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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일기117-4.27】 물렸다
아직 아내가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 거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아내가 뭐가 따끔 물어서 일어났는데, 얼른 불을 켜고 보니 지네가 그 많은 발을 발발발발거리며 부지런히 도망치고 있는 것을 파리채로 때려잡고 있는 중이었다.
아내의 분노에 찬 엄청난 파리채질에 지네는 몸 마디마디가 뿔뿔히 분해되어 버렸다. 나는 휴지로 잔해를 잘 수습해서 밖에 내다버렸다. 아이고~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다가 이런 참사를...
아내의 팔둑엔 선명하게 두 개의 이빨 자국이 뽕뽕 뚫렸다. 나는 지네에 물려도 모기에 물린 것처럼 몇 번 벅벅 긁고 나면 그만인데 유난히 피부가 약한 아내는 한동안 고생하게 생겼다.
“지난번에 사 온 ‘지네박멸’ 약 가루 다 썼어요?”
“아니 조금 남아 있어요. 내일 집 주변으로 뿌려야겠어요.”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 살다 보니 집안으로 온갖 벌레들이 다 들어온다. 그냥 벌레와 공생공존하며 그려러니 사는데 먼저 공격하는 놈들에겐 어쩔 수 없이 응징을 하게 된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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