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교회'라는 사람들

가족글방 최주훈 목사............... 조회 수 27 추천 수 0 2023.02.15 07:17:04
.........
<'교회'라는 사람들>
영어에서, 교회 대표자들이 모여 중요한 의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시노드’(synod)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교회 공의회’(concilium/council)나 ‘교단’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어원이 흥미롭습니다. ‘함께’라는 ‘쉰’(συν)과 ‘길’이라는 뜻의 ‘호도스’(ὁδός)가 합쳐진 고대 그리스어라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이 여기 담겨 있습니다. 5세기 이전 교회에선 이 단어를 특별한 의미로 사용했는데, ‘한 식탁을 나누는 사람들’, 즉 ‘성만찬 공동체’(교회)에 사용합니다. 그러고 보면, 교회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그리스도의 식탁을 나누고, 같은 길을 걸어가며, 서로의 조각이 되어가는 길동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의사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고, 경찰관도 아닙니다. 교회 밖에 나가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맹탕 목사입니다. 그런데도 교인들은 억울하거나 급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찾아오고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그리곤 애처로운 사연을 풀어놓습니다. 구구절절 풀어놓는 사연을 직접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쯤 교인들도 잘 압니다. 그래도 찾아옵니다. 왜 찾아올까요? 그냥 기도나 받고 심신의 안정을 취하려고? 그런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저 어디서부터 일을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때 이렇게 찾아옵니다.
이때 저에겐 행동 수칙이 하나 있습니다. 병을 직접 고치지 못하니, 교인 가운데 의사 전화번호를 찾아 연결해 주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면 변호사를 찾아 연결해 줍니다. 어제도 급작스레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관계가 참 오묘하더군요. 호소하는 교인, 목사, 일을 처리해준 교인. 이 셋을 이어주며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 유일한 열쇠는 교회라는 곳에 깃든 ‘신뢰의 힘’이라는 사실입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목사에게 연락하거나 호소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교인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목사인 저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고, 부탁받은 교인도 행동에 옮기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신뢰의 관계가 모든 일을 처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뢰는 그렇게 서로 다른 우리를 하나 되게 합니다.
이렇듯 교회는 그리스도와 하나의 몸, 하나로 섞임, 하나의 반죽이 되어가는 곳입니다. 그리스도가 가르친 말씀과 삶이 우리 가운데 안 섞이고, 하나의 반죽이 안 된다면, 거기서부터 교회의 문제가 시작됩니다. 주님은 우리와 하나 되기 위해 사람이 되셨고, 따귀를 맞았고, 희생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찬을 통해 우리에게 먹히고 뒤섞이고 혼합되길 원하십니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 성찬 공동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가 함께 밥을 먹고, 한곳을 바라보고, 손을 잡고, 광장에 나가 한목소리로 무언가를 외칠 수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함께 걸어가는 길동무들에게 예수의 낮아짐과 섬김의 반죽 맛이 안 난다면 문제입니다. 큰 군중이 하나의 시노드가 되어 한목소리를 내며 희생을 각오한다고 한들, 거기서 예수 대신 특정한 인물이 도드라지거나 하나님처럼 숭배되고 높여지는 순간, 그건 예수 이름을 빙자한 사이비 집단일 뿐입니다.
물론, 우리의 신앙은 매번 흔들리고 의심하고 절망합니다. 목사라도 별수 없습니다. 땅 위에 사는 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임재 보다 그분의 부재를 경험하며 몸살 걸린 나를 잡아 세우는 건 언제나 성찬을 함께 나눈 이들입니다. 그렇게 천사처럼 곁을 지켜주며 말 걸어오는 교우들을 통해 ‘교회 공동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 새삼 깨닫고 배웁니다. 홀로 있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한 식탁에서 서로를 믿어주며, 그리스도의 믿음으로 다독여 주고, 손잡아 함께 걷는 이가 있기에 교회입니다.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91 걷는독서 [걷는 독서] 인연은 file 박노해 2023-03-13 14
11690 묵상나눔 실패와 성공 file Navi Choi 2023-03-13 14
11689 가족글방 이단 사이비도 하나님을 믿는다 임대건 2023-03-13 25
11688 가족글방 한국. 크리스찬인테리어 - 믿음으로 일을하는사람들 이종용집사 2023-03-12 19
11687 걷는독서 [걷는 독서] 저기 오는 봄 file 박노해 2023-03-12 14
11686 가족글방 섶- 가재가노래하는곳 file Navi Choi 2023-03-12 16
11685 묵상나눔 오해와 착각 file Navi Choi 2023-03-12 28
11684 걷는독서 [걷는 독서] 좋은 건축은 먼저 file 박노해 2023-03-11 15
11683 가족글방 정확히 17년 전 일이다. [1] 김요한 목사 2023-03-11 38
11682 묵상나눔 부자와 어린아이 file Navi Choi 2023-03-11 35
11681 걷는독서 [걷는 독서]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고통은 file 박노해 2023-03-10 20
11680 가족글방 야자나무와 신앙 최주훈 목사 2023-03-10 32
11679 묵상나눔 본래는 그렇지 아니하니라 file [1] Navi Choi 2023-03-10 22
11678 걷는독서 [걷는 독서] 여기가 나의 지옥 나의 천국이에요 file 박노해 2023-03-09 13
11677 묵상나눔 용서, 언제까지 file [2] Navi Choi 2023-03-09 47
11676 걷는독서 [걷는 독서] 정직한 성공이 아니라면 file 박노해 2023-03-08 12
11675 가족글방 한국의 모든 신학교 문들 닫아야 한다 김요한 2023-03-08 22
11674 묵상나눔 천국의 산수 file Navi Choi 2023-03-08 25
11673 걷는독서 [걷는 독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긴 호흡으로 file 박노해 2023-03-07 10
11672 묵상나눔 천국 문의 현수막 file Navi Choi 2023-03-07 35
11671 뉴스언론 신자 10명 중 1명 이단… 최대 66만명 달할 듯 file 최경식 기자 2023-03-07 29
11670 걷는독서 [걷는 독서] 구름 속에서도 태양은 빛난다 file 박노해 2023-03-06 8
11669 묵상나눔 이 시대 자화상 file [1] Navi Choi 2023-03-06 22
11668 걷는독서 [걷는 독서] 굳은 대지와 껍질을 뚫고 자라나는 file 박노해 2023-03-05 7
11667 묵상나눔 마태의 고집 file Navi Choi 2023-03-05 22
11666 가족글방 그날은 과연 오는가? file Navi Choi 2023-03-05 20
11665 걷는독서 [걷는 독서]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에는 늘 file 박노해 2023-03-04 15
11664 묵상나눔 고백, 그다음 file Navi Choi 2023-03-04 18
11663 가족글방 트라우마'란 과거의 어떤 사고 혹은 사건으로 인해 김요한 2023-03-04 21
11662 걷는독서 [걷는 독서] 나의 시작은 언제나 작고 미약했으나 file 박노해 2023-03-03 16
11661 묵상나눔 예수님의 시대 인식 file Navi Choi 2023-03-03 25
11660 무엇이든 한국말은 어렵다. 김요한 2023-03-03 17
11659 걷는독서 [걷는 독서] 아이들은 자연과 친구들과 있으면 file 박노해 2023-03-02 9
11658 묵상나눔 거룩한 쿠나리아 file Navi Choi 2023-03-02 27
11657 걷는독서 [걷는 독서] 오늘 다시 file 박노해 2023-03-01 10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