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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원 탐방기1] 퐁트넬 수도원

수도관상피정 유재경 교수............... 조회 수 65 추천 수 0 2023.09.04 19: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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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ews.imaeil.com/page/view/2018103018561875220 

[유재경 교수의 프랑스 수도원 탐방기 ]

①신의 숨결이 숨어 있는 퐁트넬 수도원을 찾아서 

201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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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수도원은 명암이 교차한다. 어떤 측면에서 수도원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수도원을 현실 도피의 장소는 보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하면 수도원을 신앙의 참된 길을 찾는 마지막 보루로 보는 사람도 있다.프랑스는 수도원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역사적 전통과 더불어 수도원의 문화를 만들었다.

이번 탐방의 목적이 프랑스 땅에 굳건하게 뿌리내린 수도원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할 뿐 아니라 현재 생활하고 있는 수도사들을 삶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수도원이 무엇인지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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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트넬 수도원 내부는 나무로 된 둥근 천장과 오래된 나무의자 등 검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가히 수도원의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이집트 사막의 수도 전통이 요한 카시아누스를 통해 프랑스로 들어왔으며, 중세 베네딕트 수도회를 개혁한 클루니 수도회와 시토 수도회, 카르투지오 수도회가 모두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럽 수도원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몬테 카시노(Monte Cassino) 수도원이 랑고바르트족에 의해 파괴되었을 때, 많은 수도사들이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에 정착했다.

 

수많은 유서 깊은 수도원들이 산재해 있는 프랑스에서 수도원 탐방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처음엔 무척 막막했다.

이때 "여행자여 길은 없나니, 길은 걸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던 스페인의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일일이 책을 뒤지고, 지도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그려지는 그림은 있었다. 지리적 위치와 문화를 고려하여 개혁 수도원 가운데 현재 수도사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전체 여정이 명확하진 않았지만 탐방의 의미인 도전은 확실했고, 탐방의 정신인 목적도 분명했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의 중심 루앙(rouen)이었다. 루앙은 잔 다르크의 도시가 아니었던가?

무덤도 없고 형체도 없었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십자가상과 기념 교회를 통해 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를 가슴 속에 새기고 있었다.

도시의 상징인 회색의 루앙 대성당은 클로드 모네의 말년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졌다. 모네는 루앙 대성당 파사드를 소재로 하여 대성당 그림을 30점 이상이나 시리즈로 그렸다. 루앙은 인상주의 화가 모네와 잘 어울리는 도시 같았다.

7세기부터 루앙을 가로지르는 센 강 연안에는 여러 수도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이자 경이로운 건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쥬미에쥬 수도원 역시 센 강이 내려다 보이는 작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서 루앙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5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지만, 고흐의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하루를 보낸 다음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 정원과 아뜰리에를 거쳐 다음날 루앙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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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트넬 수도원 외부는 높고 견고하게 쌓아올린 담장은 마치 교도소를 바라보는 듯이 단절감을 느끼게 한다.

 

루앙에서 퐁트넬 수도원(Fontenelle Abbey)까지는 자동차로 30분 거리였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퐁트넬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신비의 미로와도 같았고, 마치 오랜 시간 밀림 속을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깊은 골짜기에 외로이 서 있는 회색 건물은 적막함 그 자체였다. 이 수도원의 공식 명칭은 창설자의 이름과 지명을 결합한 생-방드리유(saint-wandrille) 퐁트넬(fontennelle)이다.

생 방드리유는 왕족으로서 화려한 세속의 삶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649년 모든 것을 버리고 영적인 삶을 찾아 이곳에 수도원을 건립했다.

 

퐁트넬 수도원은 프랑스 역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862년에는 덴마크 해적들에 의해 약탈을 당하기도 했고, 백년 전쟁 기간 동안에는 성채의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2차 세계대전 때는 폭격으로 일부 건물이 파손되기도 했다.

그리고 얀센주의와 정적주의 등 다양한 이단들의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기독교 신앙의 전통을 굳건히 지켜 왔다.

