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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하면,
출판과 서점 생태계는 거의 고사 직전이다.
이는 단순히 윤석열 정권이 출판과 서점에 대한 지원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그리고 되돌리기 어려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
둘째, 반대로 책 말고도 사람들의 관심과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셋째, 고도의 인공지능 시대에 종이 책의 역할과 존재 의미에 대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넷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책 제작 단가가 너무 높아졌다.
우리 출판사만 해도 제작 단가는 해마다 급상승하는 데 반해, 도서비는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책값을 현실화 했다가 오히려 책이 더 안 팔릴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악순환의 반복이다.
책도 안 팔리는데 책값도 못 올리는 형국이다.
다섯째, 노동 조건이 선진화(?) 되면서 직원들의 근무 일수나 시간은 점점 더 단축되고 있다.
솔직히, 당신이 경영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무슨 수로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겠는가?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한, 그러면서도 짧고 가벼운 책을 내든지, 아직은 약간의 시장이 남아 있는 수험지나 학습지 쪽을 뚫어보든지 하는 것 외에, 소위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양질의 전문 서적을 출판하며 생존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기적에 가깝다.
그러니
당신이 저자라면,
그것도 독자층이 희박한 신학책을 쓰는 저자라면
자기 책을 무슨 조건으로, 최대한 빨리 내달라고 출판사에 독촉하는 (과거 방식의) 태도를 당장 버려야 한다.
지금은 출판사가 손해를 무릅쓰고 신학책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말이 고까우면 본인이 직접 출판사를 차리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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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기독교를 '책의 종교'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책을 너무 안 읽는다.
그 결과가 지독한 반지성주의의 늪에 빠져 미신과 맹신 사이를 오가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
제발 이제라도 교회 예산에서 단 돈 100만 원이라도 도서비를 책정해서 양질의 신학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출판사를 돕기 바란다.
수천만 원씩 쓰면서 '선교'란 구실하에 여기저기 놀러다니는 짓들 그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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