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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종말
마가복음 13:1~13
요즘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절망감을 느낍니다. 지도자 한 사람 잘못 뽑았다고 잠깐 사이에 이렇게 나라가 망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자조합니다. 지성을 갖춘 웬만한 사람이라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압니다. 하지만 상식과 공정을 헌신짝 팽개치듯 내버리고, 평화와 타협보다 전쟁과 대결을 지향하여 사회를 불안에 빠지게 하며, 국익을 배반하고, 이념에 매몰되어 강대국에 맹종하며, 미신을 따르느라 상식을 져버리고, 자신을 향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 정적을 향해서는 매몰차고, 장구하게 흘러온 역사의 방향을 잃고, 오직 힘만을 숭배하여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그들을 향하여 환호하며 박수치는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시민인지 모르겠습니다. 플라톤의 말이던가요? 선량한 사람들이 공적인 일에 무관심할 때 지불하는 값은 악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다고요. 공든 탑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이 땅에서 천국 같은 삶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인간다운 삶, 자녀들이 품부된 삶을 마음껏 누리고, 사회적 약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삶을 살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경축하는 공생의 세상을 누리고 싶을 뿐입니다. 꿈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인류의 지난한 역사 속에 살뜰하게 다져온 제도와 법,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 깃든 양심이 불의와 악을 제어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인류 역사에서 보는 대로 속도감은 더디지만 조금씩 진보하여 자유가 확장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군주 혼자만 누리던 권력이 시민의 손에 쥐어지고, 경제적 평등의 기회가 현실이 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이 실현되고, 사상의 자유가 구체화 되었습니다. 물론 인간의 죄성이 얼마나 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이 얼마나 사악한지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지난날 보아온 역사의 방향이 자유의 확장이라는 지향성을 가졌다면, 그것이 확실하다면 인류에게는 앞으로도 그 방향성을 유지하고 증진할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경험할 사회는 전에 없던 세상이라는 꿈을 갖는 게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사회가 발전하고, 발전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뒤처진 이들을 배려하여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 역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천박한 자본주의가 가진 가장 나쁜 점은 자본주의 그 이상을 상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 사실이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이 땅이 천국이 되지는 못합니다.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나라는 은총으로 임하는 종말론적 사건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님이 내다보신 세상의 종말은 생각보다 무서워서 섬뜩합니다.
“형제가 형제를 죽음에 넘겨주고, 아버지가 자식을 또한 그렇게 하고, 자식이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서 부모를 죽일 것이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서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13:12~13)
주님, 오직 주님의 은총으로 임하는 그 나라를 사모합니다. 그래도 그 나라의 가치와 질서를 지금 여기서 살아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2024. 3.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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