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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스 시인이자 소설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을 통해 포도밭이 있는 오두막에서 살던 당시 일화를 소개합니다. 어느 해 여름,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하수가 넘치고 길바닥엔 물이 강처럼 흘렀습니다. 카잔차키스의 아버지는 건조 중인 포도를 지키기 위해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1년 내내 고생해 거둬 건조하던 포도가 휩쓸려가자 마을 곳곳에서 통곡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카잔차키스는 집으로 달려가면서도 아버지가 어떻게 반응하실지 궁금했습니다. 포도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 외치자 문간에 서 있던 아버지는 큰소리로 대꾸했습니다. “시끄럽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카잔차키스는 그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 순간이 내가 인간으로서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위대한 교훈 노릇을 했다고 믿는다. 나는 욕이나 애원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으면서 문간에 꼼짝 않고 침착하게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항상 기억했다. 꼼짝 않고 서서 재난을 지켜보며 모든 사람 가운데 아버지 혼자만이 인간의 위엄을 그대로 지켰다.”
이장균 목사(순복음강남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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