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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원 탐방기2] 벡수도원

수도관상피정 유재경 교수............... 조회 수 28 추천 수 0 2023.09.07 2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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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ews.imaeil.com/page/view/2018111410401653747 

[프랑스 수도원 탐방기 ]②안셀무스의 숨결이 살아 있는 벡 수도원(Abbey of Our Lady of Bec)을 찾아서

특집부 weekly@msnet.co.kr

매일신문 입력 2018-11-16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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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 수도원은 아직도 11-12세기의 찬란했던 학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1세기에는 '란프랑쿠스'(Lanfrancus)와 캔터베리의 안셀무스(Anselm of Canterbury)가 수도원장과 수도사로 있었다.

 

"왜 신은 사람이 되었는가"(Cur Deus Homo). 처절할 정도로 신앙의 길과 이성의 길의 통합을 꿈꿨던 스콜라 신학의 아버지 안셀무스를 만나고 싶었다. 중세 유럽의 최고 지성인들이 모인 장소를 찾아 나섰다. 프랑스 문화와 학문의 젖줄이었던 벡 수도원은 생각보다 깊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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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1시간 40분 정도, 루앙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노르망디의 리슬강(Risle) 계곡의 작은 빌리지 르 벡 에루앙(Le Bec-Hellouin)을 찾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작은 탄성이 되어 흘러나왔다. 에루앙 빌리지는 평온했다. 450여명의 농부들이 옹기종기 살아가는 곳임에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빌리지 중심에는 교회가 있고, 교회를 중심으로 네 갈래의 길이 작은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교회 아래 왼쪽 언덕 밑으로 자리한 회색 수도원의 자태는 장엄했다. 에루앙 빌리지의 중심 도로 양 옆으로는 목재 주택이 길게 늘어서 있고, 집집마다 발코니에 걸린 화분과 아름다운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은 빌리지 거리에선 우체국과 관광 안내소, 레스토랑,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깨끗하고 고요한 거리에선 작은 소리조차 소음이 되어 돌아올 것만 같았다. 곁에 있는 천병석 교수(부산장신대)의 발걸음 소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에루앙 빌리지는 고요를 넘어 거룩함을 느끼게 했다. 에루앙 빌리지 뒤편으로는 큰 언덕 같은 산이 휘감고 있었고, 앞쪽으로는 작은 시내가 흐르고 있었다. 시내 너머엔 나지막한 산이 울타리처럼 둘러서 있었다. 에루앙은 강보에 싸여 있는 갓난 아기처럼 자연의 품속에 안겨 있었다. 에루앙은 자연과 사람, 건축물이 온전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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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앉은 듯한 두 개의 첨탑으로 만들어진 벡 수도원 입구.

 

벡 수도원의 공식 이름은 벡의 성모 수도원(Abbey of Our Lady of Bec)인데, 그 명칭이 수도원을 가로지르는 개울에서 유래했듯이 그곳의 물은 무척 맑다. 수도원은 1034년 브리옹 백작 길버트(Gilbert)의 기사였던 에루앙(Herluin or Hellouin)이 세웠다. 그는 오로지 영적인 생활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곳에서 수도사가 되었다. 벡 수도원 역시 다른 수도원들처럼 프랑스 역사와 함께 부침을 거듭했다. 소실과 재건축 과정을 반복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웅장한 종탑과 아름다운 예배당은 15세기에 시작되어 18세기에 완성된 건축물이다. 그러나 프랑서 혁명과 2차 대전으로 수도원은 폐쇄되었고, 수도사들은 떠나야 했다. 혁명과 전쟁은 영적인 훈련 장소를 군인들의 막사로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1948년 베네딕토회의 올리베따노 수도공동체가 이곳에 들어옴으로써 이곳은 다시 생명을 불태우는 영성의 터전이 되었다.

