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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나는 아니지요
“나는 아닙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지요. 모든 일을 자기들이 다 한다고 나대던 자들이 정작 책임질 일에는 입을 맞춘 듯 모르쇠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한 게 자랑은 아니지요. 기억하지 못하는 건 창피한 일 아닐까요. 나는 모른다며 애먼 꼬리만 자르는 건 참 무능하고 비열한 책임회피입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부끄러워할 줄은 알아야 하지요.
“선생님, 나는 아니지요.”(마 26:25, 새번역) 가룟 유다가 한 말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유월절 음식을 나누시면서 제자 한 사람이 자신을 넘겨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불안한 제자들이 술렁이자 함께 대접에 손을 담근 사람이 넘겨줄 것이라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누구일까요. 누가 스승을 팔아넘긴다는 말입니까. 바로 가룟 유다지요. 유다는 이미 대제사장들에게 은돈 서른 닢을 받아서 챙겼습니다. 호시탐탐 스승을 넘길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요. 그러니 배반자가 자신이라는 걸 어찌 몰랐겠습니까. 그러나 유다는 시치미를 떼며 말했습니다. “나는 아니지요.” 아, 유다가 그때 자신이 배반자라고 자복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서재경 목사(수원 한민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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