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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ews.imaeil.com/page/view/2019020711375903348 

[프랑스 수도원 탐방기8]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

[유재경 교수의 프랑스 수도원 탐방기] ⑧ 영성의 성지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

 

특집부 weekly@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19-02-08 

 

알프스에 봉인된 '침묵의 수도원', 바람소리마저 소음처럼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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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 수도원은 해발 1,300m 알프스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봉쇄수도원이다.3~4m 높이의 담장너머로 수도원과 알프스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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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침묵으로부터 온다. 또한 그 침묵으로부터 겨울이 그리고 여름과 가을이 온다."(막스 피카르트의 '시간과 침묵' 中에서)

 

필자는 '기도'와 '묵상', '영의 분별' 등의 기독교적인 수행을 다루는 '영성훈련'이라는 과목을 맡고 있는데, 그 과정 중에는 '침묵'도 포함되어 있다.

 

침묵에 대한 강의 후에는 항상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Into the Great Silence)을 학생들과 함께 보고 있다. 벌써 10년째다. 이 영화는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숨겨진 그랑드 샤르트뢰즈(Le Grande Chartreuse) 수도원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은 한번 들어가면 죽어서도 나오지 못하는 봉쇄수도원이다. 샤르트뢰즈는 해발 1,300m, 알프스의 깊은 산 속에 자리한 후,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

 

1960년 수도사들을 촬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도원만을 담은 사진이 전부였다. 그런데 필립 그로닝 감독은 2005년 '위대한 침묵'을 통해 처음으로 이 수도원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음향이나 조명도 없고, 대사는 짧게 자막으로 처리된 영화, 162분의 상영시간 내내 흐르는 깊은 침묵은 '수도복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나 '성경을 넘기는 소리', '숲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마저 소음으로 만들었다. 필름 속 익숙한 장면들을 만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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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 수도원을 보기위해 1,876m 샤흐멍 숑 산 정상에 오르자 철제 십자가가 외롭게 서 있다.

 

천병석 교수와 나는 세낭크를 떠나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그르노블(Grenoble)로 향했다.

 

몽뗄리마흐와 발랑스를 지나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자동차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낭크에서 출발해 가프(Gap)를 돌아 그르노블로 향했다. 프랑스 동남부 알프스산의 속살을 보고 싶었다.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도로, 알프스의 위용과 아름다움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싱그러운 여름 햇살과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과 함께 쏟아지는 소나기, 알프스는 환희와 두려움의 두 얼굴을 가진 것 같았다.

 

"적과 흑"의 저자 스탕달(Stendhal)의 고향 그르노블은 몽라셰산 남쪽 기슭, 수천 미터의 산속에 꼭꼭 숨어 있었다.

 

그르노블에서 지친 하루를 보낸 우리는 다음날 이른 아침 샤르트뢰즈를 향했다. 그르노블에서 샤르트뢰즈까지는 30km, 40-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르노블에서 가파른 산 모퉁이를 넘어가자 레스토랑 앞 길가에 수십 대의 자동차와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자전거로 산을 오르려는 사람을 붙들고 물었더니 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까닭은 물론 샤르트뢰즈 수도원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3-4m이나 되는 높은 담장 때문에 내부를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봉쇄 수도원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맞은 편 산속 길을 따라 샤흐멍 쏭(Charmant Som)산 정상에 올라가 보라고 했다.

 

1,500미터가 넘는 좁은 산길을 조심스럽게 헤쳐 나가자 산 중턱에는 소들이 떼를 지어 풀을 뜯고 있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속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1,876미터 산 정상에 외로이 서 있는 철제 십자가, 그 아래 천 길 낭떠러지 저편, 웅장한 알프스 자락에 샤르트뢰즈 수도원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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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 수도원은 해발 1,300m 알프스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봉쇄수도원이다.

 

샤르트뢰즈의 라틴어 표기 카르투시아(Cartusia)에서 카르투지오 수도회가 나왔고, 이곳이 수도회의 본산이다.

카르투지오 수도회는 거의 1,00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설립자 성 브루노(Bruno, 1032경~1101)의 정신이 살아있었다.

지금도 한국을 비롯하여 유럽과 아메리카, 등 전 세계 25개의 수도원에서 수도사와 수녀들이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있다. 하지만 브루노는 거대한 수도원을 꿈꾸지 않았다.

 

그는 독일 쾰른의 귀족 가문의 영예도, 랭스(Reims) 교구의 학자 자리도, 대주교 자리도 뒤로한 채 고독과 가난의 장소를 찾아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는 처음 두 명의 제자와 함께 퐁텐(Seche Fontaine) 숲 속으로 들어갔지만, 그곳은 수도생활에 적합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르노블 주교 위그(Hugues)의 도움으로 그는 해발 1,300m의 숲속 작은 샘가에 터를 잡고, 6명의 제자와 함께 수행을 시작했다.

 

1084년에 돌로 쌓은 작은 교회당 하나와 나무로 만든 움막이 수도원의 시작이었다. 알프스의 겨울은 혹독했다.