 

벡 수도원은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앉은 듯한 두 개의 첨탑으로 만들어진 수도원 입구는 여행자의 발걸음을 성큼 수도원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작은 대문과 연결된 조그만 정원을 지나면 수도원의 속살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왼쪽으로 우뚝 솟은 종탑(Nicholas Tower)이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순례자들은 이 종탑과 함께 순례를 시작하고, 종탑이 마음에 내려앉으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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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종탑은 벡 수도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니콜라스 타워는 수도원을 휩쓴 수많은 재난에도 살아남은 유일한 15세기 건물로서 벡 수도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프랑스 땅에 앵글로 노르만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니콜라스 타워는 여느 영국 성공회 교회의 종탑처럼 사각형이다. 이는 영국과 벡 수도원 사이의 오랜 역사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벡 수도원 출신이 세 사람이나 영국 국교회의 캔터베리 대주교가 되었고, 런던에는 벡 수도원 소속 교회가 세워져 있다. 종탑을 중심으로 서남쪽에 수도원 건물들이 단아하게 서 있다. 남쪽 끝에 위치한 예배당 정면에서 좌우로 여러 건물들이 서 있고, 남쪽에는 울창한 숲이 한 여름 태양 빛을 가리고 있다.

 

벡 수도원은 마치 대학 같았다. 이곳은 아직도 11-12세기의 찬란했던 학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1세기에는 '란프랑쿠스'(Lanfrancus)와 캔터베리의 안셀무스(Anselm of Canterbury)가 수도원장과 수도사로 있었다. 그들은 스콜라 학문의 대표자로서 유럽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당시 최고 학문인 변증학의 권위자였던 그들은 신앙과 이성의 문제를 고민했다. 안셀무스는 'Credo ut intelligam'(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고 했다. 그는 '신앙은 묻지도 않고 믿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믿음의 근거를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신앙 없는 이성은 공허하고 이성 없는 신앙은 맹목적이었다. 그는 스콜라 시대에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지성의 세계를 열었다. 신앙과 학문에 대한 참된 고민이 이루어지던 에루앙으로 학생들은 몰려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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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 수도원 예배당은 아치형으로 좁고 긴 터널모양이다.

 

7월 중순의 프랑스는 뜨거웠다. 내리쬐는 태양 빛을 뒤로하고, 예배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요일도 아닌데 외부 방문객들이 하나 둘 예배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치형 출입구를 가진 예배당은 좁고 긴 터널 같았다. 성가대 길이만 세로로 42m나 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벽은 회색 돌로 되어 있었고, 천장은 출입구의 아치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일견 회색 동굴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연 채광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지, 내부의 회색 벽과 외부의 자연의 빛이 하나가 되어 부드럽고, 쾌활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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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 수도원 예배당은 아치형으로 좁고 긴 터널모양이다.

 

잠시 기도를 한 후 제단을 바라보니 뜻밖에도 그곳엔 검소한 관 하나와 작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여기서 일생을 보낸 한 수녀의 장례일이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장례식을 찾은 수도사들과 수녀들, 손님들의 얼굴엔 구김살이 없었다. 침울하고 안타까운 느낌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예배도 마찬가지였다. 그 어디에서도 슬픔을 찾기 어려웠다. 그들에겐 삶과 죽음이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예배를 드리는 수도사들과 수녀들의 모습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한 사람이 이를 수 있는 성숙의 경지가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어느 수도사의 얼굴을 보며 불현 듯 "이들은 어떻게 내면의 자유를 얻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성(性)의 문제에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칼 융은 "남자의 내면에는 아니마(anima)라는 여성성이 있고, 여자의 내면에는 아니무스(animus)라는 남성성이 있다"고 했다. 우리의 욕망과 갈등은 자기내면의 아니마와 아니무스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참된 자기가 되기 위해 남자는 자기 내면의 여성성과 조화하고 통합을 이루어야 하며, 여자는 자기 속의 남성성과 조화하고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자기 내면의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가? 그것은 신과의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신과의 만남이 가장 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은 바로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공간이다. 이곳에서 이들은 진정한 자기 내면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는 참된 자기가 되고, 고요와 평안이 일상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신과의 만남 속에서 인간은 참된 자기를 발견하고, 비로소 자연과 하나가 되며, 죽음마저도 축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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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유재경 교수 영남신학대학·기독교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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