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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꾸러기 산타

창작동화 한희철............... 조회 수 58 추천 수 0 2023.12.24 07: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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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꾸러기 산타

겨울 해는 짧습니다.
한껏 게으름을 떨던 해가 느지막이 떠올라 어정어정 중천쯤 걸렸다간 그것도 잠깐, 곤두박질치듯 서산을 넘습니다.
그리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 땅거미가 깔려 듭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골 마을엔 하루해가 더 짧습니다.
일도 없는데 모처럼 편히 쉬라는 듯, 서둘러 이불처럼 어둠이 깔립니다.
굴뚝마다 솟아오르는 흰 연기를 장난스럽게 지워 내는 찬바람을 따라 한순간 어둠이 퍼집니다.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예배당이 있습니다.
작은 예배당이 2년 전, 소나무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세워졌습니다.
동네에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예배당에 불이 켜집니다.
하늘에 별이 돋듯 빨간 십자가에 불이 들어오고, 창문마다 하얀 형광등 불빛이 어둔 소나무 숲 사이로 번지듯 퍼져 갑니다.
"탄일종이 땡 땡 땡, 은은하게 울린다.
저 깊고 깊은 산골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
한 목소리로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 베들레헴 작은 골 너 잠들었느냐
별들만 높이 빛나고 잠잠히 있으니."
부끄러운 듯 씩씩하기도 한 한 여자아이의 맑은 노래 소리도 매일 매일 되풀이됩니다.
작은 산골 마을에도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는 중입니다.
예배당엔 동네 아이들이 다 모였습니다.
다래야 열두 명뿐입니다.
동네에 빈집이 늘어가는 만큼 아이들이 줄어들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성탄 순서를 서너 개씩 맡아야 합니다.
암송과 무용, 노래와 연극, 바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산골 아이들은 때 묻지 않은 깨끗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잊지 않고 산골 마을을 찾아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기 위해 열심을 다합니다.
성탄절 밤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예배당을 찾아올 텐데, 동네 어른들 앞에서 틀리지 않고 잘 하려면 눈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연습을 많이 해두어야 합니다.
마을 앞 논에 얼음이 두껍게 잘 얼었지만 썰매 타는 일은 당분간 뒷전이 되었습니다.
"자, 자, 자, 잠깐 쉬었다 하자!"
순서 순서마다 지도를 하던 전도사님이 난롯가로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총각 전도사님입니다.
"야-!"
연습을 하던 아이들이 좋아라 달려와 난롯가에 빙 둘러앉았습니다.
난로 위에서 하얗게 김을 피워 올리던 호빵을 하나씩 나누어 먹습니다.
"산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호빵을 먹다 말고 전도사님이 아이들을 둘러보며 물었습니다.
막내둥이 규민이와 학래가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손을 들었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을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없다고 생각하는 거니?"
전도사님이 다시 물었을 때 종순이가 또렷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우리 마을엔 없어요."
한 번도 산타가 다녀간 적이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종순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전도사님의 마음은 몹시 아팠습니다.
"아니야. 산타는 분명 있고 꼭 오실 거야. 착한 너희들을 찾아오지 않으면 누굴 찾아가겠니?"
산타로부터 한 번도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산골 아이들, 전도사님은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둘러보며 다짐을 하듯 전도사님의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이어졌습니다.
"그래, 꼭 오실 거야. 분명 오실 거야. 성탄절 밤엔 굴뚝 너무 뜨겁지 않게 불 너무 때지 말고 기다려 보자. 무엇보다 마음을 깨끗이 청소하고."
아이들의 떨리고 설레는 마음을 밟고 성탄절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하룻밤만 지나면 성탄절입니다.
좀체 드물던 눈이 때맞춰 기다렸다는 듯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펑, 펑, 펑, 펑, 주먹만한 함박눈이 쉬지 않고 내렸습니다.
하늘의 은총처럼 온통 하얀 눈이 세상을 덮고 또 덮었습니다.
마을 어귀와 예배당 마당, 아이들의 하얀 입김과 웃음 속에 눈사람 몇 개가 금방 세워진 건 물론입니다.
성탄절 새벽, 밤새 내린 눈이 여전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겨울잠을 자듯 눈 속에 폭 파묻혀 깊은 잠에 빠졌는데, 하얀 눈만 잠 안 자고 혼자 깨어 내리고 또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 슬며시 예배당을 나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작은 손전등을 들고서 언덕을 내려갔습니다.
아이들 집은 아주 멀리들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름이네가 사는 댕댕이 골은 산 하나를 넘어야 하고, 선아가 사는 섬뜰은 큰 저수지를 돌아가야 합니다. 소리네 집은 논둑길을 한참 지나야 나옵니다.
내린 눈은 벌써 무릎을 넘고 있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어려웠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먼,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 집에서 자라는 선숙이네를 마지막으로 들렀을 땐 이미 내리던 눈은 잦아들고 있었고 어느새 어둠 속으론 희미한 기운이 어렴풋 퍼지고 있었습니다.
성탄절 아침이 밝아 왔습니다.
아침 해가 밝게 떠오르자 온 세상은 파르르 떨었습니다.
나무는 나무대로, 짚가리는 짚가리대로 눈이 부시도록 빛났습니다.
아이들이 토끼처럼 눈 속을 뛰어 예배당에 모였습니다.
몇 분 할머니들과 성탄 축하 예배를 드리려 자리에 앉았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전도사님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도 듣지를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전도사님 방으로 갔습니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보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전도사님이 아직도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두툼한 솜바지를 입은 채로 쿨쿨 쿨쿨 자고 있었습니다.
전도사님을 깨우러 가까이 다가간 아이들은 전도사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키득키득 웃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도사님 얼굴엔 누가 그렸는지 커다란 콧수염이 시커멓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겨우 겨우 웃음을 참은 아이들이 전도사님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성탄절 예배보다도 지난 밤 받은 선물을 어서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전도사님 말대로 정말 산타가 밤새 다녀갔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저마다 산골에서는 구경도 해본 적이 없는 멋진 모자와 장갑들을 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전도사님을 깨웠습니다.
"그만 일어나세요. 잠꾸러기 전도사님!"

<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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