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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상속
신명기 21:1~23
성경이 말하는 장자 상속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도입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가부장제의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을 집약하고 혈연공동체를 통솔하는 일에 장자 상속이 효과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장자 상속을 명문화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늘 기계적인 장자 상속이 이루어지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장자가 아니었습니다. 야곱도 형 에서를 제치고 장자의 축복을 받았고, 유다는 넷째 아들이었지만 이스라엘의 왕가가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장자상속제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해 보이지만 말자상속제도 있습니다. 막내아들은 부모의 슬하에서 독립하지 않고 부모 사후에 부모의 재산을 그대로 승계하는 제도입니다. 말자상속은 보통 유목민족에서 실현되었는데 이는 분할상속이라는 점과 아비의 재산이 그대로 유지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의 경우도 말자상속에 근접합니다. 장자 상속이든, 말자상속이든 가문을 잇고 혈통을 보존하여 선대로부터 이어온 전통과 재산을 보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두 아내가 있는데, 한 사람은 사랑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랑을 받지 못하다가, 사랑받는 아내와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가 다 같이 아들을 낳았는데, 맏아들이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의 아들일 경우에, 남편이 자기의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 주는 날에,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에게서 난 맏아들을 제쳐놓고 사랑받는 아내의 아들에게 장자권을 줄 수는 없습니다.”(21:15~16)
일부다처제가 흔했던 고대사회에서 가장의 주관적이고 편협한 생각과 감정이 장자상속제에 담긴 본질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가장이라 하더라도 가족 안에서 지켜야 할 질서와 원칙이 있습니다. 이를 무시할 때 나타나는 결과는 질서의 파괴와 가정의 붕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신명기 저자는 이를 염려하여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의 아들이 장남이더라도 그에게 자기 재산에서 두 몫을 주라’(17)고 말합니다. 그렇게 해야 가족 공동체의 질서와 전통이 유지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아비의 권한을 제한하는 일이고 미움받는 여성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보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비라고 가정사를 자기 마음대로 휘둘러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신명기의 이런 신학이 이스라엘 사회에서 늘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다윗의 마음이 흔들릴 때 자녀들 사이에는 피바람이 불었습니다. 다윗은 밧세바를 총애하여 그녀가 낳은 아들 솔로몬에게 왕위를 계승시켰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는 하지만 신명기 교훈을 역행한 것도 사실입니다. 성경은 변하지 않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성경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성경을 대하는 신학적 태도가 유연해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낡은 전통에 메어있는 한 세상과 괴리되기 마련입니다. 신학적 유연함과 너그러움이 필요합니다.
주님, 저희는 원칙과 효율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저희는 이성과 감정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합니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달픈 삶을 잇고 있습니다. 주님의 지혜를 구하며 바른 신앙 가치를 추구합니다.
2024. 4. 4(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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