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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호모 심비우스
민수기 3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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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아직 요단강을 건너기 전 그들이 머물고 있는 땅이 목축하기에 적합하였습니다. 성경은 이 지역을 길르앗과 야셀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가나안 땅은 대부분 산지입니다. 지중해 연안과 요단강 계곡에만 평지가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본래부터 그 땅에 살던 아모리 왕 시혼과 바산 왕 옥을 물리친데다가 모압 왕 발락마저 물리쳤으니 이스라엘을 불안하게 하는 적이 없었습니다. 많은 가축 떼가 있는 지파에게는 방목지로 아주 적합하였습니다. 이를 남보다 먼저 알아본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가 선수를 쳤습니다. 르우벤 지파와 각 지파의 대표들이 모세와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을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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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떼가 많은 우리에게는 목축하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우리를 좋게 여기신다면, 이 땅을 우리에게 주셔서 우리의 차지가 되게 하시고, 우리는 요단 강을 건너가지 않도록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32:4~5 새번역)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의 행동은 일면 타당하고 일면 부당합니다. 해당 지파 입장에서 보면 적절하고 지혜로운 일이라고 칭찬할 법합니다. 요단 동편의 땅이 강수량도 풍부하고 땅도 비옥하니 살기도 좋은 곳인 데다가 요단강을 건너지 않아도 되고, 가나안 정복 전쟁의 위험을 피할 수도 있으니 탁월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다른 지파 입장에서 보면 이기심의 발로이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할 소지가 많고, 민족 분열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지난 40년 광야 생활의 교훈을 잊는다면 출애굽 1세대의 실수를 반복하게될까 두렵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모세가 이를 질책합니다. “당신들의 동족 이스라엘은 전쟁하러 나가는데, 당신들만은 여기에 머물러 살겠다는 말이오? 이스라엘 자손이 주님께서 주신 땅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찌하여 당신들은 동족의 사기를 꺾으시오?”(32:6~7 새번역) “우리 백성 모두가 멸망하면, 그것이 바로 당신들 때문인 줄 아시오!”(32:15 새번역) 다행히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는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전쟁의 선봉에 서서 싸워 형제 지파들이 기업을 차지할 때까지 요단 동편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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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근대사에서 풀리지 않는 난제가 이념 문제와 지역 이기주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좌우 이념 분쟁은 여간해서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민족 분단에 악용되었고 그로 인해서 슬픈 전쟁을 치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권력화에 이용한 정파들에 의하여 그 골은 더욱 깊어졌고, 원수 사랑을 외치던 교회마저 이 올무에 빠져 세상을 더 혼란하게 합니다. 우리에게 이념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한 연예인이 들려주는 상식의 말이 비수처럼 들립니다. “진보가 뭐고 보수가 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편하게 강자 편에 서기보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할 말을 하고 사는 것이 진보라고 한다면 … 다 같이 사회에 관심을 갖자고 말하고, 돈보다 생명이 먼저라고 말하면 좌인가요?” 이념을 독식하는 행위는 지역 이기주의 못지않은 이기심입니다. 혼자만 잘사는 세상보다 함께 어울려 사는 공생의 세상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꿈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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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사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범인입니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며 일방의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이들도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나요? 공산주의 척결을 주장하는 대형교회 목사의 무지와 무식이 한심하고 이기적입니다. 호모 심비우스야말로 주님의 인간관이 아니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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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220 사랑하는 주님 앞에 https://www.youtube.com/watch?v=rb5Q2xpK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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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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