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토스트가게와 교회

칼럼수필 김종식 목사............... 조회 수 17 추천 수 0 2023.09.16 09:52:30
.........

 

 

양수리 수양관에는 주일 정기 예배가 없다. 나는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아침 6시에 수양관을 출발하여 교회로 향했다. 내리막길로 30분을 걸어 내려와 큰 도로까지 나왔으나 교회는 없었다.

거기서부터 양수리 쪽으로 부지런히 30분을 걷자 비로소 아담한 교회 하나가 보였다. 기쁜 마음으로 걸어가 문을 밀었더니 문은 잠겨 있었다.

교회 문이 잠겨 있다니. 주일 아침 7시인데...... 교회가 저녁에 문을 잠그고 아침에 문을 연다면 회사나 공장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마음이 답답해졌다. 유리문 틈으로 교회 안을 들여다 보다가, 주위를 서성거려 보다가 결국은 돌아서야만 했다.

 


1시간을 걸었으므로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 다시 양수리 쪽으로 걸었으나 좀처럼 교회가 보이지 않았다. 그 흔한 교회가 이곳에는 왜 없는 것일까. 교회는 왜 서울에만 모여 있을까?

양수역을 지나 시내까지 들어오자 십자가 두 개가 보였다. 그중 하나는 병원이고, 하나는 교회였다. 다행히 교회 문이 열려 있어 들어 갔으나 2층 예배실은 굳게 닫혀 있었다. 좁은 입구에 놓인 탁자에는 헌금 봉투가 빼곡하게 꽂혀 있고, 시든 꽃병도 두 개 놓여 있었다. 그러나 성경책은 고사하고 그 흔한 전도지나 주보 한 장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 주님, 갈급한 영혼이 갑자기 이 교회를 찾아왔다면 헌금 봉투만 보고 가겠습니다.

 


나는 이미 두 시간이나 걸었으므로 이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부근에는 다른 교회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세계 선교를 책임지고 있다는 대한민국 수도 외곽의 주일 아침 현실이라니. 두 시간이나 돌아 다녔지만 기도할 장소 하나 찾지 못하다니.

하는 수 없어 2층 복도에 놓인 탁자를 붙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한국 교회가 왜 이리 되었을까요? 왜 스스로 문들을 닫는 것일까요. 차라리 비싼 전자제품들을 내다 버리고 교회 문들을 열게 해 주옵소서.

 


나는 양수역 부근까지 돌아 와 토스트 가게로 들어갔다. 길가에 아담한 데크를 만들고, 거기에 파라솔을 꽂아 둔 모습이 그럴 듯했다. 5,000원에 토스트 두 개를 사서 주위 경관을 즐기면서 먹기 시작했다. 정장을 하고 혼자 먹으니 마치 외국에 출장 와 호텔 식사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토스트를 먹었다.

토스트를 다 먹은 후, 나는 친절한 주인에게 메모지를 달라 하여 오늘 아침 있었던 일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게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이 좋은 아침에 토스트 가게는 문을 열었는데, 교회는 왜 문을 닫았을까.

토스트 가게는 편안한데, 교회에는 왜 앉을 자리 하나 없었을까?

토스트는 돈을 주면서도 사 먹는데, 교회에는 그냥 오라고 해도 왜 사람들이 잘 안 올까?

나는 그 가게에 한 시간이나 그대로 앉아 있었다. (2012. 10. 7, 주일)

( 출처 : 세계기독교박물관 김종식 관장 칼럼,   www.segibak.or.kr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2234 가족글방 섶-혈연의 강은 흐르는가? 멈추는가? file Navi Choi 2023-10-08 35
12233 걷는독서 [걷는 독서] 천 년의 올리브나무가 이르기를 file 박노해 2023-10-07 35
12232 묵상나눔 말씀에 속지 말아야 file Navi Choi 2023-10-07 46
12231 걷는독서 [걷는 독서] 작지만 오롯한 file 박노해 2023-10-06 29
12230 묵상나눔 남쪽 사람의 북쪽 사역 Navi Choi 2023-10-06 36
12229 걷는독서 [걷는 독서] 내 사랑은 오래 익어왔다 file 박노해 2023-10-05 36
12228 묵상나눔 남북공동성명 file Navi Choi 2023-10-05 32
12227 걷는독서 [걷는 독서] 성실하고 부드럽고 끈질긴 걸음으로 file 박노해 2023-10-04 26
12226 광고알림 미션 글로리 바이블 App이 이번 달에 출시될 예정 file 미션엔컴 2023-10-04 33
12225 광고알림 (106기) 전인치유학교 / 2023년 11월 6일(월, 오후 1시) ~ 7일(화, 오후 5시) 주님사랑 2023-10-04 18
12224 묵상나눔 싸우지 말아라 file Navi Choi 2023-10-04 31
12223 걷는독서 [걷는 독서] 구멍 나고 주름 깊은 file 박노해 2023-10-03 22
12222 광고알림 종교개혁 인문학 강좌 안내 file 김홍한 목사 2023-10-03 11
12221 묵상나눔 간신 Navi Choi 2023-10-03 14
12220 가족글방 0.01초 빨랐던 승리의 세레머니 file 조병수 목사 2023-10-03 9
12219 가족글방 행위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는 그리스도인들 고재봉 목사 2023-10-03 13
12218 가족글방 샤베타이 제비 메시야 사건 김홍한 목사 2023-10-03 22
12217 가족글방 언론과 금력 김홍한 목사 2023-10-03 11
12216 걷는독서 [걷는 독서] 저 작은 별 하나 빛나기 위해 file 박노해 2023-10-02 17
12215 묵상나눔 제발 고집 부리지 마십시오 file [1] Navi Choi 2023-10-02 25
12214 걷는독서 [걷는독서] 가을은 짧아서 file 박노해 2023-10-01 30
12213 가족글방 명동촌과 동명촌 file Navi Choi 2023-10-01 35
12212 묵상나눔 경쟁자와 원수와 적 file Navi Choi 2023-10-01 34
12211 걷는독서 [걷는 독서] 우리 인생은 file 박노해 2023-09-30 19
12210 묵상나눔 처음과 나중 file Navi Choi 2023-09-30 31
12209 걷는독서 [걷는 독서] 나에게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 게 file 박노해 2023-09-29 25
12208 묵상나눔 힘에 의한 평화’라고요? file Navi Choi 2023-09-29 36
12207 걷는독서 [걷는 독서] 새파란 하늘에 눈동자를 씻고 file 박노해 2023-09-28 26
12206 가족글방 왜 하느님(하늘님)이라 못하고 '하나님'이라고 하게 되었는지... 김요한 목사 2023-09-28 49
12205 묵상나눔 상수와 변수 file Navi Choi 2023-09-28 35
12204 광고알림 기독교인 결혼 배우자 만남 프로필 미팅 등록 안내 행복크리스천 2023-09-28 23
12203 걷는독서 [걷는 독서] 아무리 시대가 그래도, file 박노해 2023-09-27 30
12202 묵상나눔 국제관계 file Navi Choi 2023-09-27 30
12201 걷는독서 [걷는 독서] 고귀한 뜻을 품어 file 박노해 2023-09-26 39
12200 묵상나눔 신앙의 역설 file Navi Choi 2023-09-26 29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