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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원 탐방기3] 몽생미셀수도원

수도관상피정 유재경 교수............... 조회 수 32 추천 수 0 2023.09.08 21: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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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ews.imaeil.com/page/view/2018112813362201463 

[프랑스 수도원 탐방기 ]③프랑스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곳, 천상의 문을 두드리는 몽생미셀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매일신문 입력 2018-11-28

 

"신이 자기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자, 인간은 찬사(몽생미셀)로 돌려주었다."(God made man in his image and man has returned the compliment) 이 말은 '여자의 일생'을 쓴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찬미다. 이 짧은 한 문장은 몽생미셀의 경이를 노래한 어떤 시보다 더 강렬하다. 몽생미셀에서 천사 미카엘은 세상의 악을 물리치고 천상의 문을 두드렸다. 세파에 지친 영혼들은 세상의 끝자락인 여기서 진리의 환희를 맛보았고,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이곳에서 숨 쉴 공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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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처럼 보이는 몽생미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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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녘에 바라본 몽생미셀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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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화강암으로 만든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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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앞에서 수녀들이 깊은 묵상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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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스크 양식의 예배당 내부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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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뻗은 돌계단이 반원을 그리며 끝없이 이어진다.

 

노르망디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지 궁금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장소,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속의 오마하비치(Omaha Beach)가 떠올랐다. 20세기의 인상파 화가 모네와 쿠르베, 세잔, 르누아르가 화폭에 담았던 '옹플뢰르'의 아름다운 항구와 빈티지한 목조주택을 상상했다. 하지만 몽생미셀은 달랐다. 눈앞으론 광활한 목초지, 거대한 밀밭이 서해를 향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대지가 끝나는지 바다가 시작되는지 경계를 알 수 없는 지점에 우뚝 솟은 몽생미셀은 신비 그 자체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몽생미셀에서 남쪽으로 5km쯤 떨어진 해변이었다. 한 여름 늦은 오후, 기우는 해를 머리에 이고 몽생미셀을 향해 걸었다. 작고 희미하던 실루엣이 조금씩 커지고 분명하게 다가왔다.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석양은 몽생미셀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가는 순식간에 어둠과 함께 수도원을 요정의 집으로 바꾸어 놓았다. 밤이 찾아왔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지지 않았다. 몽생미셀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몸이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마침내 우리는 몽생미셀에 도착했다. 왕의 문을 지나자 대로(Grande Rue)가 이어졌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서 몽생미셀의 속살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 식당, 호텔, 개인 박물관의 전시장일 뿐이었다. 혼잡한 거리에 무질서하게 늘어선 상점들 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몹시 당황스러웠다. 오믈렛 하나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나서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수도원 근처의 동네 예배당으로 몸을 피했다. 예배당은 역시 고요한 기도의 집이었다. 어두운 조명이 비치는 제단 앞엔 서너 명의 여행객과 수녀 두 사람이 깊은 묵상에 빠져 있었다. 예배당을 가득 채운 고요와 제단 위에서 타고 있는 촛불은 몽생미셀 수도원의 신비를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새로운 아침, 노르망디의 여름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랬다. 하루 전체를 오로지 몽생미셀에 쏟아붓고 싶었다. 몽생미셀은 파리에서 370km, 노르망디의 전통 도시 렌(Rennes) 북쪽으로 66km 가면 만날 수 있다. 몽생미셀은 원래 몽 통브(Mont-Tombe)라 불리던 바위산이었다. 몽생미셀에서 '몽'은 불어로 '산'을, '생'은 '성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셀'은 '미카엘 천사'의 불어식 발음이다. 708년 아브랑슈의 주교 성 오베르(St. Aubert)가 천사 미카엘을 위해 작은 예배당을 지으면서 몽 통브는 몽생미셀이 되었다. 966년 플랑드(Flanders)로부터 온 겸손한 수도사 11명이 정착하여 베네딕트 규칙에 따라 생활하면서 이곳은 베네딕트 수도원이 되었다. 아름다운 고딕식 중세 수도원 몽생미셀은 문화적, 종교적, 군사적 가치 때문에 숱한 역경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100년 전쟁 기간에는 영국군을 물리치는 성벽과 요새의 역할을 했으며, 프랑스 혁명의 거센 물결은 이곳을 감옥으로 바꾸어 놓았다. 1979년 몽생미셀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1922년 다시 시작된 예배는 점차 과거 수도원 예배와 기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1년 '예루살렘 수도형제회(Monastic Fraternities of Jerusalem) 수도사와 수녀 13명이 정착함으로써 몽생미셀은 수도원으로서의 기능을 되찾았다.

