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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12:31~37
말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 12:37).
우리 말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습니다. 말은 힘이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게도 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어떤 말은 상대를 격분하게 하고 어떤 말은 눈물을 흘리게도 합니다. 미움과 증오를 유발하는 말이 있고 사랑과 우애를 부추기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을 재촉하는 말이 있고, 평화를 부르는 말이 있습니다. 따뜻하고 포근한 말이 있고 냉랭하고 가시 돋힌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문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수사학이 옛날부터 발전하였습니다.
기독교는 말의 종교입니다. 하나님은 때로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시고, 때로는 세미한 음성으로 말씀하시고, 어떤 경우에는 침묵으로 포효하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종들을 통하여 계시를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그것이 성경입니다. 구약 성경은 민족어인 히브리어로 기독되었지만, 주전 300년경에 보편어인 헬라어로 번역되어 기독교 세계화의 실마리가 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와 사도들도 성경을 헬라어로 기록하였습니다. 헬라어 성경은 후에 세계공용어인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종교개혁 즈음에는 여러 민족어로 번역되었습니다.
렘브란트가 <마태와 천사>(1661)를 그렸습니다. 이 그림만 보면 이 작품의 우수성을 알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진가를 알려면 카라바조의 <마태와 천사>(1602)를 비교해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카라바조는 로마가톨릭교회가 반동종교개혁의 일환으로 미술을 장려할 때 활동한 화가입니다. 그런데 두 화가의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가 다릅니다. 카라바조의 마태는 수동적인 반면 렘브란트의 마태는 천사가 전하는 말이 자기가 기억하는 예수와 일치하는가 골똘하게 생각합니다. 신학에서는 이를 유기적 영감이라고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에만 의존하고 인간은 기계적으로만 쓰임받은 것이 아닙니다. 렘브란트의 신학적 안목이 놀랍습니다.
지성을 통하여 믿음과 결단에 이르고 사유를 통하여 성찰과 헌신에 이르게 합니다. 말과 글이 없는 기독교는 틀렸거나 가짜입니다. 말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사상을 만들고 사상은 하나님 나라의 밑절미입니다. 그래서 말법과 글법을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고전을 읽고 성경을 공부하는 이유는 진리의 좋은 말을 가려내기 위함이며 글쓰기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진리와 소통하기 위함입니다. 말을 부정하는 일은 하나님 나라를 거부하는 일입니다. 말에는 정신이 있습니다.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마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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