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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나쁜 데 써도 돼
이문재 시인의 ‘문자 메시지’라는 시가 있습니다. ‘형 100만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번 돈이야/ 나쁜 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이 시의 감동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시인으로서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는 형에게 동생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라며 격려합니다.
‘100만원’이라는 돈을 두고 혹자는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 비용을 한 달 꼬박 모은 돈이라 해석합니다. 동생은 이런 피 같은 돈을 준 겁니다. 하지만 이 시의 가장 강력한 감동 포인트는 “나쁜 데 써도 돼”라는 말입니다. 정말 ‘나쁜 데 쓰라’는 게 아닙니다. 혹여 이 돈을 나쁜 곳에 탕진할지라도 형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변함없다는 뜻입니다. 형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싶은 동생의 마음이 반영돼 있습니다. 믿음과 사랑이 없이는 자유를 줄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선악과를 만드신 이유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선악과는 걸림돌이 아닙니다. 인간을 조종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의지입니다. “나쁜 데 써도 돼.” 사랑과 존중의 마음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박지웅 목사(내수동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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