 

수도원의 첫 인상은 마법의 성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화강암으로 만든 입구를 지나자마자 하늘을 향해 뻗은 돌계단이 반원을 그리며 끝없이 이어졌다. 돌계단이 끝난 자리엔 수도원 예배당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11세기와 12세기에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예배당 외부는 소박했지만 내부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예배당에 앉자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듯 가득 평안이 밀려왔다. 수도사와 수녀, 여행객이 하나가 되어 드리는 예배 가운데 하나님의 강한 임재가 느껴졌다. 수도사들과 함께 하는 찬양과 성경 읽기, 떡을 나누는 성찬 의식 하나 하나가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흰 옷의 수녀들이 올려드리는 찬양과 헌신의 동작은 경외와 감동 그 자체였다. 엄숙하고 절제된 의례 속에 지극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예배 가운데 20대로 보이는 젊은 동양인 수도사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예배를 마친 후 곁을 지나던 수녀에게 그 수도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쉽게도 한국인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달리 그는 베트남 사람이었다. 수녀는 "한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곁을 떠났다. 수녀의 마지막 말은 메아리가 되어 '너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있느냐'고 되묻고 있었다.

 

몽생미셀은 지형은 물론 건축구조 면에서도 매우 독특하다. 다른 수도원들이 평지에 예배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건축물이 흩어져 있는 것과는 달리 몽생미셀은 바위산 꼭대기를 잘라낸 중심에 예배당을 건축하고, 주위에 돌로 가파른 암벽을 쌓아 3층짜리 복합건물을 지어 수도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도사들의 일상은 기도와 성경 묵상, 노동의 반복이다. 수도원 공간은 예배당과 회랑, 공동침실, 원장실, 주방, 식당, 객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도사들의 일상이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무엇보다 회랑(cloister)은 수도원 내의 모든 공간을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할뿐 아니라 수도생활의 핵심 공간이다.

 

예배당을 돌아 오른쪽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몽생미셀 수도원의 중심인 회랑을 만난다. 이곳의 회랑은 '서양의 경이'(Merveille de i'Occident)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고딕식 건축물이다. 1층과 2층에는 순례자와 귀빈들을 위한 공간이 미로처럼 흩어져 있고, 3층은 127개의 돌기둥으로 둘러싸인 회랑이다. 이 회랑은 노르망디 지방의 고딕양식이 창조한 가장 매력적인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몽생미셀 회랑은 역설의 공간이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기쁨에서 탄생한 건축물이 3층짜리 경이관인데, 노르망디 석공들은 프랑스 양식이 아니라 영국 양식으로 이 회랑을 건축했던 것이다. 회랑의 아치에는 풍요를 상징하는 나뭇잎 장식과 1228년이란 연대표, 색 바랜 성 프란체스코의 초상화 등 여러 가지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회랑은 수도사들이 묵상을 하고 자기 내면과 대면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화쟁(和諍)과 소통의 공간이었다. 수도사들은 회랑을 거닐면서 해결되지 않는 인생사를 풀어내고, 깊은 고요와 함께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순화시켰다. 수도사들은 회랑에서 부와 가난, 적과 동지, 성과 세속을 묵상했고, 그 깊은 성찰의 끝에서 부와 가난이 하나가 되고, 적이 친구로 변하며, 성과 세속이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회랑 기둥에 기대어 나는 주희(朱熹)의 '반일정좌(半日靜坐) 반일독서(半日讀書)'라는 말을 떠올렸다. 하루의 반은 고요히 앉아 내면을 닦고, 나머지 절반은 책을 읽는 생활, 그에게도 이러한 삶은 꿈이었으리라.

 

수도원은 속세로부터 벗어나려는 절박한 소망에서 탄생했다. 신을 찾는 구도자들은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고독의 장소를 찾아 길 없는 곳을 택해 하나님을 위한 성전을 세웠다. 노르망디 바닷가 80m 높이의 깎아지른 화강암 절벽 위에 세워진 몽생미셀에는 하늘을 보고 싶은 사람, 천상의 문을 두드리고 싶은 구도자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는 몽생미셀을 만날 수 없다. 몽생미셀은 땅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하고, 하늘에서 자기 영혼의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몽생미셀에는 '무한을 붙잡고자 하는 인간의 간절함이 살아 숨쉬고 있다.'

 

글·사진 유재경 교수 영남신학대학·기독교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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