 

1년에 6개월은 사람이 출입할 수조차 없었다. 이곳이 브루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알프스의 사막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그리스도의 가난한 자들'이라고 칭하면서 고요와 평화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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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 수도원은 해발 1,300m 알프스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봉쇄수도원이다.

 

샤르트뢰즈도 시련을 피해 갈 수 없었다. 1132년 1월 30일 토요일은 재앙의 날이었다. 알프스의 눈사태는 끔찍했다.

 

건물은 눈 더미에 휩쓸렸고, 6명의 수도사는 눈에 파묻혔다. 살아남은 수도사들은 평수도사들의 생활공간이었던 2km 아래 저지대로 내려가 다시 수도원을 세웠다.

 

5대 수도원장이었던 귀고 1세는 돌로 교회당을 세우고 나무로 수도사들의 거처와 수로를 만들었다. 그가 건축한 수도원 회랑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시련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1320년에 일어난 화재는 수도사들이 평생에 걸쳐 필사한 책들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일평생에 근심하며 수고하는 것이 슬픔뿐이라. 그의 마음이 밤에도 쉬지 못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라는 전도자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화재와 약탈, 파괴가 끊이지 않았지만 샤르트뢰즈는 굴복하지 않았다. 다시 일어섰고, 다시 건설했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었다.

 

카르투지오 수도원 건물은 똑 같은 원리에 따라 건축되었다. 많은 건축물 가운데 가장 독특한 공간은 수도사의 방(cell)인데, 카르투지오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그 방에는 직사각형의 궤짝 같은 나무 침대, 기도대, 창문에 달린 작은 식탁, 겨울을 위한 작은 난로, 그리고 책상과 몇 권의 책이 전부다.

 

수도사들은 하루의 세 차례의 공동기도를 제외한 모든 일과를 서너 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 진행한다. 벨이 울리면 일어서고, 무릎을 꿇고, 절하며, 후드로 머리를 감싸며 기도와 예배를 드린다. 수도사들의 찬양과 기도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수도원 전체가 거대한 교회로 변한다.

 

카르투지오 수도사들은 초기에는 두 명이 한 방을 사용했으나, 1250년 이전에 독방을 쓰기 시작했다. 그들은 공동생활을 했지만, 이집트 사막 수도사들의 '독거' 생활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갔다. 그들은 '세상과의 단절'과 '독거', '철저한 마음의 고독'을 통해 하나님께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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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 수도원 수도사의 방.나무 책상과 몇 권의 책이 전부다.

 

샤르트뢰즈의 수도생활에서 구송기도와 묵상, 관상, 독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그러나 수도사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배였다.

 

그들은 교회와 독방에서 매일 기도와 예배를 드렸다. 온전하게 드려지는 새벽기도(Martins)와 아침기도(Lauds), 2-3시간 계속되는 밤예배는 기도와 예배를 사랑한 그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전례는 간소하고 절제되어 있다.

 

성가에 데스칸트(descant)와 악기는 금지되었다. 그들은 노래의 아름다움보다는 단순함과 진실성을 추구했다. 수도사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서다.

 

카르투지오회의 노동은 필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수도원 도서관을 성경과 교부들의 저서로 가득 채우는 것이 그들의 꿈이었다. 성경 해석의 최고 권위자였던 브루노는 독서를 이렇게 강조했다.

 

"당신이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아는 지는 그가 무엇을 행하는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샤르트뢰즈의 9대 수도원장 귀고 2세(Guigo II)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4단계 렉시오 디비나를 정형화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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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 수도원 수도사의 방 창문에 달린 작은 식탁.

 

샤르트뢰즈 수도사들은 예배와 기도의 단순함과 신실함에 집중했고, 엄격한 수행생활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쉼의 소중함도 잘 알고 있었다.

 

수도사들은 방(cell)을 나오면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바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일상의 고된 영성훈련은 노동과 산책을 통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었다.

 

주일이면 모든 수도사들은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오락 시간을 가졌다. 매주 한 차례 알프스를 산행하며 영적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활을 너무 세게 당기면 부러진다"는 브루노의 정신이 여기에도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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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 수도원 수도사의 방 창문에 달린 작은 식탁.

 

우리는 담벼락을 돌아 옛 수도원 흔적을 찾아 산길을 걸었다. 브루노와 제자들이 걸었던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하나님에 대한 깊은 묵상에 잠겼던 위대한 수도사들을 떠올렸다.

 

12세기에 위대한 수도사들이 길을 걷다가 잠시 쉬었다는 '전나무 의자'는 어디쯤 있었을까? 위대한 영성가가 아니면 앉을 수 없었다던 그 존귀한 의자! 젊은 시절 여기서 지냈던 위그는 후일 링컨의 대주교가 되고 나서 다시 이곳을 찾아 그 의자에 앉아 감격해 했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쯤 그 의자'에 앉을 수 있을까?

 

"신은 충족해주고, 이끌고, 자기 작품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창조자와 피조물 사이에 세워지는 침묵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알렝 코르뱅의 '침묵의 예술'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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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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