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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길
예레미야 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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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땅에 이른 비도 오지 않고 늦은 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3:3). 그 이유는 땅이 더렵혀진 때문입니다. ‘땅이 더렵혀졌다’는 말의 의미는 유다 백성의 음행입니다. “네 눈을 들어 헐벗은 산을 보라 네가 행음하지 아니한 곳이 어디 있느냐 네가 길 가에 앉아 사람들을 기다린 것이 광야에 있는 아라바 사람 같아서 음란과 행악으로 이 땅을 더럽혔도다”(3:2). “그가 모든 높은 산에 오르며 모든 푸른 나무 아래로 가서 거기서 행음하였도다”(3:6).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을 섬기는 대신 이방 우상을 섬기고, 특히 번영과 풍요의 종교인 바알교에 매몰되어 음란을 일삼았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거룩한 땅에서 거룩한 삶을 살지 못한 백성을 그 땅에서 쫓아내십니다. 하나님은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히브리인을 구원하여 그 땅을 맡기셨습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시내산 언약이라고 하는데, 이스라엘 백성은 임차인으로서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하나님의 소유,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출 19:6)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만일 그 삶을 살지 못하면 앞서 가나안족을 그 땅에서 쫓아내듯이 이스라엘 백성도 거룩한 땅에서 추방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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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는, 이스라엘이 나를 배신하고 음행을 하다가, 바로 그것 때문에 나에게서 내쫓기는 것과, 이혼장을 쥐고 내쫓기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 신실하지 못한 아우 유다가 두려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자기도 가서 음행을 하였다”(3:8 새번역). 하나님은 유다에 대하여 더 섭섭한 심정을 토로하십니다. 통일 왕국은 솔로몬 이후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로 분열되었는데 하나님은 분열 왕국의 두 나라를 자매로 비유하십니다. 그런데 언니 격인 이스라엘이 주전 721년경에 아시리아에 의해 멸망했습니다. 원인은 영적 타락, 곧 우상숭배였습니다. 이스라엘의 멸망은 그 백성에게 충격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과 유다가 비록 분열의 길을 걷고, 우상숭배의 곁길을 걷더라도 멸망에 이를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민족이 이방 나라에 의해 멸망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막연하면서도 무식한 믿음입니다. 이스라엘의 멸망은 유다 왕국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다 역시 이스라엘의 길을 반복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이를 더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나를 배신하였다고 하지만, 신실하지 못한 유다보다는 낫다”(3:11). 유다가 이스라엘보다 더 완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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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길이었던 길은 없습니다. 처음 나선 사람은 단지 발자국을 남길 뿐입니다. 그 뒤를 앞서 걸은 발자국을 따라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를 반복하여 길이 됩니다. 나중 그 길을 걷는 사람은 앞서 걸은 이의 고단한 노력과 희생과 실패 위를 걷습니다. 아무도 걸은 적 없는 길을 걷던 사람에 비하여 월등히 쉬운 길입니다. 유다가 그랬습니다. 이스라엘의 실패와 절망과 패망을 본 그들은 바로 걸어야 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이천 년 교회의 길을 통해 다져지고 반듯해진 길 위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교회 역사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교회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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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있기를 빕니다. 처음 길을 떠난 이의 실패와 좌절과 절망이 있었습니다. 그 발자국이 오늘 저희의 신앙과 신학과 전통과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발걸음을 따르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저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길 끝에 선 이정표이고 싶습니다.
찬송:528 예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5hAhaWn-Q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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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 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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