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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일기084-3.25】 대나무 소리
햇볕이 쨍쨍 비치는 한낮에도 하늘에는 별도 있고 달도 있다. 밝은 빛이 가로막아서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대낮의 밝은 빛가운데에서는 세상을 환하게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빛 속에 갖혀서 어떤 것을 볼 수 없는 셈이다.
사람은 ‘의식’ 가운데 있을 때는 사물을 인식하지만 그러나 깊은 내면의 세계는 인식할 수 없다. 의식이 고요해지고 잔잔해지면 내 안에 있는 내부의식이 일어난다. 그래서 물질세계와 다른 세계를 감지하게 되는데, 그것은 영의 세계이며 영광의 세계이다.
옛 선인들은 집 주변에 대나무를 심고 댓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피안의 세계를 느꼈다고 한다. 대나무 소리는 물소리 같기도 하고, 파도 소리 같기도 하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외치는 소리 같기도 하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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