퐁트넬 수도원은 프랑스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무려 17명의 수도사들이 성인의 반열에 오를 만큼 영성이 깊은 곳이었다.

한때 퐁트넬 수도원은 프랑스 북부 전체와 부르고뉴 지방은 물론 심지어 프로방스 지방까지 분원과 교회를 두었을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역사의 영욕을 한 몸에 간직하고 있는 퐁트넬 수도원, 1,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색창연함을 자랑하는 건물은 깊은 고요에 잠겨 있고, 30여명의 수도사들은 고적함 속에서 평화롭게 기도하고 있다.

온 몸 가득 밀려오는 고요와 평화는 언제 그러한 아픔과 단절의 역사가 있었는지 되묻게 했다.

 

퐁트넬 수도원의 안과 밖은 너무나 달랐다. 높고 견고하게 쌓아올린 담장은 마치 교도소를 바라보는 듯이 거부감과 단절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수도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 고요와 평화가 온 몸으로 다가왔다.

두건이 달린 검은 겉옷을 걸친 수도사들이 깊은 고적함 속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을 한 수도사들은 언제나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다.

짧은 머리와 검은 제복은 절제와 통일성이 몸에 베인 군인을 연상시켰는데, 실제 그들의 삶은 군인과도 같았다.

그들의 하루는 새벽 5시 25분에 드리는 새벽기도를 시작으로 7시 30분과 10시에 드리는 오전 기도, 12시 45분과 2시 30분, 5시에 드리는 오후 기도, 저녁 8시 35분에 드리는 마침기도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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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트넬 수도원은 프랑스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역사의 영욕을 한 몸에 간직하고 있다. 

   

그들의 기도와 예배는 인간과 세상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신을 향하고 하나님만을 경배하는 자리였다. 수도사들에게 예배는 의례가 아니라 생활이었고, 성경읽기와 노동 역시 일상이 된 듯했다.

그들의 생활 그 자체가 영성훈련이었다. 수도사들의 매일 반복되는 기도와 예배, 일상은 어렵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무가치한 것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 사람들에게 무가치해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데 일생을 바치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신을 향한 경배처럼 무가치해 보이는 것들이 오늘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원 예배당은 무척 검소했다. 돌로 지은 거대한 고딕식 건물을 상상한 것이 잘못이었다. 예배당 건물은 밖에서 보면 하얀 돌벽과 붉은 기와로 이루어져 있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그저 목재로만 지어진 듯이 보였다.

 나무로 된 둥근 천장과 벽은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단조로운 건물의 영향일까? 예배는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도사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성가는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그토록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경탄할 뿐이었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곧게 뻗어 나오는 맑고 아름다운 소리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다. 예배가 끝난 후에도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수도사들이 부른 그레고리오 성가를 떠올리며 그들이 걸어가고 있는 길을 되새겨 보았다. '그들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이렇게 아름답게 부르듯이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가장 정제되고 아름다운 것을 하나님께 바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여기서 수도자의 수행이란 단지 수기치인(修己治人)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도사들에게 음악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실 퐁트넬 수도원은 그레고리오 찬가로 명성을 날린 곳이다. 이곳과 견줄만한 곳은 프랑스 서부의 솔렘 수도원뿐이다.

미세한 음악적 차이로 프랑스의 성가가 두 파로 나누어지기는 하지만 퐁트넬 수도원은 음악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퐁트넬의 수도사들은 왜 그토록 성가에 천착했을까?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이 안나 훌츠에게 한 말이 대답처럼 들려왔다. "공기의 떨림은 인간의 영혼에게 얘기를 하는 신의 숨결이야. 음악은 신의 언어야.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에서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우린 신의 자식들이 태어나게 하지. 신을 찬양하는 자식들, 그게 음악가야. 안나 훌츠." 그렇다 수도사들은 외딴곳, 고독한 땅에서 오로지 신의 숨결을 느끼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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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교수

글·사진 유재경 교수(영남신학대학, 기독교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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