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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일기087-3.28】 동백 아저씨
종일 비가 내린다. 학산빌라에 꽃 좋아하는 할머니가 심은 동백꽃이 만개했다. 담장 너머로 동백꽃이 비에 흠뻑 젖어 있다. 지난번 동백정 갔다가 못 본 동백꽃을 마당에 서서 실컷 보고 있다.
동백꽃을 보면 어릴 적 마을에 살았던 떠돌이 아저씨가 생각난다. 본디 이름이 있었겠지만 사람들은 ‘동백 아저씨’라고 불렀다. 젊었을 때 ‘경찰’이었다고 했는데, 부인이 도망가고 떠돌아다니다가 어떤 농사 많이 짓는 집에 ‘하루에 막걸리 한 병’으로 머슴 계약을 했다. 힘도 쎄고 술 한잔 들어가면 어찌나 ‘동백 아가씨’ 노래를 잘 부르던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넋을 잃고 들었다.
어느 비 오는 날 교회에 다녀오는데 산모퉁이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동백 아저씨가 죽어서 파묻는다고 했다. 그 뒤로 우리는 무서워서 그 산모퉁이 근처에는 얼씬할 수 없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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