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올린 글에서 54년 전 제자가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썼는데, 4월 마지막 주일에 다시 찾아와 함께 예배드렸다. 이번에는 나에게 그림을 선물하려고 찾아왔다고 한다. 54년 전 성경 선생이었던 나를 스케치한 기억으로 만난 인연을 기념하여 그림을 선물하는 거란다.
그림은 아르메니아의 젊은 작가인 므헤르 차이냔의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이다. 러시아 전문 갤러리 까르찌나에서 전시되었을 때 제자가 가서 보고 그 그림이 좋아서 캔버스 복사본 두 개를 주문하였고, 그중 10호짜리 캔버스에 인쇄된 것을 나에게 선물하였다.
므헤르 차티냔은 1989년생으로 현지에서 무척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로 선명한 색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 전통 아르메니아 화파의 계승자라고 한다. “구상화와 추상화 그 어느 사이에 위치하며, 자유분방한 붓 터치로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제자가 이 그림을 택한 것은 아마도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자신의 고통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그는 자기가 당하는 고통은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생각하면서 나 같은 죄인의 죄를 사하시고자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 달렸다는 사실에 늘 감격한다고 하였다. 그는 자기가 겪는 병으로 말미암은 고난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죄를 깨우치시는 하나님의 채찍이라고 고백한다.
받은 그림을 내 책상머리에 걸어놓고 보면서 그리스도의 고난에 포함된 나의 죄와 그리고 오늘, 이 땅에 널린 고난과 아픔들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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