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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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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생의 아침 풍경
-모자람의 미학-
물조리개와 고무호스로 두어 시간 준 물도, 하늘이 열려 몇 십초 후두둑 떨어진 빗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건 작물들의 표정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마를새라 굳을새라 조리개로 나르고 물 호스로 골고루 뿌려 줘도, 얼굴을 꽉 닦고 입을 앙다물고 있던 낮은 키 장미가창립 주일 저녁에 잠깐 내린 비로 너무나 환하게 웃고 있다.
산기슭 외진 곳에서 피어 있던 꽃 하나를 등산배낭에 살포시 담아 마당으로 옮겨 심었더니 인생 다 산 놈처럼 비실비실대며 죽을 것 같던 친구가, 모질게 해를 넘기더니 여인의 입술보다 신비로운 꽃잎을 달고, 햇살의 움직임에 따라 안채 여인의 자태를 내기도 하고, 어두운 홍등가 골목의 순이로 분하기도 한다.
사람의 생각과 지혜, 그리고 땀과 노력이 아무리 극진한들, 살짝 열린 하늘에 비길 것인가.
후두둑 순간의 빗방율에도 겸손해 하며 살도록 하자.
하늘이 참 맑고 푸르다. 우리들의 인생들 곳곳에 암덩이처럼 음흉하게 노리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건, 살짝 하늘을 열어 허락된 것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가를 깨닫는 것이리라.
모자람의 미학!
이건, 난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채는 것이다.
오늘은 한 박자 쉬고 나서 무엇이든 하는 인내의 날임을 공유하고 싶은 날임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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