 이 땅에 교회가 이렇게 많아도 정의는 요원하고 불의는 난무합니다. ‘진리’라는 이름으로 가치 왜곡이 심화되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혐오가 커지는 것은 왜일까요? 불의를 옹호하고 미신을 감싸는 이 교회를 과연 믿어도 될까요?
 
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교회에서 태어나 교회에서 자라고 교회를 지켜온 사람으로서 오늘 교회를 보며 드는 자괴감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 찬송 : 86 내가 늘 의지하는 예수 https://www.youtube.com/watch?v=_5du_0xzm1M
사진설명
#존로저스허버트 <헤롯을 책망하는 세례자 요한>, 1848, 캔버스에 유채, 119.4×171.5cm, 내셔널 트러스트, 웨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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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김봉진 목사

2023.02.14 08:23:27

마태복음 11:1-10절 오실 그이가 예수님입니까?
“예수께 여짜오되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3절)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5절)
옥에 갇혀 있던 요한은 예수님이 하신 일을 듣고,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 자신이 기다리던 '그리스도' 즉 메시아가 맞는지 묻습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4절) 라는 말씀으로 대답하십니다. 예수님은 구약성경에 약속된 메시아이십니다. 거절한 자를 향한 심판은 지연되었지만, 예수님을 영접한 자에게는 이미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기준에 예수님을 맞추지 말고, 예수님의 기준에 우리의 생각을 맞춥시다.
“그들이 떠나매 예수께서 무리에게 요한에 대하여 말씀하시되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7절) 기록된 바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네 앞에 준비하리라 하신 것이 이 사람에 대한 말씀이니라”(10절)
사람들이 광야로 나간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나 부드러운 옷 입은 사람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지자를 통해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선지자를 보러 광야에 나갔으면서도 정작 그가 선포한 메시아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세상 관심사에 사로잡힌 채로 말씀 앞에 나아간다면, 그 말씀이 가리키는 예수님과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습니다. 세상 관심사를 내려놓고 말씀 앞에 나아감으로 예수님과 하나님 나라를 맛보는 삶을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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