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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의자 솔로몬
열왕기상 4:20~34
요즘 정치인 중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핵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과정에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낸 보고서를 들먹이며 ‘왜 과학을 믿지 않느냐’며 이에 반대하거나 의구심을 갖는 이들을 무지하다고 면박을 주고, 국가전복 세력 취급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이야말로 비과학이고 반과학입니다. 과학은 믿는 게 아닙니다. 과학은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이성의 영역입니다. ‘과학을 믿으라’고 하는 말은 미신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요즘 서울 거리에서는 버스 정류장 인근 10미터 지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됩니다. 피우다 적발되면 벌금을 10만 원이나 물어야 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핵 오염수를 30년 동안이나 인류의 우물인 바다에 투기하는 일을 과학적이라며 일본의 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국민의 세금으로 홍보하는 이 나라 정부야말로 몰과학적입니다. 그 무지가 뻔뻔하고 무책임합니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쟁을 끝내기 위하여 미국에서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상 가정 처음으로 1945년 8월 6일에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히로시마에 떨어트렸습니다. 그리고 현존하는 역사상 가장 마지막 원자폭탄 ‘팻 맨’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트렸습니다. 그리고 전쟁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원자폭탄 개발에 앞장 섰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박사는 그후 무기개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도덕 없이 지식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저는 그 말을 ‘인문지식 없이 과학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오늘의 과학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만능입니다. 인류의 모든 문제를 과학이 다 풀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과학미신’에 빠지면 인류는 반드시 불행해집니다. 인류의 미래를 과학자에게 맡기면 안 됩니다. 과학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지혜와 총명과 넓은 마음을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한없이 많이 주시니, 솔로몬의 지혜는 동양의 어느 누구보다도, 또 이집트의 어느 누구보다도 더 뛰어났다”(4:29~30). 저는 이 말씀에 기대어 솔로몬을 뛰어난 인문주의자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다 인문학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인본주의’라며 배척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편협하고 왜곡된 신학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인본주의는 말 그대로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야말로 인본주의자이십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 희생하셨습니다. 이런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저는 ‘신본주의’라고 이해합니다. 인문학은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와 통치에 담긴 은총을 깊고 넓게 이해하고 믿게 합니다. 신앙을 맹신에서 건져주며, 믿음을 더 값지고 아름답게 다듬어 줍니다.
“레바논에 있는 백향목으로부터 벽에 붙어서 사는 우슬초에 이르기까지, 모든 초목을 놓고 논할 수 있었고, 짐승과 새와 기어다니는 것과 물고기를 두고서도 가릴 것 없이 논할 수 있었다”(4:33). 솔로몬은 일상의 모든 생명체와 사물을 주제로 깊은 담론을 벌였습니다. 당시 유명한 지혜자들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저는 솔로몬 시대 이스라엘 번영은 인문학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전쟁을 불러올 수 있지만 인문학은 평화를 가져옵니다. 인류 발전에 과학도 필요하지만 인문학이 우선하면 세상은 더 평안해집니다.
하나님, 이 땅에 건강하고 따뜻한 인문학 운동이 일어나게 해주십시오. 특히 교회마다 성경에 기초한 인문공부방이 생겨나 생각하는 신앙인, 깨어있는 신앙인이 늘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주님, 대통령 부부에게도 다소나마 인문학 할 기회를 주십시오.
2023. 9. 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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